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나만의 삶보다는 우리의 삶에서 서로의 행복을 찾자

  • 입력 2021.01.24 21:18
  • 수정 2021.01.24 21:48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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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방글라데시나 부탄 같은 가난한 나라가 행복 지수가 높다는 이유가 무척 궁금했었다. 몇 년 전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 공항에 도착했을 때 할 일 없이 공항을 기웃거리는 수많은 인파, 우리나라 6.25 당시를 상기시키는 지붕 위에까지 사람이 가득 타고 달리는 기차, 다카 시내를 가득 메운 사이클릭샤(사람을 실어 나르는 자전거)들의 모습에서 가난한 나라임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인구 밀도가 높고 농토가 적어 농산물의 자급자족이 어렵고 문맹률도 높은 이 나라가 행복 지수가 높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현지 가이드의 이야기와 내가 보고 느낀 점을 종합해 볼 때 이 나라의 행복 지수가 높은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이 모두 가진 것이 없이 가난하기 때문에 상대적 빈곤감이 없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종교 때문이며, 세 번째는 대가족 제도인 것 같았다.

 

 
2020년에 발표한 국가별 GDP(국내 총생산)와 행복 지수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GDP 11위, 행복 지수는 61위였다. 우리나라는 국민 소득 3만 불을 넘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있으나, 국민들이 행복해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인 프레이와 스터쳐(Frey and Stutzer)가 밝힌 바에 따르면, 국민 소득이 1만 5천 불을 넘으면 국민 소득과 행복 지수 간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한다. 물론 돈이 행복의 척도일 수는 없다. 그럼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주를 준다 해도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종교적 행복관, 남보다 소득이 높아야 행복을 느낀다는 현실적인 행복관, 인간의 최상의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행복관 등이 있다. 인간은 행복한 삶을 위해 역경을 이긴다. 우리는 종교적 관점이나 자아실현의 행복관보다 현실의 삶 속에서 서로 부딪치며 느끼는 현상적인 행복관에 관심을 갖는다. 국민 소득 3만 불 나라에서 2만 불 소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보다 국민 소득 1만 불 나라에서 1만 5천 불 소득을 갖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하고, 친구가 월 500만 원을 받고 자기가 400만 원을 받는 것보다, 자기는 300만 원을 받고 친구는 250만 원을 받는 상황에서 더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옛말에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행복이란 어쩌면 상대적 빈곤감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방글라데시 국민은 모두 가진 것이 없으니 상대적 빈곤감을 느낄 수가 없고, 대가족 제도는 며느리들은 힘이 들겠지 만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손녀, 아들 들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이전에는 2대, 3대가 한 지붕 아래서 살았다. 이때 여인들의 삶, 특히나 며느리들의 삶은 너무나 힘들고 고달팠겠으나, 나머지 가족들은 대가족의 분위기 속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워싱턴 DC 정책연구기관인 카토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행복은 유전적인 요인이 50%, 사회적 지위, 건강, 소득, 결혼 등의 요인이 10~15%, 나머지는 인간의 정신적 가치에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행복이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에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세계 역사상 가장 부자로 손꼽히는 록펠러(J. D. Rockefeller Jr.)는 53세 때 최고의 부자가 되었으나 병으로 입원하게 되었다. 어느 가난한 환자 가족이 입원비가 없어 병원 측과 실랑이를 벌이는 걸 보고 환자 가족 모르게 입원비를 내주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소녀의 쾌유를 본 순간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라고 했다. 나는 지하철 계단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100원짜리 동전을 줄 때보다 500원짜리 동전을 줄 때 더 흡족함을 느낀 경험이 있다. 이 흡족함을 행복감에 비유할 수는 없으나, 나의 가진 것을 부족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베풀 때 인간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상대적 빈곤감을 없애는 일뿐만 아니라 남을 위하고 베푸는 삶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음도 가르쳐야 한다.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배움을 갈망하는 청소년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일이 행복감으로 이어짐을 가르치자. 그리하여 나만의 삶보다는 우리의 삶에서 서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도록 하자.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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