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주의 집중 10분의 법칙을 생각하자

  • 입력 2022.08.31 16:16
  • 수정 2022.08.31 16:17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디슨은 끓는 물에 계란을 넣는다며 시계를 넣었고, 아인슈타인은 점심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가 생각이 나지 않아 학생들에게 자신이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를 묻고 “식당 쪽에서 오셨습니다”에 “아, 그렇다면 내가 점심을 먹었나 보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인간은 어떤 일에 집중하다 보면 그 일 외에는 보이지도 생각나지도 않는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의 착각에 대한 실험인 ‘투명 고릴라 실험’의 결과를 보면 우리가 평소 얼마나 착각 속에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실험을 위해 검정 운동복과 흰 운동복을 입은 선수들이 약 1분간 농구공을 주고받고 있는 사이에 검정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약 9초간 그곳에 나타나 가슴을 두드리다 사라지는 영상을 만들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먼저 흰옷을 입은 선수들이 주고받는 공의 횟수를 세어 보라는 지시를 하고 영상을 보여준 다음 고릴라를 보았는지를 물었을 때 약 50%의 학생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는 답을 했다. 다음에는 바닥에 바운딩하여 패스하는 공의 횟수를 세어보게 했는데 그때는 약 70%의 학생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고,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영상을 보게 했을 때는 90%의 학생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실험 참가자들은 실험자의 지시에 열중한 나머지 고릴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길을 묻고 행인은 그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커다란 문짝을 들고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간다. 그 사이 길을 묻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바꿨을 때 답하는 사람의 약 50%가 길을 묻는 사람이 바뀐 줄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은 그런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1만 원짜리 지폐를 세종대왕의 좌우 눈을 기준으로 세로 방향으로 접은 다음 그 지폐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세종대왕의 찡그린 얼굴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미소 띤 얼굴을 볼 수 있다. 미얀마의 어느 사찰에 가면 입불상이 있는데 멀리서 보는 경우와 가까이 가서 보는 경우 불상의 얼굴 모습이 달리 보이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인간은 현상만을 갖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눈앞의 것은 볼 수 있고 주요 사건은 기억할 수 있으며 배운 것은 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며칠 전에 주유소에서 차에 주유를 한 다음 큰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좌측 차들의 흐름을 주시한 다음 우측으로 핸들을 돌리는 순간 옆에 탄 친구의 “스톱!” 하는 소리에 브레이크를 급히 밟은 적이 있다. 우측을 보니 자전거를 탄 사람이 차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친구가 아니었으면 인사 사고를 낼 뻔한 상황이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목격자들을 찾아 그때의 상황을 물어보면 같은 시간에 같은 장면을 목격했으나 전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삶에는 집중이 착각을 일으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나, 학습에서는 집중은 학습력을 증진시키는 원동력임을 생각하자. 오즈번은 인간의 사고 과정을 흡수력, 파지력, 추리력, 창의력으로 이야기하면서 관찰과 주의 집중에 의해 맨 먼저 흡수력이 신장됨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녀들이 학교 수업시간이나 집에서 숙제를 할 때 시작한 지 몇 분 후면 지루함을 느끼게 될까? 너무 지루하지도 않고 아주 재미있지도 않은 보통 정도의 흥미로운 강의를 들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10분쯤 지나면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다른 생각이 들어와 본 학습을 방해하게 되어 있다. 강의를 듣다 보면 강의 내용의 중요성이나 강사의 강의 방법, 개인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 10분 정도가 지나면 잡념이 뇌에 들어와 본 학습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한다.
  
아주 재미있고 관심 있는 강의인 경우에는 잡념이 들어오는 시간이 늦추어질 수는 있으나 그것을 피할 수는 없다. 감동을 주는 강의, 공감이 가는 강의인 경우가 아닌 실망과 지루함을 주는 강의를 듣는 경우는 아주 짧은 시간에 잡념이 들어와 학습 효과를 떨어뜨린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여러 가지 생각 때문에 책 내용에 집중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기도 할 것이다. 이 같은 잡념은 누구나 갖게 되어 있고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학습 효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자녀가 숙제를 하는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여아보다는 남아가 시작한 지 몇 분도 안 되어 “엄마, 화장실에 가고 싶어”, “엄마, 목말라”. “엄마, ○○ 좀 가져올게”와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야, 공부 좀 진득하게 해봐라. 그렇게 참을성이 없어 되겠느냐?” 부모는 몇 분도 안 되어 주의 집중이 흐트러지는 자녀의 공부하는 모습에 실망하면서 집중 학습을 강요한다.

 

  
자녀들이 가정에서 스스로 학습을 할 때 남녀 성별, 나이, 학습과제의 수준과 자신의 실력 그리고 주위 환경에 따라 주의 집중도가 다르게 나타남을 생각하자. 가정에서 공부하는 자녀를 옆에서 지켜보되 싫증을 느끼는 경우 질책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는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다.
  
자녀가 학습에 집중하는 시간을 살피다가 주의 집중도가 떨어져 다른 행동을 하려는 모습이 감지되면 부모가 먼저 학습 상황에 변화를 주는 시도를 해보자. “화장실 가고 싶니? 어서 다녀와라”, “물 먹고 싶니?”, “과일 좀 먹고 할까?”,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께 무슨 질문했니?” 부모는 자녀에게 주의 집중 시간의 연장을 강요치 말고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을 알아 새로운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자녀들의 비언어적인 행동은 감각적 인지, 분석적 인지, 평가적 인지 과정을 거쳐 알아낼 수가 있다. 자녀들이 공부를 하다가 행동의 변화가 오면 3초 정도면 그 행동을 인지하고 20초 정도의 분석적 인지 과정을 거쳐 30초면 평가적 인지로 자녀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소통의 90% 이상은 비언어적인 것, 신체적인 것임을 생각하고 자녀가 말로 표현하기 전에 표정이나 신체적 움직임을 미리 살펴 집중학습에 대처하자.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