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시작하는 지역 이웃들을 위한 나눔의 실천

라용주 안산보라매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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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실상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거나 봉사활동에 나서는 일은 당장 자신의 급급한 생활을 이유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안산보라매교회의 라용주 목사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한편, 도움을 주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지역 이웃들에게 방안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피플투데이는 라 목사에게 봉사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자 안산보라매교회로 향했다.

안산보라매교회, 보라매지역아동센터 운영
라 목사는 교회를 개척해 설립하기 이전부터 아이들을 위한 교육 활동에 꾸준히 매진해 왔다. 종교인으로서 아이들을 교육하기 시작한 이래로 벌써 47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는 2005년부터 안산에 설립한 보라매지역아동센터를 통해 가정 내에서 돌봄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 센터가 도움을 주면 아이들이 실력과 자립심을 가진 어른이 되어 또 다른 아이들을 돕는다. 그야말로 나눔의 선순환이다. 

“줄탁동시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병아리가 부화할 때는 달걀껍데기 내부에서 아직 여물지 않은 부리로 쪼아야 하는데, 혼자 힘으로는 알을 깨고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어미 닭이 함께 톡 쳐주면 무사히 부화할 수 있죠.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개인의 내부적인 역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립을 위한 외부적인 도움도 필요합니다. 저는 그런 어미 닭의 역할을 맡으며 보람을 느낍니다.”

 

 

사랑, 혀끝이 아닌 손끝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또한, 라 목사는 지역 이웃들과 합심해 사회적 활동도 이어 나가는 모습이다. 사단법인 지구촌나눔재단과 함께하는 ‘365 마르지 않는 사랑의 쌀독’ 프로젝트는 안산보라매교회에서 100호 발대식을 진행했으며, 현재 지역 소외계층들이 나눔과 돌봄으로 쌀독을 지키고 있다. 라 목사는 “생활이 어렵지만 도움을 구하기가 힘든 사람들, 도움 받을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익명으로 나눔을 주고받는 사랑의 쌀독이 큰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라 목사는 과도한 근로를 견디다 못해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의 장례를 치른 일화, 지역 병원과의 협의를 통해 의료보험이 없는 외국인 유학생의 출산을 도운 일화 등을 소개했다.
이렇듯 라 목사가 지역 소외계층의 어려운 일들을 제 일처럼 선뜻 나서서 할 수 있는 까닭은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는 당연히 도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도움을 주는 것이 당연해지면 돕는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내’가 된다. 그렇다면 라 목사가 헌신적인 이웃 사랑을 실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어느 날 새벽 기도에 다녀왔는데 제 침대에 낯익은 얼굴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사람은 팔, 다리가 없었어요. 저는 굉장히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생활하는 데 불편하시지 않으냐고 여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셨죠. 그 답변을 듣자, 가슴 한구석에서부터 눈물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잠깐 눈을 뜨자 이는 환상과 꿈속의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체 무슨 메시지가 담긴 꿈이었는지, 하루 종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정답이 머리를 스치는 것입니다. 목사라면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 또한 그러한 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해 왔어요. 그런데 제가 잡아줘야 할 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잡아주지 않는 손이 있다면 그건 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안아줘야 할 팔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아주지 않는 팔이 있다면 팔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가야 할 곳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지 않는 다리와 발이 있다면 다리와 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팔과 다리가 없는 그 낯익은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입으로만 사랑을 말하고, 발과 다리가 없어도 편안한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진정한 섬김은 혀끝이 아닌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합니다. 이를 깨달은 뒤로 더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돕게 되었습니다.”

이웃에게 도움을 주면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생기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거나 보답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대감을 품고는 나눔 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선한 일을 하면서 낙심하지 말라”는 성경의 말처럼, 라 목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내가 주는 것에 관해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선행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이겨낼 수 있다”고 전했다.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은 누구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유대인들이 천하게 여긴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난 사람을 치료해 준 이야기입니다. 이 시대에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강도 만난 사람에게 남은 것을 더 갈취해 가려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아 우려가 깊습니다. 하지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아직 방법을 잘 모를 뿐입니다.”

 

 

특히, 라용주 목사는 나눔의 자세를 지닐 때 주체가 ‘우리’가 아닌 ‘나’가 되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우리’라는 공동체로 묶이면 나 자신이 빠져도 ‘우리’라는 공동체는 여전히 있다. 편리에 의해 들어갔다 빠졌다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눔이 ‘나’의 일이 된다면 더 이상 타인에게 위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된다. 마지막으로 라 목사에게 이웃을 돕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관해 묻자, 라 목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동원된다는 말처럼 아이들이 자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가정이나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작은 나눔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나눔의 계기가 찾아오길 기다리지 말고 바로 지금 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돕기에 좋은 상황은 없습니다. 바로 지금 이웃들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희망이고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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