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 '인생네컷'

이호익 인생네컷 (엘케이벤쳐스) 대표

  • 입력 2021.09.24 16:49
  • 수정 2021.09.24 18:08
  • 기자명 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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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친구을 만나면 어김없이 찍곤 했던 추억의 스티커 사진. 개성있는 소품과 귀여운 필터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그 문화는 핸드폰 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오래된 다이어리 사이 혹은 낡은 서랍 한 켠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조각 정도만 남았다. 

최근 SNS피드에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즉석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책갈피 모양의 글로시 인화지에 네 장의 사진은 '스토리'를 담고 있다. 단순히 개인 추억이나 기록을 뛰어 넘어 MZ 세대만의 자기 표현 방식이자 놀이 문화로 새롭게 는 것다. 국내를 넘어 해외진출까지 진행중인 ‘인생네컷’의 이호익 대표를 만나 브랜드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MZ세대의 놀이터
이호익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그중 자동판매기(이하 자판기) 관련사업에서 오랜기간 몸담았었다. 식음료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자판기를 제조하고 관리하는 일을 진행하며 고객의 니즈와 시장트렌드를 바라보는 눈을 키워나갔다. 우연히 사진 키오스크를 보고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영감을 얻었다. 이미 과거의 사진기계가 모두 사라진 상황이었지만, 디지털 시대 정보의 범람 속에 피로해진 사람들이 서서히 '아날로그 감성'을 되찾고 있었던 때였다. 디지털 음원을 두고 굳이 힘들게 LP를 찾았고, 빠른 메일을 두고 몇년 후에 볼 수 있는 우체국을 찾고 아날로그 인화처럼 며칠 뒤에서야 볼 수 있는 힘든 사진앱을 찾으며 부모세대에서 즐겼던 감성을 느껴보고자 했다. 이런 복고, 레트로 감성은 자기표현에 직설적이며 SNS를 통한 공유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좋은 이야기를 선사하며 인기를 끌었다. 

"MZ세대에게 공유하며 놀거리를 주며 과거 추억도 같이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라 확신했습니다. 인생네컷이라는 이름은 가까운 지인이 붙여준 이름인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인생의 찰나를 담아준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잘 맞아 ᄄᅠᆯ어져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웃음)"

사실 이호익 대표는 사진이나 디자인과 크게 관련이 없다. 사진을 찍을 줄도 모르고 디자인 관련 학업을 진행한 경험도 없었다. 단지 그가 가졌던 차별성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며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했고 그것을 또 직접 실현했다는 부분이다. 

"사업을 하며 느낌 점 중 하나가 '여성 동료의 말을 잘 들으면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부족한 감각이나 감성, 유행코드가 분명 존재했고 그때마다 저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확실히 사진촬영의 부분은 여성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할 내용이기에 사업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인생네컷의 사진은 처음 모노톤으로 새로 시작했다. 모노톤으로 진행하면서 가지는 느낌이 레트로에 더욱 적합했고 사진에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보는 이가 쉽게 식상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컬러나 핑크톤을 적극 활용한다. 모노톤에서도 반응은 뜨거웠지만 다채로운 컬러를 활용해 다양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해지며 옵션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역시 주변 파트너들과 여성직원의 적극적 추천으로 이뤄진 변화였다. 

 

 

인생찰나의 행복, 인생네컷
인생네컷의 성공포인트는 무엇일까?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MZ세대의 관심사와 문화에 적중한 사업이다. 예전에 인화한 사진을 잘라 다이어리나 핸드폰에 붙이거나 열쇠고리를 만들어 갖고 다녔던 경험을 윗세대에서 가진다면 인생네컷은 같은 과거 사진처럼 보이면서도 다르다. 아날로그 감성을 충분히 충족시키면서 SNS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기 좋아하는 젊은세대의 욕구도 채울 수 있는 아이템이다. 

