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머물러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시각 예술

채소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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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추상화는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운 그림이라고 여겨진다. 추상화는 추상적인 관념만을 그리는 그림이 아닌, 점·선·면과 색채의 순수조형요소를 통해 어떠한 대상을 표현하는 그림 갈래다. 작가는 대상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고 그것을 본인의 자아, 더 나아가 지구적·우주적 시선으로 캔버스에 독창성을 부어버린다. 그렇기에 사실을 그린 구상회화보다 화가의 감정과 내적 이미지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추상화를 대중들과 함께 즐기고자 붓을 든 화가가 있다. 바로 채소정 작가다. 피플투데이는 ‘감성 추상화가’ 채소정 작가의 작업 이야기가 궁금해 작업실을 방문했다.

 

 

감성 추상화가,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그리다
5월 5일부터 28일까지, ‘나눔갤러리 블루 5월 5일 특별기획전’에 채소정 작가가 참여한다. 5월 31일부터 6월 5일까지는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아트서울2023’에 참여하며, 7월 12일부터 18일까지는 마루아트센터 그랜드관에서, 8월 3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형상으로 구현한 채 작가의 작업물이 다수 공개될 예정이다. 
이렇듯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채소정 작가가 그림 작업을 시작한 건 전 지구적 위기인 코로나19의 서막부터다. 승무원으로서 하늘을 나는 채 작가는, 그림 감상과 소장을 즐기는 것에 이어 땅에 발붙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한 신진작가이지만, 채 작가의 표현에는 거침이 없다. 아크릴, 분채 등 재료에 구애받지 않으며 액션페인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중한 감정을 형상화한다. 채 작가가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창의적 우주 공간’에서 이뤄진다. 채 작가의 수묵 추상 작품들의 주요 소재는 우주이며, 채 작가는 그 공간을 작가 자신만의 공간으로 명명한다. 그러한 공간에서 채 작가는 긍정과 부정을 초월해 어떠한 감정도 끌어안고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혼란스럽고 우울하거나 사랑받지 못하거나 실패한 감정 등 모든 부정적인 요소도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고, 그것들을 인정하고 바라볼 때 비로소 나답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채 작가의 견해다. 어둠을 알아야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소견을 대중들과 함께 즐기고자 조심스레 화폭에 담는다.  
감정을 그리는 작업인 만큼, 채 작가의 캔버스에는 그녀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전원주택에서 개와 고양이, 나무, 꽃들과 살아가는 모습, 승무원으로서 하늘을 내려다보는 색다른 시선, 정원에서 바라보는 꿈꾸는 나무 등 인생과 미래에 관한 희망, 그리고 ‘꿈’에 집중한다. 

 

 

“자면서 꾸는 꿈은 무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고 저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촉발시킵니다. 우리는 자는 상태로 인생의 3분의 1을 보내는데 사실 그럼에도 일상적으로 꿈에 관해 신경 쓰고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죠.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 생물이 잠을 자는 행위, 그럼으로써 꿈을 꾸고 무의식을 발현하는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동시에 이루고자 하는 꿈, 그런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우리와 다른 생명의 권리와 자유를 인식하고 존중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림은 고흐처럼, 인생은 피카소처럼
“고흐의 그림을 사랑합니다. 그의 슬프고도 힘들었던 사생활이 아닌 사물을 표현하는 그의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명작을 사랑하고 네덜란드 고흐 뮤지엄에서서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든 채 서성이던 저의 30대를 기억합니다. 또한, 스페인 피카소 뮤지엄에서 고가의 에디션을 하나 사고 흐뭇했던 최근까지 그 감정을 기억합니다.”

채소정 작가는 “그림을 잘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모든 사람의 눈길을 붙잡고 그 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그런 그림이 진정한 공감의 코드가 아닐까”라며, “피카소처럼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아보고 싶다면 너무 세속적인 소망일까”하고 묻는다. 그녀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싶다면 우선 내 주변을 정돈하며 가꾸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작게나마 그 위대한 일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소녀처럼 웃었다. 

“삶을 즐기며 오랫동안 그림 작업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제 유일한 희망이나 꿈이 있다면 정말 오래오래 저만의 독특한 그림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요. 최고의 그림보다는 살아 숨 쉬는 한 숙명처럼 꾸준히 오래 작업할 것이라는 걸 약속드리고 싶습니다. 또, 제 작업으로 지식인이나 예술인 등 소수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이 아닌, 모두가 이해하고 즐기는 그림 문화를 만들고픈 소망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은 확장되고 다양화되는데, 그러한 시공간을 잇는 통로가 예술이었으면 합니다. 비록 소수이더라도 힘들고 아픈 사람들, 그림을 잘 모르는 평범한 이웃 사람들을 위한 그림을 위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추상화를 그리고자 끝까지 붓을 놓지 않겠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그림을 즐기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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