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명장’이 걸어온 기계조립 기술자의 길

오정철 기계조립 명장/현대중공업(주) 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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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부터 지금까지 약 36년간 현대중공업에서 근속해오고 있는 오정철 명장은 2017년 기계조립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오 명장은 청소년 시절, 기계 기술자가 되기 위해 경북기계공고 정밀기계과에 입학 후 관련 대회에 참가하는 등 이른 시기부터 기계와 친숙했다. 이에 이어서, 현재는 어린 학생들에게 기계조립에 관련한 특기 계발, 체험 학습 등의 기회를 제공하여 후학 양성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피플투데이는 오정철 명장을 만나 그의 기술에 관한 열정을 느껴보는 시간을 보냈다.

21세기 거북선의 선구자, ‘거북선 명장’
오정철 명장은 현재 유일무이한 ‘거북선 명장’으로 통한다. 2014년, 대외 활동으로 전수를 시작하며 콘셉트를 찾은 결과 거북선 프로그램을 떠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거북선 형태의 나무 저금통 모형 재료를 채색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해를 거듭할수록 욕심이 생겨 금속 거북선 모형을 제작하거나 3D프린팅 형태로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하며 거북선 모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K-Smart Ship 기술과 더불어 생활 속에서도 친근한 거북선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현대중공업의 창업 신화와 더불어 우리 민족의 상징적 기술 문화유산인 거북선 모형은 주조로 형틀에 넣어 찍어서 만드는 모형 제품은 나와 있어도 조합해서 만드는 금속 제품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있는 것들을 응용하고 제 나름의 디자인 요소와 결합하여 만들었죠. 거북선은 민족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으니까 이를 홍보해서 유지하고 계승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서 거북선 디자인에 기계조립의 요소를 가미해서 후학들이 재밌게 체험할 수 있도록 모형을 개발했습니다. 우리 국민의 특별한 손재주를 학생들에게 일깨우고, 그럼으로써 기술 민족의 혼(魂)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 명장은 기술자인 동시에 창작 활동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로도 자리매김했다. 최근 오 명장이 개발하는 거북선은 생활 친화형 ‘감성거북선’이다. 단순히 장식을 위한 거북선 조형물에 한계를 느껴 램프나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미해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결과다. 또한, 거북선 디자인의 빔프로젝터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유행하는 캐릭터 띠부띠부씰 스티커에 대응하는 거북선 스티커를 만들어 명장 전시회에서 배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거북선 보급화 활동을 위해 오 명장은 더욱 넓은 분야의 기술 연구에 끝없이 매진하는 모습이다.

“저는 기술자이지만 금속 공예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어서 작가로도 통합니다. 여러 가지의 일을 복합적으로 진행하며 서로 융합하는 걸 보면 ‘아, 이게 내가 가야 할 길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나무로 시작했다가 첨단기술로 금속을 다루고, CAD-CAM 제어 기술로 가공하고, 3D모델링으로 부품도 만들어내어 조합해서 완성된 형태를 다양하게 바꿔보는 등 분야를 넓히고 있어요. 한 가지에 집중하면, 거기서부터 파생되는 기술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몸소 실감합니다. 이것이 기술 수준이 고도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명장은 부산과학기술대학교(BIST) 창업 동아리에서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하며 에너지, 혹은 잠재력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의 유기적인 작용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저희 회사 공장 외벽에는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길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정주영 창업자님의 말씀이 걸려 있습니다. 나 혼자서 잘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더불어 같이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뜻에 공감합니다. 그러한 노력이 거북선에도 녹여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모두와 나를 위한 길, ‘기부 활동’에 힘쓰다
오정철 명장이 강조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발자취는 그의 기부 활동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현재 현대중공업그룹 1% 나눔재단에 참가하거나 어르신 급식 봉사 단체 후원 등 다양한 금전 기부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다. 또한, 명장이 되고난 후 받은 상금을 사회 공헌하고자 시작한 대한적십자사 기부도 횟수로 6년째다. 

“작년에는 산불, 올해는 코로나19 관련으로 어려운 시기에 적은 금액이라도 보태드리고자 했습니다. 기부의 본연 목적은 힘드신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지만, 그뿐만 아니라 기부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계속 쌓아간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한 해 한 해 누적된다는 느낌으로 기부를 계속해오고 있는데 벌써 6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부담감이 느껴지는 것보다는 기분이 좋죠. 기부함으로써 다른 분들도 좋게 받아들여 주시고, 저 스스로도 만족스러우니까요. 나와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공인으로서의 제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능기부 활동 또한 이어오고 있다. 기능장회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모여 사회공헌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도배 장판, 전기시설 보수 등 취약계층의 주거 공간을 개선한다. 중학교에 방문해 찾아가는 숙련 기술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계 기술자의 업무에 관해 알리기도 한다. 오 명장은 코로나19 상황 이전엔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서 해외 재능기부 활동에도 나섰다고 전했다. 이 역시 거북선 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태극 문양이 새겨진 거북선은 거북선과 동시에 한국을 알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해외봉사자를 10명 정도 모집해서 소그룹을 구성합니다. 물품 기부를 하거나 재능봉사도 하는데, 제일 근본적인 의미는 자기만족과 보람이지만 10명이 함께 움직이다 보면 팀워크도 생깁니다. 이러한 봉사활동에는 국위 선양, 민간 외교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지만 그런 부담이 없더라도 스스로 의미가 큽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지금 하는 후회는 과거에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에 대한 반성이다’라는 말이 있다. 오 명장은 이 말을 새기며 기술 연구에 매진한다. 

“바쁜 건 사실이지만 일을 마친 다음에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살아 온 기계 기술자 길에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 50대 초반인데도 저한테 뜻밖의 기회가 많이 오고 있어요. 회사 안에서 묵묵히 일만 하는 기술자가 아니고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열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술자라고 자부합니다.”

오 명장은 앞으로 기계 전문가로서 나아갈 예비 기술인들에게 직업의 다양성을 긍정하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어떤 이에게는 월급을 많이 주는 것,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것, 덜 고생하는 것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오정철 명장은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아 그 분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힘든 일을 안 하고 큰 보람, 큰 소득, 자기만족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 당장 내가 처한 상황보다 더 최악의 환경은 항상 있으므로 내가 가진 행복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직종에서 전문가가 되거나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힘든 일을 겪어야 하는데, 저는 경험을 통해 정신력을 키우고 참고 견디다 보면 버틸 수 있고 이후에는 반드시 성공한 미래가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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