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에서 찾아낸 ‘나’, 그리고 인간의 삶

한수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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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위에 색을 올리고 덧바를수록 묵직한 아름다움이 구현되는 유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 받아온 재료다. 한수정 작가는 유화에 집중하며 다양한 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미술 사범대학 시절부터 유화에 매료되어 작가로서의 삶을 꿈꿔 온 한 작가는, 교직에 몸담았다가 결혼 후 전업주부 생활을 영위해나가면서도 미술에 관한 갈망을 놓을 수 없었다. 이후 끝내 예술대학원 미술학과 졸업을 마친 후 경제활동과 더불어 본격적인 작가 인생을 시작했다는 것이 한 작가의 설명이다.

“온전하게 그림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경제적 독립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 작업 활동을 위해 가족에게 내 시간을 맞추는 것이 아닌 내 인생의 시계를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경제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조금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작업은 꾸준히 손 놓지 않고 죽을 때까지 하고 싶습니다.”

 

한 포기 풀에서 인생을 보다
한수정 작가는 풀의 다양한 면을 포착해 캔버스 위에 그려낸다. 풀 중에는 나물 같이 유용한 풀이 있는가 하면 인간에게 해롭다고 여겨져서 잡초로 뽑혀지는 풀도 있다. 또한,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도 하는 등 한 포기 풀엔 세상의 모든 서사가 담겨져 있는 듯 보인다. 

“어느 날 도심 속의 풀에서 인간의 삶을 발견했습니다. 풀은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억척스러운 환경에서 뿌리를 박고 새싹을 돋아냅니다. 그러다가 이름도 없이 사라져가는 풀이 꼭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다 비슷해 보여도 다양한 면을 갖고 있는 풀을 보며 인간과 비슷하다고 느끼게 됐고, 그 이후로 풀에 매료되었습니다.”

현재 풀을 그려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한 작가는 또 어떠한 방식으로 작품이 변할지는 모를 일이라며 앞으로는 대학 시절 소재로 했던 산, 별, 달, 구름 등의 자연물을 풀과 함께 병행하여 그려내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은 풀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는 자연 중 하늘이나 별, 달과 같은 소재로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소재나 표현이 변하고 바뀌어도 제가 작품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늘 삶과 죽음이었어요. 어려서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이른 나이에 삶과 죽음을 들여다봤습니다. 사람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도 태어나고 죽을 때의 모습은 모두 한결 같습니다. 타인의 이목을 가지고 죽는 사람은 없으며, 거대한 우주 안에서 나는 다른 존재라고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사실 풀 한포기 존재와 마찬가지인 거죠. 이러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단지 풀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풀 속에 인생을 담아내는 게 제 작품의 목표입니다.”

진정한 작품이란 작가의 영혼이 담긴 것
예술로서 자신을 알리고 싶거나 부를 추구하기 위해 대중성에 집중하는 작가가 있는가 한편, 자신의 내면세계를 펼치기 위해 예술 활동을 계속하는 작가가 있다. 한수정 작가는 그중 후자에 해당한다. 한 작가가 생각하는 작가란, 속세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루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미술을 통해 작가로서 이름을 날리거나 경제적인 부를 추구하고, 대중성 높은 작품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작가의 모습은 작품에 자신의 철학을 담는 겁니다. 시대를 떠나 어느 누가 보아도 작가의 철학과 정신, 그리고 영혼이 담긴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그런 작품을 그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 작가는 항상 작품 활동을 하면서 대중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 바로 서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전시회에 참여하거나 개인전을 꾸준히 열어볼 생각이고, 인생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죽을 때까지 작가로서 붓을 놓지 않고 작품을 하다 죽는 겁니다. 지금 제가 할 일은 저 스스로 제 작품에 충실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작품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있을 거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건 일단 제가 열심히 제 작품을 세상에 드러냈을 때 가능한 거니까요. 아직 부족하지만, 작품으로 저의 세계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Profile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 졸업
계명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2회
2018-2021 국제 H.M.A 예술제
2018 한국 국제 미술대전(용산 아트홀)
2019 제25회 일본 마스터즈 대동경전
2020 서울 조형 아트페어, 부산 국제 화랑 아트페어
2021 제53회 일본 신원전(동경도 미술관)


한국 심미회 회원
사)한국예술작가협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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