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핵심, '원자력'에 있다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 입력 2021.05.10 10:12
  • 수정 2021.05.10 12:50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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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리마일섬(TMI)', 러시아의 '체르노빌' 그리고 일본의 '후쿠시마'. 이 세 곳은 원전사고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고는 많은 대중에게 ‘원전’은 위험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주었고 우리나라는 경주 포항 지진을 계기로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원자력학회는 이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과학적으로 바로 잡고 타 에너지 분야와의 협력을 통한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로 탄소중립의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하재주 회장을 대한민국 원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과학적인 위험과 감성적인 위험
‘방사선에 피폭되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암이 생긴다’, ‘미세먼지는 폐암도 일으킬 수 있다’, ‘참치에는 세슘이 농축되어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생선을 못 먹겠다’와 같은 무서운 얘기들이 있다. 

"매우 감성적이고 자극적이라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남는 공포스러운 얘기입니다. 방사선과 미세먼지는 우리와 늘 함께 사는 물질이고 참치는 비싸서 못 먹는데 말입니다. 양과 확률을 과학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선동적인 감성적 위험입니다. 감성적인 위험은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잘못된 결정을 하게 하여 불필요한 피해를 주게 됩니다. 광우병, 조류독감으로 한우농가와 치킨집이 초토화되었고, 후쿠시마 오염수의 과장된 감성적 위험으로 우리 수산업계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우리의 탈원전 정책도 ‘한번 사고나면 큰일난다’는 감성에 호소한 정치적 판단 때문에 탄생했고 결국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전기요금인상 등 그 피해는 우리 후손이 짊어지게 될 것입니다. 70년의 세계원자력 역사에서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라는 3대 대형 사고도 화재진압요원 43명이 사망한 체르노빌사고 외에는 방사선 피폭 사망자가 0명입니다. 더구나 체르노빌과 같은 원전은 지구촌에서 퇴출되어 존재하지도 않으며 포니가 발전하여 제네시스가 되었듯이 지금의 원자력기술도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안전문제에는 언제나 겸손해야 하지만 갈등을 야기하는 감성적 접근이 아니라 과학에 기초한 이성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절실합니다."

 

'편익과 대가'라는 양날의 검, '원자력'
원전은 적은 부지와 높은 효율, 높은 경제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지녔다. 또 원전에서 만들어낸 원자력 에너지는 탄소제로, 미세먼지 제로라는 이점으로 전 세계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동참하고 있는 '탄소중립'의 핵심 에너지로 꼽힌다.  

원자력 에너지를 통해 편익을 얻는 만큼, 치러야할 대가는 분명 존재한다. 핵연료의 사후처리가 가장 큰 대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4곳의 원자력 발전소와 24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수용할 수 있는 처분장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였다. 하재주 회장은 원자력의 사용후핵연료 처분이 편익에 비해 수용할 수 없는 과도한 대가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는 밀봉 후 지하 500m에 매립해 완전한 격리를 통해 관리가 따로 필요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1978년 지어진 고리1호기부터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신고리5·6호기가 운전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약 100년간 발생되는 사용후핵연료는 경수로 기준으로 약 2만9000톤으로 환산되는데 지하 500m에 900m×900m정도의 부지면 처분이 가능합니다. 물론 2층 3층으로 처분하면 그만큼 줄어듭니다. 지하는 매우 넓으며 막대한 편익에 비해 크지 않은 대가라 생각합니다. 이 처분장은 신규원전 건설과 관계없이 무조건 확보해야 하며 기술적인 측면과 비용적인 측면 모두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은 문제입니다. 에너지대안인 신재생의 대가는 환경훼손과 막대한 양의 폐기물처분이며 결코 만만치 않은 숙제입니다. 철저히 따져보고 준비하지 않으면 20~30년 후부터 우리 후손의 큰 짐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 문제를 덮어둔다면 우리는 비도덕적입니다." 

 

'탄소중립'의 핵심 '원자력', 지금이 골든타임
하재주 회장은 탄소중립을 위해 환경문제, 이산화탄소 배출, 경제성, 전력망의 안전성, 지속 가능성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여타 에너지와의 조화를 통해 최적의 ‘에너지 믹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말부터 학회에서는 에너지믹스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에너지 믹스 시나리오별로 분석하여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중간결과로 보면 과도한 신재생의 급격한 확대는 과잉생산 등 많은 부작용이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저는 신재생의 확대를 지지하지만 그것이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 되면 에너지전환의 철학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어떤 에너지든 한쪽에 너무 의존하면 환경, 산업, 경제 생태계에 무리를 주므로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도록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합니다. 탄소중립을 추구하면서 전력망의 안정성과 경제성, 환경성을 확보하려면 궁극적으로는 신재생, 원자력, 수소의 포트폴리오가 될 것입니다. 신재생의 단점인 간헐성 보완은 배터리와 수전해를 이용한 수소생산으로는 부족하므로 원자력의 부하추종을 활용해야 합니다. 원자력은 또한 그린수소 생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많은 화석연료를 태워 얻고 있는 산업계의 고온열도 깨끗한 원자력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에너지전환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탈원전’과 ‘신재생확대’라는 감성적이고 일차원적인 대명제의 에너지전환은 결과를 매우 왜곡시킬 것이므로 우리는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에너지전환이 왜 필요하며,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하는지 신중히 차근차근 풀어나가길 기대해봅니다. 기후위기가 중요한 시대적 사명인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 

 

'대중과의 소통'으로 원자력 바로 알리기에 노력
한국원자력학회는 현재 5000여명이 넘는 개인회원과 56개 기관 회원을 바탕으로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NET (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를 꾸준히 발간하며 과학적이고 전문가적인 지식을 공유하고 있는 한편, 일반인도 원자력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원자력을 바로 알리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어떠한 이점이 있는지, 또 위험은 어떻게 컨트롤하고 있는지 등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원자력학회에서는 원자력 이슈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슈위원회 웹토론회’를 열고 있으며, 우리나라 교수들이 각종 이슈에 대해 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핵 공감 클래스’ 등 유익한 유튜브 채널들과 함께 더 다양한 소통창구를 마련해 대중들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학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렇듯, 에너지백년대계를 위해 원자력의 역할이 필수불가결한 지금, 한국원자력학회를 필두로 대한민국의 산적해 있는 탄소중립의 과제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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