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본능, 양면성을 담는 미술

허성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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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근본적으로 공간과 시각의 미학이다. 물감과 연필 등 ‘미술 재료’를 사용해 형상을 드러내던 전통적인 미술과 달리 최근에는 ‘시각 예술’의 본질에 집중해 작가의 철학을 구현하는 작업물이 눈에 띈다. 프로그램을 활용한 3D 드로잉 및 에셋을 이용한 콜라주, 혼합재료로 공간감과 색다른 샤프함을 표현하는 허성지 작가 또한 그중 하나다. 신소재공학 출신의 허 작가는 ‘미술’이라는 언어로 이성(reason)과 본능(instinct)의 대담하는 그 순간을 그리며 시각화하는 과정이 하나의 창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여정에 있다.

 

“수학이 논리를 위한 기본 언어라면, 미술은 창의를 위한 기본 언어”
최근 허성지 작가는 첫 개인전 <양면성을 위한 코드>을 개최하며 ‘Walk to seat(앉기 위해 걷다)’, ‘Virtuous cycle of Destruction(파괴의 선순환)’, 등의 3D 드로잉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전시회에서는 ‘A Dog of Flanders(플란다스의 개)’, ‘Reverse Matiere(역마띠에르)’ 등 3D 드로잉에 혼합재료를 접목한 신선한 작품이 공개됐다. 첫 개인전의 제목처럼 허성지 작가 작업의 일차적인 주제는 ‘양면성’이다. 어떤 한 개념과 대치되는 개념을 동시에 표현함으로써 관객과 새롭게 소통하는 작업이다.

“공학에서 쓰이는 캐드 등의 프로그램은 주로 특정 형상을 그리는 ‘모델링’의 역할을 합니다. 모델링의 주체는 대체로 기계나 재료 부분의 표현입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이음새로 쓰이는 반듯한 모양의 걸쇠를 모델링하다가 실수로 휘어진 모양을 만들었는데 그 형상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모델링을 실수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적이 많았지만, 유독 그때 만들어진 형상이 마음에 들어 특정한 목적 없이 무한대로 해석 가능한 형상물의 탄생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특히 3D 프로그램이라는 조금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계산적인 도구로, 이와 완전히 반대에 대치된 창작 행위를 한다는 개념에 매료되어 ‘양면성’이라는 주제에 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3D 프로그램 예술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생겼습니다.”

양면성은 대치되는 속성으로 그 개념을 강조하고 우리의 이목을 끈다. 또한, 그러한 집중은 수많은 의문을 만들어내며 개념의 무효 가능성을 이끌어낸다. 허 작가의 양면성 작업은 한 개념을 백지화함으로써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보자는 제안이다. 이에 ‘게슈탈트 붕괴’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허 작가는 “3D 프로그램의 생생한 표현이 역설적으로 그 샤프함 때문에 대상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확고한 틀을 부수는 고정관념 해체의 작업이기도 하다. 허 작가의 작품에서 매우 선명한 기존의 형상은 오히려 그동안 우리가 불변한다고 믿어온 개념을 와해한다. 그러므로 비로소 관객은 마음껏 작품을 곡해할 자유를 갖는다. 

“단순히 생생하고 사진 같이 선명한 형상은 상대적으로 감각 전달에 한계가 있고 극히 중립적이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추상적인 작품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감상하는 것과 반대로 사진 혹은 극사실주의 작품을 볼 때는 개인의 감정과 해석은 배제한 채 중립적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사실적인 공간과 충만한 샤프함에 과도하게 몰입했을 때 대상의 정의를 잊어버리거나 이질감을 느끼는 ‘게슈탈트 붕괴’가 유도된다고 봅니다. 또한 이를 통해 단시간의 관조로도 감상자 개개인이 본래 갖고 있던 선입견을 새롭게 느껴진 감각과 자연스럽게 융화하여 감정적으로 합리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소통을 끌어내는 미술
중학교 미술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미학적인 환경에 친숙했던 허성지 작가에게 창작은 매우 당연한 활동이었다.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 점토 조형물 만들기, 오디오 등 기계 조립으로 이어진 취미 생활은 자연스럽게 공학 전공으로 이어졌지만, 혼자 품고 있던 장면을 타인과 공유하고픈 마음은 더욱 깊어졌다. 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비단 전통적인 미술 도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보이는 것에 관한 미학이 아닌 보고 직접 감각하는 미학이 새로운 관람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공학자로서, 공학자이기에 탄생시킬 수 있었던 허성지 작가의 작품을 매개체로 미술이 만들어낸 소통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 

“예술은 삶 그 자체입니다. 우리 모두가 예술에서 느낄 수 있는 미학은 인간으로서 각각의 분야에서 일상적인 삶을 보내다 작품을 마주했을 때 서로 주고받는 무언의 코드들입니다. 저만의 소견입니다만, 무엇을 보고 무언가 느끼고자 한때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구태의연한 기준을 억지로 끄집어내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작품에서 구상과 비구상은 이차적 정보일 뿐이고, 본질은 느껴지는 감각입니다. 저의 작품이 어린 시절의 새로운 경험처럼 아는 것에서 모르는 것을 발견하고, 모르는 것에서 아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주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제 표현 방식과 주제에 얽매여 그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과오를 범하지 않고 겸허한 자세로 도전하고 경험하며 한 해 한 해 성장하는 작가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Profile
뉴욕 첼시 Viridian Artists Inc. 제휴작가
가온누리예술연구회 회원
대한민국예술인협회 회원
남부현대미술협회 회원

2023 뉴욕 첼시 Viridian Artists Inc. 32주년 공모전 2점 입상 및 수상작 전시회
2023 한국회화의 위상전 우수상 수상 및 전시
2023 개인전 ‘양면성을 위한 코드(Code for ambivalence)' 전시회
2023 서울 국제아트엑스포 전시회 출품
2022 베니스 국제현대미술제 2022 Contemporary Venice (제11회)
2022 로마 국제아트페어 ITSLIQUID Group (제5회) 출품
2022 전국공모 대한민국신예술대전 입상
2022 대한민국신예술대전 수상작 전시회 (제1회) 
2022 대한민국 남부국제현대미술제 전시 (제38회)
2022 제뉴인 갤러리 초청 전시
2022 가온누리예술연구회 11월 전시
2022 대한민국 남부현대미술협회 영·호남 교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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