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공존, 생명력있는 선(線)으로 세대의 경계를 허물다

운정 박등용 화백 / 운정서화실 원장

  • 입력 2020.10.28 09:52
  • 수정 2020.10.28 11:35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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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었던 ‘문인’들이 즐기던 예술, ‘문인화’. 문인화는 동양의 자연 사상을 바탕으로 일필휘지로 그어낸 선(線)이 주는 생동감과 하얀 여백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특히, 운정 박등용 화백 특유의 생명력 있는 선 표현은 가히 예술적이다. 농묵·중묵·담묵 등 농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생동감 있는 선과 색, 구상, 여백 등의 자연스러움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그는 문인화에 있어 선(線)을 가장 기본으로 삼는다. 붓 끝에 모든 정신을 집중시켜 때로는 얇고 유려하게, 때로는 느리고 묵직하게 일필휘지로 그어내는 선에는 생동감과 섬세함이 고스란히 담긴다.

박 화백은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화 최고위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민국서예한마당, 대한민국문인화대전 등 다수의 예술대전에서 초대작가, 심사 및 운영위원 경력을 쌓았다. 또한 개인전 4회 및 초대전, 회원전 300여회 출품과 더불어 한국미술협회 이사 겸 초대작가·심사위원, 한국비림협회 부회장, 성남미술협회 문인화분과장, 성남서예가총연합회 부회장, 대한민국다향예술협회 부회장 등 각종 단체에서 활약하며 한국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피플투데이는 박등용 화백을 만나 그의 화업 인생을 집중조명했다.

 

문인화의 기본, "일필휘지(一筆揮之) 기운생동 (氣韻生動)"
박등용 화백은 유년시절 서예와 문인화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문인화를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한 후 금파 고병덕 선생으로부터 사사해 시서화의 기본기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가 지닌 예술적 재능을 바탕으로 도안사로 일하며 지하철 1호선과 서울시청 현황판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으며,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 화백은 각고의 노력으로 한문·한글 서예, 산수화, 문인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두루 섭렵했으며, 특히 문인화 분야에서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박등용 화백은 대신 남들이 그리지 않은 새로운 선과 구도로 가기에 운정체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그림이 나온다고 덧붙인다. 또한 그릴 때는 가늘고 긴 족자 그림을 운치 있게 완성하거나, 붓이 가는 대로 간결하게, 혹은 생동감 있고 섬세한 명암을 넣어 표현하기도 한다. 

"문인화는 일필휘지로 가야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는 선, 하나의 점에도 소홀함 없이 최선을 다해야만 작품에 얼이 담기는 것입니다. 일각에선 문인화가 상대적으로 쉽다고들 말하지만, 진정한 선 하나도 제대로 못 그리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선 하나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이 어찌 쉽겠습니까. 생동감 있는 선을 그리기 위해선 힘과 정신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수없이 그리고 또 그리며, 수천번 수만번을 연습해야 합니다. 또 모든 사물을 마음속으로 재해석하여 과감히 생략하고 선을 감필(減筆)하여 표현하되 세부적인 특징을 정교하게 묘사해야 합니다. 또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를 하되 많은 여백으로 ‘여유’를 확보해야 하지요. 글은 그림같이, 그림을 글씨같이 하고, 글 속에는 화풍이, 그림 속에는 생명력이 있는 선이 있어야 합니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문인화의 부흥을 꿈꾸다
한편, 박 화백은 점차 대중들 사이에서 소외 되어가는 정통서예와 문인화를 다시금 주류로 끌어올리기 위해 현대의 미적인 관점에 걸맞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문인화에 사용하는 전통재료를 넘어 서양재료를 배합하기도 하고, 사물의 극단적인 단순화 및 색채 대비를 시도하는 등 전통회화기법을 중시하면서도, 대중들로 하여금 옛 것으로 취급되지 않도록 새로운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울러, 오랜 기간 서체 연구에 매진해 캘리그라피 ‘운정체’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박등용 화백만의 고유 필체이자, 가로 폭과 중심이 유난히 두터워 다정다감한 굴곡을 지닌 이 글씨는 본래 서예에서 하나의 선을 결정하고 예서로, 행서로, 혹은 초서로 쓸 것인지 끝없이 연구하고 반복해 붓을 든 세월이 쌓여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20여년 간 이어온 후학 양성, 문인화의 빛이 되기를
이렇듯, 온고지신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박 화백은 성남시 모란역 인근에 운정서화실을 두고 후학 양성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의 작품을 접하고, 명성을 들은 이들이 문하생이 되기 위해 서울, 경기는 물론이고 제주에서도 매주 비행기를 타고 와 박 화백에게 직접 교습을 받으며 문인화와 시서화의 체계를 통해 소양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박 화백은 제자들에게 항상 ‘선’을 강조한다. 선은 그림과 글씨가 공존하는 시서화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교만하지 않고, 기본을 지키며 문인화의 정도(正道)를 걷는 박등용 화백이 있기에 문인화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욕심 없이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려가고 싶다는 박등용 화백. 그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문인화의 부흥이 일어나기를 피플투데이가 응원한다.

Profile
대한민국예술대전 이사, 심사위원
한국문인화협회 초대작가
운정서화실 원장
경기도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2017~2020년 대한민국 인물대상
개인전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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