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제발 가만히 있자. 그것도 선택이고 용기이다

  • 입력 2020.12.08 13:47
  • 기자명 원동인 SPR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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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입시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학종이건 정시이건 어떤 경우에도 소득 계층이 높은 가정 출신 학생이 더 유리하다. 졸업 후 좀 더 고소득 직업을 얻는 데 유리한 소위 명문대의 경우 상위 소득 계층 학생들이 서너 배 정도 더 많다. 저소득층일수록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는 얘기다.

2020년 자료에 의하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신입생의 55%가 고소득층이었다. 서울대 신입생의 63%가 소득 9·10구간으로 분류됐다. 소득 9·10구간의 월 소득액은 평범한 사람들의 입이 벌어지게 한다. 올해 기준 9구간의 월 소득 인정액은 월 949만8천348원 이상, 10구간은 월 1천424만7천522원 이상이다. SKY 대학 의대 신입생 중 74%가 고소득층이고, 서울대 의대는 부유층 비중이 최근 3년간 46%에서 84.5%로 폭증했다고 밝혔다. “부모의 소득에 따른 교육 지출 능력 차이가 자녀의 학력 격차로 이어져, 부가 학력으로 대물림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군비 경쟁 수준의 사교육비 지출’이란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가진 자가 유리하다는 것은 여러 조사 결과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공정사회'란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부모, 가정환경, 지역, 성별 같은 운이 결정적 장애로 작용하지 않는 사회이고 공정사회의 과제다. 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출발선의 격차가 일생의 격차로 고착된다. 이는 평등사회, 민주사회가 아니다. 전형적인 신분 사회, 차별 사회의 모습이다.

대학입시 공정성이 중요한 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사회에서 그나마, 조금이나마 청년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공간이 대학이어서이다.
그래서 일까 우리는 대학에 꿈 같은 기대를 한다. 타고난 격차를 메워주고, 잡아당겨 끌어올려 주는 역할이다. 그런데 지금의 소위 명문대학은 계층을 재생산하는 신분 사회 고착화 창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대학 스스로 이를 개혁하려는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진보 정권이건 보수 정권이건 해마다 대학입시,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문제 해소를 외치지만, 입시 개혁, 공교육 정상화 등을 목표로 뭔가를 할 때마다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하고 학생들의 학업부담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공교육이 붕괴 되었다고 하는 데, 도대체 언제 정상이었던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본고사, 예비 고사, 학력고사 시절 등 도대체 언제 우리의 공교육이 정상화 된 상태였고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목표를 달성 한 것이 있는지 필자도 알고 싶다.

정시냐 학종이냐 내신이냐 비율만 놓고 만지작거리며 전형 방법의 복잡성만 재생산하면서 할 일 다 한 양 생색내지 말자. 그렇게 만지작거릭수록 사교육비와 학생들의 학업부담만 증가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 교육 당국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선택이 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지금 그대로있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제발 가만히 있자. 그것도 선택이고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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