"쉽게 말하자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이라고 할까요? 저희 인생네컷에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창의적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기에 '계속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반응이 이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판매원의 권유에 이끌렸던 과거와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자는 경향이 강한데, 이것 또한 부스사진점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봅니다. 많은 이들이 사진에 찍히기를 싫어하지만 이면에 사적 공간에서 자기 모습을 예쁘게 담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극적 성향의 사람은 꽤 괜찮은 사진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사진관에 직접 가기에는 금액적 부분이나 사진사를 마주해야 하는 부담이 컸죠. 그리고 타인의 지시로 사진 찍히는 부분도 부정적 시선으로 남을 수 있고요."

이 모든 것을 해결한 방법이 인생네컷의 사진이다. 인생네컷에 들어서는 순간, 오롯이 나 혹은 나와 동행자만 존재하고 집중할 수 있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는 타인의 시선에서 사진을 찍는 그 순간만큼은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로우며 행복을 느낀다.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표정을 꺼집어 내고 자아를 고찰하게 만든다. 낯가림이 없었던 일부사람의 전유물로 느껴졌던 스튜디오 프로필 사진 못지 않게 부담없는 인생네컷사진으로 더욱 개성있고 멋진 사진연출이 가능해졌다. 이것이 바로 인생네컷이 MZ세대의 문화 깊숙히 들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K-포토의 글로벌 브랜드화
현재 인생네컷의 인지도는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 싱가폴, 캐나다, 뉴질랜드는 물론 자판기형 사진의 종주국 일본에서까지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더 많은 국가에 빠르게 진출했을 겁니다. 미국 내 이미 10개 점포를 돌파해 큰 인기몰이 중이고, 일본에서도 코코샤넬, 돌체앤 가바나 등과 이벤트 제휴, '스토리에디션' 등이 만들어지면서 꾸준히 활동범위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또 월트디즈니코리아와도 라이센스 계약을 2년째 진행중입니다. 일본서 화려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기에 과연 '인생네컷'이 먹힐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기우였죠."

이호익 대표는 사업 초창기, 2017년 무더웠던 여름을 기억한다. 자판기 앞에 사람들 100미터 이상 길게 줄 서 있던 것을 봤다. '아니 이게 뭐라고 이 더운 여름에 길게 줄서 기다리나?'하는 마음으로 시원한 물과 음료를 나눠주면서 나오는 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사람들의 웃음 가득한 얼굴에는 그 누구보다 행복감이 묻어났다.

"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림에도 사진을 찍고 나오는 분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어요. 포토부스 안 길어야 5분 남짓의 시간에서 정말 인생의 귀중하고 행복한 시간을 경험하고 나온 것이죠. 그 때 저는 인생네컷이 마치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트'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짧지만 강렬하고 재밌는 기억을 선사한다고 할까요. 이렇게 건전한 놀이문화가 어딨을까요? 이제는 한류를 바탕으로 세계인이 인생네컷을 즐길 시대가 다가옵니다. 코로나 이후의 '인생네컷'을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이호익 대표는 고민을 창의적 생각과 활동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경쟁사도 늘어나면서 인생네컷만의 차별성이 커진 시점이다. 

"현재 인생네컷과 하이엔드 셀프 스튜디오인 <포토드링크>를 운영 중입니다. 기존 인생네컷이 놀이나 SNS전시를 위한 악세서리 느낌의 사진이었다면, 포토드링크는 좀 더 실용적이며 사실적이며 감각적 표현이 가능한 프로페셔널한 사진을 추구합니다. 단, '포토그래퍼'가 없다는 점은 같아요. 최적의 조명을 제공하고 고퀄리티의 사진을 짧은 시간에 연출가능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광량이나 주변환경은 포토그래퍼의 기술이 아니라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연출가능하고, 경제적 가격으로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프로필 사진을 찍을 수 있죠. 다양한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도 기획 중입니다."

이처럼 인생네컷의 포토드링크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면서 전문가급 사진연출을 할 수 있는 사업영역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을 통해 빠르게 이끌어내며 또 다른 콘텐츠와 문화를 선도해 나간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를 뛰어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갈 강력한 토종브랜드 '인생네컷'. 10개국, 100국을 뛰어넘어 1천샵, 1만 글로벌샵 시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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