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얼, 풍습을 전하는 한지체험관

박봉덕 닥밭골 한지체험관 관장

  • 입력 2022.07.28 16:03
  • 수정 2022.07.28 18:25
  • 기자명 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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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향을 받지 않은 직종이 있을까? 부산 서구에서 전통한지체험관을 준비하며 종이공예를 이어온 박봉덕 명장의 일이 그 범주에 속한다. 서대신동 구덕 문화공원에서 여기로 넘어온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2022년 닥밭골 한지체험관은 부분 오픈했으며 다음 준비에 한창이다. 평생 종이를 손에서 놓아 본 적 없는 박봉덕 명장을 만나 행동하고 실천하는 예술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닥밭골의 닥나무는 한지 재료
부산에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대표적 도시재생사업으로 진행되었다. 동대신동에는 유명  미술작가 구본호 작가를 주축으로 닥밭골 갤러리 만들기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주민들이 모여 ‘닥밭골 행복마을’이라 칭하고 닥밭골 카페를 행복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었다. 지역민과 희망근로자를 주축으로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벽화를 그렸고 감천문화마을처럼 벽화마을로 관광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닥밭골은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가 많아 붙여진 지명이다. 
부산 서구에서는 2018년 국토부 도시재생 26개 사업의 일환으로 닥밭골 한지체험관을 준비했다. 약 9억의 사업비를 들여 지상2층 연면적 약 100여 평의 공간으로 조성해 1층은 체험관, 2층은 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다. 한 때 체험관은 예산만 축내는 애물단지가 될 뻔했다. 한지를 다루는 일이나 한지체험관을 너무 쉽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구덕에 있는 박봉덕 명장이 움직여야 했다. 

박봉덕 명장은 도시재생사업에 조그만 문화의 힘을 더한다는 역사적 사명으로 기쁘게 공모를 통해 참여했다. 박 명장의 한지관련 역사는 지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닥종이 작가로 유명했던 김영희 선생으로부터 자극 받았다. ‘노란 민들레’의 닥종이 인형을 보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김영희 선생은 국내의 분위기가 종이인형을 그냥 흔한 ‘인형’으로 치부할 때 뉴욕, 독일 등 해외에서 전시했고 ‘종이인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예술작품으로 인식했던 1세대였다. 박 명장 역시 한 짐 쌓은 창호지를 풀어 종이작품을 시작하며 초심으로 돌아갔다.

박 명장은 결혼하며 대구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육아를 하면서도 닥종이 인형작업을 배웠고 작품활동하며 공모전출품을 이어갔다. 부산교육대학에서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관공서나 박물관 프로젝트를 묵묵히 지난 35년간 수행해 온 산 증인이다. 주제는 주로 한국전래동화인 심청전, 흥부와 놀부, 콩쥐팥쥐 등의 인형극이었으나 최근 들어 6.25 전후 우리의 역사적 삶과 우리 전통생활을 주제로 많이 표현하고 있다. 3.1운동이나 짚신 짜기, 달동네 판자촌처럼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다.
“한지의 매력은 다양합니다. 먼저 정서적으로 한국인의 DNA 속에 숨어있는 재료라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죠. 어르신들에게는 치매예방이 되고요. 한 장, 한 장을 붙여 나가면서 어떤 이들에게는 안정감을 뛰어 넘어 심리치료 효과도 있다는 논문도 있습니다.”

사진=닥밭골 한지체험관
사진=닥밭골 한지체험관

 

전통 창호지를 이용한 공예의 무한매력
종이공예는 기본적으로 종이와 풀, 지지 철사 정도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재료의 단순함이 장점이다. 찢은 한지를 풀에 발라 겹겹이 붙이고 말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다.
박 명장의 특허는 현재 인형봉제법과 형이변경(관절처럼 움직임)이 가능한 인형제작기술이다. 한지인형이 쉽게 보이지만 꼭 그렇진 않다. 일주일 2~3회, 최소 3년은 배워야 자재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 지도사1급이 되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교육 준비하는 시점이라 했다. 특히 시나 군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지원비가 있어 저렴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니 잘 이용해 봐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창작작업에서 수 없이 많은 반복작업과 아이디어는 필수다. 박 명장 역시 작은 손가락 같은 미세표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아주 가는 꽃철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지난 번 전남 곡성군에서 진행한 전시회는 5년이라는 준비기간이 필요했던 장기프로젝트였다. 2019년에는 3.1절 100주년을 기념해 미국 뉴저지 주에서 3.1 만세운동을 재현한 닥종이 인형전을 열기도 했다. 만세운동 50여 점을 현지에 기증하며 현지 동포와 외국인들이 공예작품에 관심 갖는 기회를 만들었다.
박 명장의 일과는 하루하루 바쁜 프로젝트와 인형제작이 이어지다 보니 잠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일상이다. 새벽2시에 잠자리 들어 2~3시간도 못 자고 깨는 짧은 수면시간이다. 박 명장은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도 살림을 놓지 않으며 삶에서 자녀들에게 성실과 철두철미한 준비를 강조했다고 한다.

박 관장과 닥밭골 한지체험관을 통해 전통 한지인형의 예술 꽃이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 브랜드로 활짝 피길 기대해 본다.

사진=닥밭골 한지체험관
사진=닥밭골 한지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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