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사업자에서 나전칠기 작가가 되기까지

국승천 나전칠기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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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칠기는 건축, 가구, 벽화 등의 기물에 자개로 문양을 세공한 후 옻칠하는 공예다. 나전은 조개, 소라, 전복 등의 패각류 껍질과 거북, 상어, 소뿔 등의 갑각류 껍질을 재료로 쓰며, 칠기는 기물 위에 옻칠하는 것을 뜻한다. 나전칠기 문화는 천 년 전 고려시대의 기록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한다. 피플투데이는 국승천 나전칠기 작가를 만나 전통 기술에 관한 자세한 근황을 들어보았다.

 

서울로 상경한 가구 사업자, 명인 예술가로 거듭나다
국승천 작가가 처음 가구 사업에 뛰어들었던 20대 시절, 아파트 문화가 자리 잡기 이전에는 나전칠기 가구 로망이 널리 퍼져있었다. 이후 아파트가 들어서고 서양식 인테리어가 유행한 후부터는 공예 가구의 수요가 줄어들었다. 국 작가 또한 문화와 경제의 혼란에 따라 성황리에 사업을 진행하거나 사업이 기울어 접는 등 현대 나전칠기 흥망성쇠를 함께 지나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 작가가 지금까지 나전칠기 명인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꾸준한 성품 덕으로 보인다. 사업을 접었던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왔던 일을 계속해나가고자 했던 뚝심은 지금의 이산옻칠공방 설립으로 이어졌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나전칠기 문화의 흐름에 제가 따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기성품을 10개씩 제작해서 가구점에 판매하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규격으로 맞춤 주문을 해서 제작을 의뢰합니다. 이제는 왕성하게 작품을 여러 개 만들어낼 수 없는 나이이기 때문에, 작가로서 좋은 작품에 집중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게 됩니다. 작품을 완성했을 때 낙관을 찍어달라는 문의를 받을 때마다 시대가 바뀌어 전통공예 문화재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존재가 되었구나, 체감하기도 합니다.” 

 

최근 국승천 작가는 ‘제21회 원주시 한국옻칠 공예대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원주는 전 세계에서 품질로 손꼽히는 옻의 생산지이며, 나전칠기 인간문화재 김봉룡 선생이 활동하던 곳이기도 하다. 
국 작가가 이번 공모전에서 출품한 작품은 ‘천룡천봉문 관복함’이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나전칠기 공모전인 만큼, 까다로운 전통 기술 중 하나인 목심저피칠기 기법을 활용해 제작했다고 전했다.

“잊혀가는 나전칠기 최고의 기술을 한번 발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잘 쓰이지 않는 조개껍질과 구리로 만든 동선, 거북이 껍질인 대모를 사용했고, 철갑상어의 가죽, 어피로 관복함을 만들었다는 옛 기록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봉황과 용의 머리는 대모로 표현했고,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자리에는 어피를 덧대어 마감했습니다.”

전통의 흔적을 남기는 일
나전칠기 가구 문화가 성행하던 당시, 거금을 들여 장만하고 평생 아끼며 사용한 가구는 아무리 상태가 좋지 못해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최근엔 이러한 자개장의 리폼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국 작가는 리폼 샘플 제작 문의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관련한 일들을 해오고 있다.
신생 문화가 옛 관습의 자리를 차지하며 많은 것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다. 하지만 옛것에 주목해 리폼을 거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자신만의 독특한 물건을 추구하면서 수공예 물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점차 나타나는 추세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나전칠기 문화가 다시 한 번 부흥을 맞이하길 소망해 본다.

“시간이 흐르며 나전칠기 기술과 기술자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습니다. 열악한 환경과 기술의 어려움 때문에 현장에서 새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없으니까요. 사명감이라고 하기엔 거창할지 몰라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공모전을 통해 작품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상을 받아 귀속된 제 작품은 세월이 흘러 우리가 죽고 없어도 그 자리에 존재할 것이고 후대 사람들이 그걸 보며 저희의 기술을 알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으로 공예문화의 발전과 융성을 위해 힘쓰고 싶습니다.”

 

Profile
2022 제21회 원주시 한국옻칠공예대전 대상 수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21 제20회 원주시 한국옻칠공예대전 동상 수상
2019 한.영 수교 70주년 기념 나전과 옻칠 특별전 <런던 아시아하우스>
2018 청와대 사랑채 나전과 옻칠 2천년 빛으로 평화를 담다 특별전
2018 헝가리 한국문화원 전시 참가
2018 이탈리아 알바노 디오체사노 박물관 전시 참가
2017 이탈리아 한국문화원 전시 참가
2013 한국 나전칠기 기능경기대회 옻칠 부문 대상 수상
2013 강원 전통문화 예술대전 최우수상 <강원도의회의장상>
2013 명인인증 <제13-1116-24호>
2012 제4회 국제전통예술대전 입선
2011 국제 전통 예술대전 특별상
2011 전북 전통공예 추천작가
2011 문화재 수리기능자 자격증 취득 <자격번호 006176 문화재청>
2011 프랑스 국제 박람회 전시 출품
2010 한국 나전 옻칠21인전 출품 <서울 COEX>
2010 전주 전통공예전국대전 대상 수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09 건국 90주년 기념 중요무형문화재 인증 표창
1994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상 수상
1992 초대작가 출품 (문화부 후원, 대한민국옻칠공모전)
1992 서울국제가구전시회 출품 <서울 COEX>
1985 중요무형문화재 제54호 끊음장 심부길 선생 교육 수료
現 이산옻칠공방 운영, 근대황실공예문화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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