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버리고 조금씩 내려놓는 삶

노선호 대한산업보건협회 경남지부 / 창원산업보건센터 지부장

  • 입력 2022.03.28 22:23
  • 수정 2022.04.08 11:38
  • 기자명 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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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호 대한산업보건협회 경남지부/창원산업보건센터 지부장
노선호 대한산업보건협회 경남지부/창원산업보건센터 지부장

일반적 삶은 아니냐는 질문에 노지부장은 무심하게 되물었다. "보통 다 그렇게 안 사나요?"
인생 대부분 등산과 봉사로 보낸 이가 있다. 보기 드물게 산업보건 영역에서 평생 헌신한 의료인이며 ‘마산의 슈바이처’로 불린다. 그는 수많은 수상 중 10여 년 전 받은 국제로타리회장이 수여하는 ‘초아의 봉사상’을 가장 뜻 깊은 의미로 간직하며 오늘날에도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활동해 온 창원산업보건협회 경남지부 노선호 지부장을 찾았다. 

대한산업보건협회는 전국 18개소의 산업보건센터가 있으며, 그중 1972년에 설립한 창원산업보건센터는 마산자유무역지역 내에 위치한다. 센터에서는 주로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건강진단이나 건강상담 및 사업장의 작업환경을 측정하는 사업을 통하여 직업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진행하며, 이외에도 환자진료나 예방접종 등도 시행하고 있다. 

 

인터뷰 시작에 노선호 지부장은 겸손하게 자세를 낮췄다. 
"제가 아침 먹고 여기 나와 근무하고 주말이 되면 등산이나 다니지 특별히 내세울 건 없어요."
등산과 함께 평생 봉사활동을 이어온 그가 등산마니아로 변한 이유는 뭘까? 
노선호 지부장의 고향은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리였다. 동으로는 무학산, 서로는 광려산을 병풍으로 삼고, 앞으로는 세 개의 개천이 앞치마처럼 흐른다고 해서 이름도 삼계(三溪)로 지어졌다. 어릴 적에는 농사일 돕고 산에 소 풀어놓고 나무했던 추억밖에 없고 공부는 뒷전이었단다.
"그러니까 산으로 간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노동이지 취미나 적성하고는 전혀 상관없었죠. 전문의를 취득하고 시대소명에 따라 마산으로 돌아와 개원 후 친구와 어울리면서 차츰 등산의 매력에 빠졌어요." 친구가 산에 같이 동행하자는 소리에 당연히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노 지부장의 친구들 역시 만만치 않았다. 새벽이면 전화하고 봉창을 두드렸다. 마지못해 산중턱 정도만 함께 오르기로 했다. 등산 길 가까이에 있는 해장국집에서 막걸리나 재첩국이 산해진미보다 강하게 유혹했기 때문이었다. 
노선호 지부장은 본래부터 운동신경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같이 간 친구들이 물 먹여주고 과자 주며 달래 겨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래도, 포기를 않으니 친구들 도움으로 무학산(761m)을 7번인가 8번의 시도 끝에 올랐어요. 그것도 한 4시간쯤 걸렸지요. 사람들이 7전 8기 라는 말을 왜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지금이야 2시간도 걸리지 않지만요."

 

포기 않고 올랐던 정상에서 바라본 경치는 상상과 너무 달랐다. 역시 높이 올라야 멀리 볼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렇게 등산의 매력에 점점 빠져갔다. 주말마다 도전하는 재미에 영남쪽 산을 돌다가 백두대간, 즉 지리산에서부터 시작해 태백산과 설악산을 거쳐 진부령까지 걷기도 했다. 물론 생업을 두고 한번에 이어 걷지 못하기에 도상거리 700여 km, 실제거리 1,200km를 3년에 걸쳐 완주했다. 
낙남정맥을 포함한 국내 등산코스를 웬만큼 다닌 뒤에는 해외로 도전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우선 우리나라의 영산인 백두산과 금강산 을시작으로 일본 북알프스를 종주하고 말레이시아의 키나발루, 인도네시아의 린자니,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등 20여 차례에 걸쳐 해외등반을 다녔다. 의미 깊은 사실은 모임에서 한 명의 낙오자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등산모임을 주도하면서 강조한 것이 서로가 윈-윈 하자는 것이었어요. 등산은 1등으로 가건 2등으로 가건 그런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모두가 정상에 서면 되는 것이니까요. 자신이 포기만 하지 않으면 모두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임에 참석한 모두에게 공동우승을 목표로 제일 느린 사람을 중심으로 등산을 하자고 강조했죠. 산에서 빠른 사람이 10분만 앞서가도 뒷사람과 엄청 차이가 나거든요. 늘 따라가기 힘들었던 저의 등산초보시절을 생각해 배려한 조치였죠."
노선호 지부장이 강조한 '배려의 정신'은 차츰 주위사람에게도 스며들었다. 마지막 주자가 느려지면 모두가 물 한 모금 마시거나 간식 좀 먹고 다시 움직였다. 
언젠가 등산 중에 인명구조 활동을 펼친 공로로 마산시에서 표창을 하겠다는 말에 그가 지은 이름이 지금의 '늘벗'산악회다. '늘벗', 우리 모두 평생을 변치 말고 우정을 나누자는 의미였다. 그리고 1986년 6월, 정식으로 늘벗산악회는 탄생되고 지난해로 35년이 되었다. 노 지부장에게 2022년 새해 계획을 물었다. 

 

"1943년생이니 이제는 욕심을 좀 내릴 나이입니다. 산 정상이 아니라 중턱 정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숲길을 걷는 코스가 좋거든요. 그런 곳을 찾아보고 둘레길을 다니는 겁니다. 그 정도만 다녀도 충분히 좋아요. 높은 산을 목표를 세워서 올라도 좋지만, 욕심내어 무리하면 좋지 않겠지요. 그보단 '함께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네인생처럼."

그는 3년 전에 부인과 함께 지리산을 올랐고, 그 다음해엔 설악산을 올랐다. 지금도 노 지부장은 빠지지 않고 매일 30분~1시간 정도를 부인과 산책한다. 그리고 주말에도 시간이 허락되면 2~3시간 이상 산행한다. 이제는 그의 '오름짓'은 산 정상을 향하기보다 주위를 살피며 즐기며 인생의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다.

 

Profile

부산대 의대 졸업 (정형외과 및 가정의학과 전문의) 

前 마산대학교 간호학과 외래교수
前 노선호정형외과의원 원장

대한산업보건협회이사 / 경남지부지부장 역임 
창원산업보건센터 원장
(사)창원따사모(사회봉사단체) 초대회장, 이사및명예회장(현) 
마산중앙로타리클럽회장, 총재지역대표, 지구대회대회장역임 
대한적십자 마산재능봉사회 고문
경상남도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 및 기획이사 
늘벗산악회, 센터산악회, 로타리산악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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