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진보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연구자의 인생

배용수 성균관대학교 특훈교수 / 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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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초석을 닦는 행위이다. 넓게는 인류의 유익을 위해, 좁게는 개인의 발전을 위해 연구자들은 열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한다. 특히, 많은 연구 분야 중 생명과학은 인류를 비롯한 생태계와 환경에 밀접하게 연관된 학문으로 기초학문의 중심이 된다.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배용수 교수는 지난 해 8월 정년퇴임 후에도 성균관대학교 특훈교수로 임명되어 비임파성 장기면역 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서 여전히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후학 양성 및 다음 세대를 위해 아낌없는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피플투데이는 배용수 교수를 만나 그의 연구와 연구자로서의 가치관에 관해 이야기 듣고자 성균관대학교 제1종합연구동에 위치한 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를 찾아갔다.

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 기초 연구를 통해 면역학의 난제를 규명하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 감염원을 방어하거나 내부에서 생성되는 암이나 비정상적인 세포를 인식하고 이를 제거함으로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면역계는 골수, 지라, 임파절과 같은 ‘임파성 장기(Lymphoid Organ)’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외로 우리 몸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폐, 간, 신장, 심장, 대장과 같은 기관은 ‘비임파성 장기(Non-lymphoid Organ)’로 구분한다. 비임파성 장기는 호흡, 소화, 순환, 배설 등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이런 비임파성 장기에 손상이 일어나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비임파성 장기는 자체적인 별도 면역기능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만일 몸에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임파성 장기가 방어면역을 활성화시켜 몸 전체를 돌면서 감염균을 제거하기 위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런 염증반응이 비임파성 장기에서 일어나면 폐렴, 간염, 신장염, 췌장염, 대장염 등으로 인해 비임파성 장기가 손상을 입어 통증은 물론 장기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때 비임파성 장기는 각기 독자적인 면역을 활성화해 이러한 염증성 면역반응을 억제하여 장기를 보호한다. 그렇기에 우리 몸은 외부적 감염으로 심각한 병에 걸려도 필수 장기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게 된다.

