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을 업그레이드한 4차 산업형 침구전문 편집샵

유봉림 베딩카페 대표

  • 입력 2021.07.26 11:18
  • 수정 2021.07.26 14:29
  • 기자명 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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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상공업 100년 역사에서 1960년대 부산진시장은 서울 동대문시장처럼 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경제의 심장으로 우뚝 솟았다. 전국 3대 혼수시장으로 유명한 부산진시장에는 항상 혼수품을 찾는 사람들이 붐볐고 인근 방직공장과 함께 섬유와 의류 위주로 성장해 왔다. 시민회관 인근 예식장과 귀금속골목, 평화시장과 자유시장, 중앙시장과 현대백화점의 경제네트워크가 탄탄하게 구축되면서 1980년대에는 황금기를 누렸다. 반세기 역사를 이어나가며 부산진시장 지하1층의 사장님들은 어디서 무얼할까? 여기 할머니로부터 3대째 침구사업을 이어온 베딩카페의 유봉림 대표를 만나 그 뒷이야기를 들었다.

 

시대와 함께 진화한 침구편집샵
베딩카페에 들어서자 넓은 공간에 눈이 시원하다. 은은한 커피향과 함께 구석구석의 다양한 소품이 어울러져 마치 촬영장 같다. 매장 끝에는 사무실 부스가 있고, PC앞에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마치 편집샵 + IT회사의 생소한 콜라보를 보는 느낌이다. 경쾌하고 밝은 인사를 손님에게 건네는 대표의 웃음, 그리고 제품을 정리하는 익숙한 행동들이 이어진다. 직업을 선택하고 해온지 오래된 전문직이자 숙련자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할머니께선 1940년대 후반 해방될 때 부산진시장에 ‘운성이불’이라는 침구매장을 열고 원단을 사서 이불을 만들어 파는 일을 시작하셨어요. 그게 어머니, 저까지 가업으로 이어진 거죠"

2015년경 유봉림 대표 홀로 설립한 20여 평의 베딩카페는 일반 침구점의 느낌과 달랐다. 조그만 회사이지만 판매 편집샵 공간이 있어 모든 업무가 동시에 맞물려 흘러간다. 실내에는 대표를 비롯한 직원 4~5명, 나머지 10여명의 직원은 모두 밖에서 영업이나 물류운송, 혹은 코로나시대 재택근무를 하며 각각의 업무를 보고 있다.

"여기가 고속도로, 구서IC와 근접해 교통상 편리하거든요. 처음에는 침구편집샵의 이미지로 침구도 보고 커피도 마시는 공간을 만들려 애썼어요. 이제는 이런 편집샵들도 흔해졌지요"

유 대표와 이사가 잠시 대화를 주고 받는 사이에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작은 일 하나, 오더를 내리더라도 직원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은 아예 습관이 되어 버렸다.

 

유 대표에게 베딩카페의 히스토리를 물었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수직적 직장생활이 저에겐 맞지 않더라고요. 저는 할머니 어머니가 하신 일이 더 재밌게 느껴졌어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자신했거든요"
2000대 초반부터 배운 일은 친근했다. 

"두 어르신 옆에서 물품정리하며 판매부터 배웠죠. 취업을 생각하며 잠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생각했지만 이 일이 더 재밌었어요"

부드러운 침구를 다루는 일은 생각보다 큰 완력을 요구했다. 크고 무거운 이불을 접고 포장해 창고까지 오가야 하는 일이라 웬만한 남성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팔꿈치와 손가락이 이불 무게를 지탱하느라 통증이 유발되기도 했고 먼지도 많이 마셨다. 이런 힘든 일을 딸이 한다니 어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말렸다고 한다.

“제가 좋아해 시작한 일이지만, 처음에는 어머니께서 많이 걱정하셨어요. 하지만 아침 7시에 매장에 나가서 저녁 7시가 되면 다 같이 정리하고 들어오는 일을 하며 원단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고객 응대하고 포장하고 이불 펼치고 접기를 수십 번, 그 뒤 주문받고 창고에서 이불을 옮기고, 고객사에게 납품하는 것은 물론 영업일까지 재미없는 일은 없었어요.”

 

오감으로 체험하는 침구쇼핑
베딩카페 유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침구를 온라인으로만 볼 게 아니라 친구, 가족과 함께 직접 매장을 방문해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롭게 보고 만져보는 오감 행복쇼핑에 집중했다.

"저희가 직접 원단을 수입해 자체 생산하고 디자인하도록 창고 및 모든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고급 소재부터 대중적 소재까지 중량과 사이즈별로 구분해 계절별로 도매가에 올리지만 고객이 만족해야죠. 하지만 생각 외로 손님들은 침구류나 원단에 대해 잘 모르고 오세요. 온라인에서 인기가 좋은 제품이 사실은 그렇게 좋은 소재가 아닐 때도 많고요. 그래서 저희는 '좋은 제품만 엄선해 직접 보고 만지고 사라'는 취지로 이 매장을 운영합니다"

베딩카페는 크게 사업부를 3개로 나누어 운영한다. 온라인을 다루는 인테넷사업부 , 대량주문이나 대형업체를 다루는 호텔사업부, 그리고 이전에 할머니 어머니께서 하셨던 것처럼 도소매를 다루는 일반사업부이다. 특히 청년들 위주로 구성된 인터넷사업부는 열정이 가득하다.

"이불이란 제품은 2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연령에서 구매층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제 나이 또래나 어머니 또래는 물론 젊은 사람들만의 ‘시야’가 필요해요. 그리고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죠. 기관에서 진행하는 청년디지털 일자리 같은 경우는 많이 도움됩니다"

베딩카페 유봉림 대표의 경영철학은 '진심'이다. 침구는 원단과 충전재를 바로 알 수 없으니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

"침구류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판매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이불을 판매해 온 사람이라면 이 원단의 바로 보이는 장점 외 단점이 뭔지도 알 수 있죠. 그런 경우 판매자의 양심으로 단점도 말해줍니다. 무조건 싸게 판매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호텔처럼 대량으로 납품하기 적합한 물품이 있고 충분히 검증되면, 그것을 일반소비자에게도 권하기도 해요"

간혹 저렴하게 들여와 얼마 사용하지도 못하고 쓰레기가 되는 일부 저가형 제품과 다르게 베딩카페 AS를 확실히 할 수 있는 <브랜드 침구제품>이란 점을 어필했다. 심지어 유 대표는 클레임까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오늘의 아픔과 고통, 이것은 자양분이자 성장해 내일을 살아가는 원동력으로 변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 할머니께서는 정직과 성실을 강조하셨어요. 3대가 같이 살며 아침 4시 반이면 할머니가 일어나 나가시고 5시 반이면 어머니가 나가시는 걸 한 평생 봐 왔죠. 당연히 저도 습관이  되어 일출에 맞춰 저절로 눈이 뜨였습니다"

침구만 다룬지 이제 20여 년, 유 대표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그가 선봉장이 되어 펼칠 침구전문편집샵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 지 기대된다.

 

 

She is...
경영학을 전공한 유봉림 대표는 분기마다 꼬박꼬박 서울 경기는 물론 전국의 컨벤션에 참석한다. 젊은 직원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유 대표 역시 시대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이다. 침구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또는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불도 음 식처럼 지역별로 선호도가 조금씩 달라 외부 색상, 두께, 촉감이나 실용성 등에서 지역별 선호성향을 있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Profile
MBC 생방송오늘아침 출연
2020, 2021 SNS 공식서포터즈 출범
오늘의집
2019호텔쇼in부산 외 전시박람회 참가 20여회
2019 시사뉴스 가치경영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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