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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 된 예술가의 삶을 기억하며

기사승인 2021.02.26  15: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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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박내후 화백

충남 아산 소재에 위치한 ‘방현제’. 그곳의 주인은 자연을 지극히 사랑했던 박내후 화백이다. 1986년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충남 아산 소재 방현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곳을 ‘방현제’라 이름 하고 그가 사랑하는 자연을 모두 담아 뜨락을 정성으로 가꿨다. 작업실 창을 통해 펼쳐진 대나무 숲을 손수 가꾸고 바라보며 한폭의 그림으로 또 다른 생명을 불어넣고, 청아한 풍류를 온몸으로 느꼈다. 피플투데이는 박내후 화백이 생전에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예술가의 못다 이룬 꿈
박내후 화백의 손길로 탄생한 방현제 뜨락엔 봄이면 금빛 산수유를 시작으로 살구꽃, 벚꽃, 자두꽃, 등꽃, 민들레, 패랭이꽃이 만개한다. 토종목련이 뒤뜰을 환하게 밝혀주고 행운을 부른다는 비단같이 흰 목단이 작업실 앞에서 자태를 뽐낸다. 

박 화백의 자연에 대한 태도는 단순한 사랑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겸손함을 바탕으로 나무와 꽃과 풀과 대화를 나누며 정성을 쏟는다. 뜨락의 생명들은 그의 붓으로 영원을 살고 있다.

1971년부터 교직에 몸담았던 박 화백은 본격적으로 화업에 집중하기 위해 2007년 2월 교단에서 내려왔다. 그의 목표는 환갑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회를 여는 것이었기에 1년간 30점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열정을 보였다. 전시회를 열 갤러리를 지정하고, 2008년 9월 22일 개회를 예정했으나 마지막 그림에 낙관을 찍고 발병을 했다. 이후 2009년 정월 스물 닷새에 그토록 사랑했던 자연으로 돌아갔다.

박내후 화백의 아내 <박내후 미술관> 박명숙 관장는 방현제에 홀로 남아 10년간 그의 그림을 정리한 끝에 2019년 8월, 팔레드서울 갤러이에서 유고전을 열며 세상에 박내후 화백의 존재를 알렸다.

“언제나 과묵했던 박내후 화백은 그림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네요. 그의 숨결이, 언제나 말없이 웃음 짓던 모습이, 그리움만 담아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말없던 그의 깊은 심중을 이제야 헤아릴 수 있습니다. 박 화백은 자신이 정성스레 가꾼 뜨락에서 편안함을 누리며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방현제에서 탄생한 그림에는 편안함이 그대로 녹아 있으니 말이지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빼앗은 ‘상사화’
박내후 화백의 유고전을 관람한 이들로부터 특히나 사랑을 받은 그림이 있다. 바로 <상사화>다. 상사화는 봄이 되면 잎이 무성하게 나오기 시작하다 어느 순간 잎이 사라지고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꽃은 붉은 빛이 강한 연한 자주색이다. 

“맨 처음 꽃대가 올라올 때 박 화백은 무슨 꽃이냐 묻는 나에게 잎과 꽃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꽃이라 상사화라 일러 주던 표정이 아련하게 생각이 납니다. 이리 아름다운 꽃으로 탄생하리라 생각도 못 했지요. 이 아름다운 꽃을 그린 작품 <상사화>는 유고전에 다녀간 관람객들의 마음을 모두 빼앗은 작품입니다.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감탄사를 자아낸 사람, 한참을 말없이 들여다보는 이들, 때론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표현으로 감동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홍대 동양화과 동기 전혜은 화백은 박 화백의 그림에 대해 “맑고 깊은 기운이 감돌며 따뜻함과 기백이 공존한다”고 평가했으며. 보성고 고등학교 동창 의사이신 송영섭씨는 “친구가 이런 재주가 있는 줄 몰랐다. 그림에 편안함이 묻어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박화백의 제자인 박이환 이사님은 “선생님의 인생과 예술에 스며있는 멋스런 기품들이 사모님의 애정과 기상에서 다시 태어남을 보고 있습니다. 살아 생전 선생님과 대화 한번 못해 본 이 마음이 상사화로 표현 될런지요?”라고 아쉬움을 말했다.

 

화제가 필요없는 완벽한 작품이란
박 화백은 어느 날 뜨락에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었다. 그의 그림 중에 소나무 그림이 제법 많다. 동네에 키 큰 소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그 곳을 지날 때면 저런 소나무 한 그루 심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하기도 했다. 박 화백은 틈만 나면 아내와 함께 아산의 봉곡사 소나무 천년 숲을 다녀왔다. 솔향이 일품이며 멋스럽고 아름다운 소나무를 그는 사랑했다. 박 화백이 박생광 선생님께 수묵화를 배우면서 자신의 작품의 완벽한 구도의 작품을 만드는데 평생을 바쳤다는 단서가 그의 소나무 두 그루 작품 옆에 글로 남아 있다.

‘고인이 되신 박생광 선생님께서는 수묵화도 화제가 필요 없는 완벽한 구도의 작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나는 오랫동안 이 말씀을 생각해 왔다.’

2000년 무렵부터 그는 그림에 화제를 넣지 않았다. 세상이 변하고 한문을 이해하는 사람이 점차 적어지면서 박 화백도 그림에 우리말을 넣고 싶어 했다. 2002년 여름, 그는 부채에 ‘소나기 그치고 대숲으로 바람 부니 여름 부채엔 가을꽃 향기.’ 2003년 여름, ‘백로 한로 푸른 바람 달빛 시나위’라는 한글 화제를 남겼다. 그의 그림에는 섬세한 붓놀림과 정갈한 운치를, 우리 것에 대한 해박한 미감이 들어있다. 박내후 화백의 작품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을 새로운 눈으로 즐겨보길 바란다.

Profile

1949년 출생
2009년 1월 25일 작고

활동
*1971년~2008년 창작활동
2020년 박성환 미술상 수상(박성환미술회, 국제 HMA예술제)
2020년 6월 서울조형아트서울 2020 출품
2019년 1회 초대유고전
1980년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동문9인전
1968년 홍익대학교 미전 동상수상

경력
1971년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학과 졸업
1971년~2007년 미술교사 근무(양평여중/서울 장훈고/ 온양 한올중)

박예솔 기자 yesall429@naver.com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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