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 더한 한국의 美, 신앙심으로 피어낸 예술세계

전혜은 화백

  • 입력 2020.12.14 13:31
  • 수정 2020.12.14 20:29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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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모자' '소망', '충만한 새벽' 등을 그린 전혜은 화백은 성모 마리아, 아기예수, 프란체스코(가톨릭 성인)의 모습에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며 가톨릭계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회화는 물론, 조각까지 섭렵하며 가톨릭 성인들의 인생을 몸소 답습하고 얻은 깨달음을 재구성하고 살을 붙여 작품을 창조한다. 전통종이인 한지에 색실과 바늘만을 이용해 오브제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통해 여전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피플투데이는 전혜은 화백은 만나 그의 화업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혜은 화백의 원동력, "그림을 향한 애정과 열정"
전혜은 화백은 유년시절 고운 모래 위에 놀이 삼아 그림을 그리며 일찍이 재능을 깨우쳤고, 초등학교 입학 이후 그림으로 도내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입증했다.  다재다능했던 그는 중학교에 입학해 아나운서의 꿈을 키우며 방송부에도 입부했으나 미술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다시 붓을 잡게 됐다.

"그때 방송부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했던 미술선생님이 대학교 입시까지 미술 지도를 책임지시며 홍익대학교를 강력히 권하셨습니다. 사실 그간 서양화 기법을 바탕으로 그림을 배웠지만 당시 천경자 선생님에 대한 동경심과 그리고 배워보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도전정신으로 동양화과에 지원하게 되었지요. 홍익대 미대는 명성이 대단한 만큼 훌륭한 교수님들이 포진해 계셨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천경자 선생님과 박생광 선생님께서 예술계로 이끌어주시기 위해 도움을 주셨지요. 학우들과도 늘 선의의 경쟁을 펼친 덕에 실력 또한 성장했으며,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힘이 됐습니다."

 

 

경력단절의 원인이 되는 결혼과 출산, 육아에도 전혜은 화백의 작품 활동은 굳건했다. 특히 예술가는 작품 활동이 중단되면 복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지금보다 더 보수적이었던 당시를 생각해보면 더욱 대단한 행보다. 전 화백은 친정의 지원과 남편의 이해와 배려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붓은 결코 놓지 않았습니다. 주로 밤에 작업을 하는 탓에 남편이 퇴근해 물감을 갈아놓으면 자고 일어나 작업을 이어갔지요. 아이들은 작업대 옆이 놀이터였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이어가다보니 졸도를 하는 일도 더러 있었고요. 어려움 속에서도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작가 전혜은이 존재하는 것도 그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 안에서 깨달은 '진리'를 재창조하다
전 화백은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톨릭 안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의 신앙심과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더해져 전혜은 화백만의 독창적인 성화가 탄생했다. 그는 성경을 공부하고 성인들의 족적을 따라가며 경험으로 체득한 신앙심을 한 폭의 작품에 담았다.

전혜은 화백의 작품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바탕으로 과감하고 독특한 개성을 담는다. 죽음을 이겨낸 예수 그리스도의 환희의 찬 모습, 고통을 영광의 기쁨으로 승화시킨 꼴베 성인과 그를 굽어보는 한국적인 성모님의 잔잔한 미소, 고통을 담담하게 참아낸 이벽과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은은한 미소에서 참되고 완전한 인간성에 도달한 분들의 모습을 현현시키고 있다. 

"성경을 공부하고 그들의 삶을 따라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으로 터득하고 그려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는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부터 이미 훈련이 되어있던 터라 작품으로 표현해내기에 어려움이 없었죠. 과거의 인물들을 재구성해내고 또 그들의 삶을 현재의 제가 구현하다보면 시간과 공간의 중첩이 이뤄짐을 느낍니다. 각기 다른 시공간 속에서 하나의 깨달음을 얻고, 그렇게 성인(聖人)이 되어가는 것이지요."

전혜은 화백은 서울대교구 이재을 신부의 부탁으로 감실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감실이란 성당 안에 성체를 담은 성합을 넣어둔 곳으로, 전 화백은 변하지 않은 마음을 상징하는 자개를 이용해 직접 재료준비부터 조각까지 제작의 모든 것을 도맡았다. 
그의 작품은 가톨릭뿐만 아니라 일반 갤러리에게도 사랑 받고 있다. 가톨릭미술을 통해 역량을 키워온 전 화백은 물감 이외에도 다양하고도 폭넓은 재료를 활용한 오브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고, 조각을 통해 익힌 입체감을 평면작품에도 가미시켜 보는 이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무한히 전진하는 예술가, 초월적 사랑의 힘을 전하고파
이처럼,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 화백은 변화만이 진정한 작가의 덕목이라고 말한다. 

"수없이 많은 전시회를 하고,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저는 오늘도 내일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변하지 않으면 진정한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무한한 자유로움과 황홀함, 그리고 긍정적인 초월의 자유를 보는 이들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시인은 시로 자연과 인생을 이야기하듯, 화가는 그림으로 삶의 대한 사랑과 자연 그리고 인류가 함께 공유하기를 바라는 초월적 사랑의 힘을 나누고 싶은 소망을 전합니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고 한다. 여전히 새로운 작업을 할 생각에 설레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하는 전혜은 화백. 그의 맑고 힘찬 기운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의 끝없는 성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Profile


(사)한국예술작가협회 부이사장
한국심미회 자문
한국예술협회 국제자문
아트피아 고문

수상
국제예술아카데미상
국제심사위원장상(신일본미술원)
신원전추천출품작가(동경도 미술관)
마스터즈 대동경전 국제대상(일본)
국제 HMA 예술제 국제아티스트상(조선일보 미술관)
한국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267호)
신원 국제미술상(동경도 미술관)
스포츠서울 올해의 작가상
신원전 금상(동경도 미술관)

활동
개인전 15회(초대개인전 및 개인전)
단체전 250여회
국내외 ART FAIR 출품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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