“우리 몸의 임파성 면역은 창의 역할을 합니다. 외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적이 들어오면 창이 외부의 적들에 맞서 싸우죠. 문제는 창이 몸에 들어온 병원균을 무찌르기 위해 몸속을 돌아다니다 자칫 자신의 몸을 지탱하는 비임파성 장기를 손상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이런 비임파성 장기들은 각각 저마다의 방어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어 임파성 면역으로부터 장기의 손상을 막아 줍니다. 그렇게 비임파성 장기 자체의 면역이 임파성 면역의 피해를 막아주는 것은 좋지만,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폐, 간, 신장, 췌장 등에 암이 생겼을 때 비임파성 장기 고유의 면역이 임파성 면역의 창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하면 그로 인해 암이 장기 내부에 숨어서 빠르게 자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의 핵심 목표는 비임파성 장기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면역체계를 연구하여 방패 역할을 하는 비임파성 장기의 면역을 조절함으로써 창이 들어와 암을 공격하고 제거할 수 있도록 면역치료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기존의 암 면역치료 연구는 대부분 임파성 면역인 창을 더욱 강화시켜 방패를 뚫고 들어가 암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방식은 암 치료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창이 너무 강력하면 암과 관련이 없는 정상조직까지 손상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테면 암은 치료되었어도 췌장이 손상을 입어 당뇨병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에 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는 여러 비임파성 장기의 면역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면역을 제어하거나 조절하는 방안을 찾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비임파성 장기의 핵심 면역세포, 면역조절분자 등을 표적화하여 비임파성 장기의 면역을 조절함으로써 정상적인 임파성 면역만으로도 부작용 없이 암을 치료하고 그 외의 난치성 면역질환 또한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교수 창업으로 오랫동안 벤처 기업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이 바로 원천기술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오랜 기초연구와 분명하고 확실한 원천기술 없이 임상 연구에 뛰어들면 매 단계마다 변수가 발생하여 이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턱없이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모든 변수에도 일관된 결과를 보이는 원천기술이 없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생각에 간암 치료제를 개발하여 임상 3상에 진입시킨 후 2015년에 18년간 이끌어오던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기초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현재의 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과제를 수주하여 장기마다 존재하는 독특한 면역세포를 찾고 관련 분자와 기전을 규명하는 기초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더불어 지난 6년간의 연구를 통해 비임파성 장기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면역세포들과 분자들을 새로이 발견하였고, 그 특성과 기전을 규명해 논문과 특허를 내고 있습니다. 센터의 기초연구는 내년이면 마무리됩니다. 앞으로 후속 연구가 허락된다면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암 치료와 천식, 관절염 같은 난치성 면역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센터 과제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생명과학 연구자의 신념
배용수 교수는 연구자로서, 벤처기업 대표로서 다방면의 활동을 거쳐 현재는 선도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서 후학 양성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인생 3막에 들어가기 전, 인생 2막의 남은 기간을 연구자로 잘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후속 연구를 통해 치료제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까지 완성하고, 저의 지도를 받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좋은 연구 결과로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후 졸업하여 차세대 연구자로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가 있는 동안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센터를 만들어 제가 떠나더라도 센터가 영속성을 가지고 연구를 이어 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한편, 배 교수는 2007년 비영리 재단법인인 ‘우천복지재단’을 설립하여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우천복지재단은 ‘생명을 사랑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따뜻한 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 취약계층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탈북 청소년들의 역량을 키워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일을 감당하고 있다. 배 교수는 “연구자로서 인생의 2막을 마무리하면 인생 3막에서는 ‘통일과 선교’ 관련 일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어서 “미래 통일 세대를 이끌 지도자를 육성하여 통일 후 보다 나은 대한민국, 성경의 보편적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통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가 통일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우리 세대는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나라를 일으켰습니다. 이제 우리 세대는 통일 세대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주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 일환으로 저와 우천복지재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탈북자들의 자녀들을 돕고 있습니다. 현재 탈북자 자녀들 열두 명을 선발하여 학원, 진로지도, 역사 탐방, 여행 등을 후원하면서 이들을 통일 시대 지도자로 키워가고자 합니다. 이들이 통일 세대의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하기를 기도하고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오랜 기간 연구자로 살아온 배용수 교수에게 연구자로서의 삶과 가치관에 관해 물어보았다.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깨달은 것은 생명체는 철저하게 상호 의존적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본래 서로 도우며 살도록 지음 받았습니다. 그 무엇도 자기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크게 보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는 유기적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예로 손이 몸을 돌보고 발이 몸을 지탱하고 폐가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듯 우리 몸의 모든 지체는 자기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의지하고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몸의 지체가 자기 일을 담당하면서 서로의 필요를 채워줄 때 몸이 건강하듯,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각자 자신뿐 아니라 서로를 돌아보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건강하게 살 수 있고 내가 속한 공동체가 건강해집니다. 이 원리를 부정하고 자기만을 위해 살면 공동체가 깨어지고 자신도 존재하기 어렵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암이지요. 암은 자기만을 위해 몸의 모든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빠르게 성장하지만 결국 몸을 파괴하여 자신도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암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유기적 공동체의 일원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너’와 ‘내’가 유기적 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식할 때 비로소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 격조 높은 국가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Profile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학사·석사
캐나다 캘거리대학교 미생물병리학과 박사
Julia McFarlance 당뇨병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
하버드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원
㈜JW크레아젠 대표이사 (CEO/CTO)
J. of Bacteriology and Virology 편집위원장
한국수지상세포학회 초대회장
대한바이러스학회 회장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사이언스프리즘 칼럼리스트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특훈교수
성균관대학교 SRC(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 센터장
우천복지재단 이사장
지구촌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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