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최초의 여성 총수의 탄생, '장자승계' 원칙 깨부순 아워홈

구지은 아워홈 대표

  • 입력 2021.07.14 14:19
  • 수정 2021.07.15 11:47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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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회 창업주가 1947년 LG를 세운 이래 74년간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삼아온 범LG가에 대이변이 일어났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 구자학 회장의 막내딸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을 해임하고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 6월 아워홈은 이사회를 열어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을 해임하고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구 전 부회장은 보복 운전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끊임없는 자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아워홈은 현재 심각한 적자 문제로 인해 존폐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구 대표의 어깨가 무거운 실정이다. 구지은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인사관리 석사과정을 마친 후 삼성인력개발원과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왓슨와이어트코리아를 거쳐 2004년 아워홈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구자학 회장의 4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으며 후계자 1순위로 거론되던 인물인 만큼 아워홈의 실적 회복과 미래성장사업 발굴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고 후계자 자리를 지켜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매의 난' 속 승기 거머쥔 구지은 대표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외식업계 전반이 직격탄을 맞았다. 아워홈 또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9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전년 대비 13.5% 감소하며 1조6253억원에 그쳤다.  실적 하락은 단체 급식과 외식 등 식음료 사업의 부진이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아워홈은 식음료 사업에서 286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8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2% 주저앉았다. 

이러한 상황 속 아워홈은 구지은 대표가 과거 구본성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내주기 이전 아워홈을 이끌 당시 회사 매출이 3배 가량 성장하는 낸 바, 이번 신임 대표로 취임하면서 거는 기대가 큰 눈치다.

구 대표는 2004년 입사 이후 구매물류사업부장, 외식사업부장, 글로벌유통사업부장, 구매식재사업본부장 등 여러 부서장을 거치며 입사 당시 5000억원대였던 회사 매출을 11년 만에 1조3000억여 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 결과 2011년 글로벌유통사업부 전무, 2015년 구매식재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으며 부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무엇보다 구 대표는 급식 사업을 중심으로 하던 아워홈의 사업 분야를 다각화해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 한식 패스트푸드점 ‘밥이 답이다’, 한식당 ‘반주’ 등 50여 개 외식 브랜드 등이 구 대표가 내놓은 작품이었다. 또 미국의 멕시코 음식 패스트푸드 체인인 ‘타코벨’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국내 처음 선보이는 등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음식 브랜드들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구 대표는 2009년 외식사업 ‘사보텐’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주식회사 ‘캘리스코’를 기반으로 외식사업을 주도했다. 식품 브랜드 ‘손수’ 등을 론칭하기도 했으며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한발 앞서 진출한 것도 구 대표의 안배였다. 아워홈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였던 컨세션 사업에 대한 강화도 마찬가지다.

구 대표는 신임 대표이사직에 오르면서 입장문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아워홈의 전통과 철학을 빠르게 되살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아워홈의 구성원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해외사업·내실 다지기'로 새출발 하는 아워홈
구지은 대표는 최근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 내 단체급식을 수주하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식품·외식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아워홈은 지난 2010년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위탁급식시장에 뛰어들며 해외시장 개척에 물꼬를 텄다. 중국 현지 메뉴에 대한 표준 레시피와 표준 운영 매뉴얼을 구축하고, 중국 식문화를 반영한 메뉴를 신규 개발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에 노력을 기울인 바, 현재 중국 내 10개 도시에서 44여개 위탁 및 오피스 급식업장을 운영 중에 있다. 

중국에서 희망을 얻은 아워홈은 2017년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 내 급식업장 1호점을 열었다. 베트남 1호점을 오픈 1년여 만에 4호점까지 단체급식 점포를 확대했으며 현재 3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베트남 현지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구지은 대표는 내부적으로도 입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아워홈 노사와의 교섭에서 역대 최단 기간의 최고 수준의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아워홈에 따르면 구지은 대표 체제 전환 직후인 6월 25일부터 노사와 임금 교섭에 돌입했고, 13일 만에 임금 교섭안 합의를 이뤄냈다. 임금조정 조인식에서 최근 5개년 평균 임금 인상률을 상회하는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최종 승인했다. 업계에서는 남매 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회사를 떠났던 구 대표가 경영권을 되찾은 후, 사내 지배력을 확대하고 직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임금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구 대표를 비롯한 신임 경영진의 비전을 담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남매의 난'을 거쳐 경영권을 확보한 구 대표가 어떻게 경영능력을 입증해나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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