현대家의 역사를 잇는 여성 리더, 혁신으로 재건에 나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입력 2020.09.29 13:23
  • 수정 2020.09.29 18:48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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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위주로 진행되던 재벌들의 경영 승계에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기업이 있다. 현대그룹 故정주영 명예회장의 다섯 번째 며느리이자 故정몽헌 회장의 아내, 현정은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재계에서도 보수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현대그룹에서 며느리가 총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매우 파격적인 행보였다. 정몽헌 회장과 1976년 결혼한 현정은 회장은 결혼 이후 30여 년간 내조에 힘썼다. 그러던 2003년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현 회장이 그룹 총수에 나서게 된 것이다.
취임식에서 현 회장은 “故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현대그룹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계열사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이사회 중심의 전문 경영인이 이끌어가는 책임경영 체제로 그룹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주목한 현정은의 리더십

정주영 명예회장은 생전에 며느리 중 현정은 회장을 가장 아꼈다. 현 회장이 그룹 총수를 선택한 것에는 가정환경의 영향도 있었다. 현대가의 며느리임과 동시에 뛰어난 엘리트 집안의 자제였기 때문이다. 현대가 못지않게 유수한 사업가 집안이었다. 현 회장은 전 신한해운 회장 아버지와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인 어머니의 차녀로, 경기여고와 이화여대를 졸업한 재원이었다. 기업가 집안의 피를 물려받고 부모님의 어깨너머로 배운 기업 경영, 남편 정몽헌 회장을 내조하며 보았던 것들이 현대 그룹을 이끄는 자양분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정은 회장은 취임 당시 잡음이 난무했던 현대家 형제들의 싸움 속에서 당당히 경영권을 지켜내며 재계 15위까지 하락한 현대그룹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현 회장이 취임한 2003년 이후 현대그룹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3년 5조원을 기록한 매출이 2012년 12조원으로 10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것. 현 회장은 2001년 채권단에게 빼앗긴 현대건설을 되찾기 위해 2010년 현대차그룹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했으나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되는 등 경쟁력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당시 어려운 격변의 시기에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슬기롭게 극복해낸 그의 리더십은 세계에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09년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 중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79위에 올랐으며, 2011년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家의 숙원, '대북사업'을 이어가다
현대그룹의 숙원 사업 중에서 대북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1998년부터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큰 인기를 끌며 매년 2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08년 총격 피살로 인해 중단되었고 아직까지도 금강산 관광 길은 막혀있다. 이에 대한 현대 아산의 피해는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현 회장은 굳은 의지로 대북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 회장은 우리나라 정권 변동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도 북한을 꾸준히 방문하며 북한 정부와 신뢰를 쌓는데 힘을 쏟았다. 2008년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뒤로 2016년까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추모식 참석과 금강산 관광 기념행사 등을 이유로 현 회장은 북한을 6차례 방문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현 회장은 대북사업에 대해 "그동안 쌓은 신뢰라는 자산을 동력으로 희망을 잃지 말고 더욱 당당하고 적극적 자세로 임하자"고 말하며 북한과 신뢰관계를 쌓았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현 회장은 취임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하였다. 이는 현정은이 현대가의 적통성을 이어간다는 것을 상징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몽헌에게 금강산을 줬는데 당신에게는 백두산까지 줄 테니 잘 해 보시오”라며 대북사업의 공식 창구로 현정은 회장을 인정하였다. 이로 인해 대북사업은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현 회장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민간 주문단으로 방북하며 대북 사업의 끊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초 현정은 회장은 상공의 날 금탑 산업훈장 수상하였다. 남북 경제 협력 확대를 노력한 점이 높게 평가된 것이었다.

한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에서 이번에는 현대아산 금강산관광 사업시설을 철거할지 예의주시하게 됐다. 북한이 금강산관광 사업시설을 철거한다면 현대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북한은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 이어 금강산관광 사업시설을 폭파하거나 철거하는 등 상징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금강산관광 사업시설 유지는 그동안 북한과 현대그룹 사이에 신뢰관계가 있다는 근거로 여겨졌다. 금강산관광 사업시설이 일부라도 철거된다면 이는 북한과 현대그룹의 관계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시대 연다
이러한 가운데, 현정은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본사가 경기도 이천에서 충북 충주시로 이전하며 충주 시대 개막을 알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5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17만3097㎡ 부지에 조성될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신공장에는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팩토리와 연구개발(R&D)센터, 물류센터 등이 들어선다. 세계 최고 높이(300m)의 엘리베이터 테스트 타워도 건설된다. 테스트 타워에는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탄소섬유벨트 타입 분속 1260m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2022년 신공장 준공과 함께 본사 이전이 완료되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연간 생산 규모는 2만5000대로 늘어난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신공장 착공식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본사와 공장 이전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루겠다”면서 “충주에 새로 터를 잡고 세계를 향한 도전, 미래를 향한 꿈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엘리베이터는 단순히 건물의 층과 층 사이를 연결하는 데서 벗어나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공간과 공간을 이을 것”이라며 “엘리베이터가 새로운 최첨단 모빌리티(운송 수단)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Profile


경기여자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전공
미 Fairleigh Dickinson대 대학원 Human Development 전공

경력
걸스카웃 연맹 국제분과위원, 중앙육성위원
대한 여학사협회 재정분과위원
걸스카웃 연맹 중앙본부 이사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자문회의 위원
주한 브라질 명예 영사


현대그룹 회장
대한적십자사 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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