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서화(詩書畵)속에 피어나는 경계의 미학

김정해 화백

  • 입력 2021.08.26 11:03
  • 수정 2021.09.01 16:44
  • 기자명 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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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부터 유입돼 조선후기 추사 김정희(金正喜)에 이르러 꽃을 핀 문인화. 당시 문인들은 자연의 섭리와 인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필력을 연마하며 사의(寫意)를 표현했다. 문인화는 현대에 이르러 전통적인 맥락을 유지해오고 있으나 이 역시 고정된 예술적 장르가 아니라 시대흐름에 따라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과 특유의 표현기법을 통해 문인화의 장르적 경계를 새롭게 개척한 운향 김정해 화백을 인사동에서 만나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과 독서로 영글어가는 미적 완숙도
유년시절부터 고등학생 시절까지 진주에서 보낸 김정해 화백은 들과 산을 뛰놀며 사시사철 변모하는 대자연을 몸소 체험했다. 그는 크고 넓은 길을 두고 냇물을 따라 통학할 정도로 유별나게 자연을 사랑했다. 매일 함께하며 마주하는 풀, 꽃, 나무, 바위들은 그를 살찌우는 책이자 스승이었다. 

지적 호기심 또한 왕성하여 책만 보면 닥치는 대로 읽기 바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첫 월급을 받고 제일 먼저 산 것 역시 총 7권의 ‘여초 김응현 선생의 편저 서예교본’ 전질이었다. 지금도 작업실내 서재에 책을 가득 채울 만큼 소문난 독서광이다. 자연과 교감하며 얻은 직접체험과 방대한 독서량으로 축적한 간접체험은 훗날 시인이자 화가로 활동 중인 그에게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일찍이 20대부터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주위로부터 촉망받는 시절을 보냈다. 우수 공무원으로 표창장을 받을 만큼 공직생활을 수행했지만 마음속 예술을 향한 지독한 열정이 그를 가만히 두지 못했다. 결국 8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차근차근 서예와 수묵작업을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전통 속에 개성을 녹이며 경계를 허물다  
스승의 필법을 배우면서도 과거의 관성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와 색채로 고유의 색을 드러내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김 화백은 “문인화도 마땅히 현상에만 보이는 색을 넘어 보이지 않는 내 안의 색을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전통에서 수련으로 익힌 것과 자연의 상태에서 익힌 그 합이 형(型)으로 나타나며 그 깊이가 개성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김정해 화백은 과감하고 거침없는 표현방식을 도입하며 문인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입체파적 화면구성, 추상적인 소재, 전통민화 등 소재나 표현방식의 경계를 허물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전통적인 문인화에서 간결한 필치와 엷은 채색으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그가 선보인 실제에 가까운 농채와 정밀한 묘사는 기존 문인화 화풍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이다. 

일찍이 김 화백은 혁신적인 표현기법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한민국문인화대전 등에서 수차례 특선을 수상했다. 지난 2009년 중국 창춘에서 개최한 ‘중국민간예술박람회’에 출품한 ‘반룡송’은 외국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국제미술계에 두각을 드러냈다. 

 

4월 출간한 현대시조집 ‘봄을 초대하다’와 시서화집 ‘꽃다지 분단장하다’에서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그의 예술적 감각이 드러난다. 시조집 ‘봄을 초대하다’는 연시조와 사설시조를 시조의 정형성을 유지하면서 자연에 대한 치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삶의 감각을 일깨우고 있다. ‘꽃다지 분단장하다’ 詩書畵집은 직접 단시조를 지어 글씨를 쓰고 그에 따라 사의(寫意)적 그림을 그렸다. 신사임당 (조선 중기의 유학자, 화가, 작가, 시인) 이후 즉 문인화 삼절, 이 시대 현대적 시서화의 예술성의 면모를 드러냈다. 자그마한 백지 안에 계절이 가져다주는 상상력과 시적 변용의 다양성을 오롯이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에 동·서양화, 한국화에서 문인화를 구분한다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재료, 방법, 소재에 대해서도 구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작가의 오랜 수련 바탕 위에 자연과 생활에 대한 관조에서 오는 것이 미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무애(無碍)에서 오는 추상은 비로소 미의 맛, 개성의 맛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오는 2021.10.13.-10.18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하는 전시회에서는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진주성 등 새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인과 화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문인화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김정해 화백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Profile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학 석사


갤러리 운향풍경 대표
국립강릉원주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인화·민화 지도교수
한국미술협회 문인화 초대작가
한국문인협회 시서화진흥회 부위원장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시조학회 회원
종로미술협회 부회장 종로문인협회 전문위원

개인전 24회, 국내외 단체전 480회
초대작가 : 한국미술협회, 서울미술협회, 경남미술협회
          미술과 평론, 한국소비자연합 묵향회, 세계서예전주비엔날레
수상
2012 BEST INNOVATION-문화예술부문 미술혁신상
2011 대한민국기독교미술협회 걸작상
2009 제5회 중국민간문화예술박람회 세계대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2회 입선 4회
서울미술대상전 특선 3회
경상남도미술대전 특선 2회 및 서예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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