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쉼터, 혜성사

혜성사 진공 주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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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갈수록 악화하는 경제 위기, 혼란스러운 국제 상황과 맞물려 현재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개인, 또는 소수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세태를 견디기 위해 안식처를 찾는다. 저마다 다른 형태와 방식으로 위안을 얻지만, 그중 종교는 현재까지도 사람들에게 대중적인 평화의 공간 중 하나로 여겨진다. 특히 불교는 개인주의에서 이기주의로 흘러가는 사회의 병폐 속에서 포용과 상생의 가치를 중시하며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준다. 한편, 대부분의 절이 산속이나 외진 곳에 있어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심에 자리 잡은 혜성사는 창건한 이래부터 굳건히 전통적인 불교의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 피플투데이는 서울의 중심지 종로구에 위치한 혜성사의 진공 주지 스님을 찾아가 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통적인 불교 생활의 명맥을 잇는 스님
알 수 없는 이유로 병을 앓아 회복을 위해 절에 들어온 어린아이는 이른 나이부터 불교, 역학, 철학 공부를 거치며 혜성사를 세워 어느덧 약 30년의 세월 동안 운영 중이다. 진공 스님은 불자가 아닌 일반인 또한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종로구 한 골목의 노화한 한옥을 거금 들여 약 4년간 수리하고 부처님을 모셨다. 일곱 살의 어린 나이부터 시작한 불가에서의 오랜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 자연스럽게 근본적인 절의 역할 수행으로 이어졌다. 진공 스님은 현재 불교 전통의 핵심은 고스란히 계승하며 필요한 부분은 현대화를 취해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절 생활은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입니다. 먹기 위해서는 농사를 짓고 산속에서 나물을 따고 장을 담그는 일부터 김장까지 스스로 해야 하죠. 이를 ‘울력’이라고 합니다. 저 또한 옛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직접 승복 등의 불교용품을 만드는 공방을 절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불교 수행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윗세대들과 달리 현시대의 젊은이들은 불교와 절에 친숙하지 않다. 하지만 괴로움과 고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령과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는 쉼터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의 사찰은 젊은 층들에도 부처의 가르침을 알리기 위해 보다 친숙한 방법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한다. 

“저는 승복을 행사 외에는 입지 않습니다. 승복을 입고 대중들 앞에 서며 종교인으로서 위압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필요하다면 현대화 되어야 하는 게 맞는 거라고 봅니다.”

종교적 삶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무료해 보일 수 있으며 수행 생활 또한 쉬운 길이 아님이 분명하다. 특히 절에서 스님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버려야 하고, 많은 인내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진공 스님은 혜성사에 방문하는 보살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삶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혜성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영산재 보유 사찰로, 영산재, 천도재, 49재 등의 법회를 진행하며 보살들의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해오고 있다. 

“절은 절집이라는 말로도 불립니다. 집은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이죠. 예전엔 절 생활을 하며 절 밖을 원하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봐 생각하면 저는 이 생활이 좋습니다. 혜성사를 지키며 오시는 분들에게 좋은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지금의 생활을 좋아합니다.”

도심 속의 안식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충족해야 할 것, 기본적인 욕구의 기준치는 점점 높아져만 간다. 경제적인 물질, 인간관계 등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자 경쟁을 거치다 보니 어느덧 인간성과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진 사회다. 
진공 스님은 이러한 상황에서 “생각 차이 등으로 서로 잘 맞지 않아 많은 사람이 홀로 살아가는 실정”이라며, “부처님이 ‘나를 버려야 세상이 온다’라고 말씀하셨듯이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맞춰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새로운 형태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경제적 상황 등으로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앞으로도 더 심해질 전망이고요. 이러한 상황이니만큼, 많은 사람이 병약해지고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겠습니다. 이럴 때 사람들을 위해 절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사람들의 삶과 앞날을 바라보고 기도를 드리며 수행을 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위안을 줄 수 있는 안식처로서 자리 잡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음을 달래며 평안한 마음을 가져갈 수 있도록 편리함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절은 나 스스로가 편안한 상태를 원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전도 활동을 하지 않아요. 불교를 믿으라고 무조건 강제하거나 권유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내 마음속에 있는 부처님을 잘 모셔서 마음의 수양을 통해 평안함을 얻고자 스스로 절에 찾아와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스님은 지역 도심지의 문화재 사찰로서 현재와 같은 위치를 지키며 불자들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쟁과 이기심이 사회를 물들이고 함께 잘 살아가는 세상은 꿈만 같은 이야기가 된 요즘, 베푸는 마음을 중시하며 몸소 실천하는 진공 스님의 행보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 

“누구나 와서 치유할 수 있는 좋은 절을 세웠지만 이건 제 재산이 아닙니다. 수많은 불자들의 재산이기 때문에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여태 그래왔듯이, 혜성사에서 큰 욕심 없이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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