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천일의 앤불린이 죽어간 런던탑'

영국 런던탑

  • 입력 2023.05.31 13:52
  • 수정 2023.05.31 13:55
  • 기자명 김석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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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변 (사진=김석기 작가)
템스강변 (사진=김석기 작가)

영국의 젖줄 템스 강은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의 여유를 만드는, 생명의 원천이며 영국의 강건한 힘의 상징이다. 템스 강을 따라 걸으면서 아름다운 영국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이색적이다. 
  
1769년에 만들어진 ‘블랙프라이어스 브리지’(Blackfriars Bridge)가 장중한 모습을 자랑하며 나타난다. 템스 강에는 ‘블랙프라이어스 브리지’와 같은 아름다운 다리들이 많이 놓여 있다. 2000년에 완성했다는 보행자 전용 현수교인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가 나타나고, 그 곁으로 ‘세익스피어 글로브 극장’과 ‘테이트 모던 갤러리’도 보인다. 이어서 ‘사우스왁 브리지’(Southwark Bridge)를 지나니 우리들의 귀에 가장 익숙한 런던 최초의 다리 ‘런던 브리지’(London Bridge)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로마인에 의해 목조로 만들어졌다가 무너졌고, 그 뒤에도 여러 차례 재건되었다가 소실되는 불운을 겪었던 현재의 ‘런던 브리지’는 1973년 총 5차선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길이가 262m에 달한다. 런던 브리지 곁에 있는 ‘서더크 성당’을 지나 한참을 내려가니 시청사가 나타나고 그 곁에 영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의 ‘타워브리지’가 나타난다. ‘타워 브리지’ 건너편에 있는 타워 힐에 ‘런던탑’ 이 거대한 성곽의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타워브리지 (사진=김석기 작가)
타워브리지 (사진=김석기 작가)

  
영국의 헨리 8세는 그의 형이 죽자 왕위에 올랐고, 관습에 따라 그의 형수였던 캐서린과 결혼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들을 낳지 못했던 캐서린은 왕과 별거한 후, 이혼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가톨릭의 로마 교황청이 인정하지 않는 이혼제도 때문에 헨리 8세는 캐서린과 이혼할 수가 없었다. 이후 헨리 8세는 왕비의 시녀였던 앤 불린 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나, 결혼에 이르지도 못하게 되었다. 헨리 8세는 결국 가톨릭을 버리고 1534년 성공회를 설립하였으며, 그 후 캐서린과 이혼도 하고  앤 불린 과 비밀 결혼도 하였다. 앤 불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영국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절대군주 여왕 엘리자베스 1세다. 하지만 앤불린 역시 아들을 낳지 못하자 왕비가 된 지 1000일 만에 간통죄로 감옥에 투옥되었으며 결국 그곳에서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억울한 삶을 마감해야 했던 앤불린의 최후를 지켜본 ‘런던 탑’이 템스 강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비밀의 역사를 침묵으로 일관하며 묵묵히 서있다.  
  
영국의 윌리엄 1세가 1066년 크리스마스 날에 대관식을 가지며 영국의 토착상인을 지배하고 템스 강 어구의 항구를 통제할 목적으로 완성한 요새가 바로 ‘런던 탑’이다.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런던 탑’은 1078년 최초 건립된 ‘화이트 타워’(White Tower)를 포함한 3채의 성채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후 많은 국왕들이 계속 확장하여 현재와 같은 큰 규모의 성채가 되었다. 

런던탑에서_김석기 작가
런던탑에서_김석기 작가

  
1529년 헨리 8세가 ‘화이트 홀’의 궁전을 이전하면서 ‘런던 탑’은 감옥으로써의 역할이 확대되었다. 이 감옥에 투옥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에는 토머스 모어 경을 비롯하여 헨리 8세의 부인 캐서린 하워드와 앤 불린, 제인 그레이 공작부인 등이 있으며 이곳에 수감되었던 마지막 죄수는 나치의 부 당수였던 루돌프 헤스였다. 1941년 ‘런던 탑’은 감옥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고 관광지로 변신을 하게 되었다.
 
‘화이트 타워’에는 중세의 갑옷과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고, ‘주얼하우스’(Jewel House)에는 왕실에서 사용하던 보석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530캐럿)를 비롯하여 대관식에 사용하는 왕관이 눈길을 끈다. 왕관에는 2,868개의 다이아몬드와 17개의 사파이어, 11개의 에메랄드, 5개의 루비, 273개의 진주가 장식되어 있으며 대관식이 있을 때 ‘웨스트민스트 사원’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런던탑풍경_김석기 작가
런던탑풍경_김석기 작가

‘런던 탑’을 관광하면서 만나는 이곳의 근위병, ‘비피터’(Beef Eaters)의 제복이 눈길을 끈다. 검은 바탕에 붉은 선들로 장식된 독특한 제복은 과거 15세기 후반부터 17세기 초반까지 영국 절대 군주제의 최전성기를 이룬 튜더 왕조 때 디자인한 것을 지금까지 전통을 유지하며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근위병을 ‘비피터’라 부르는 이유는 이들의 봉급을 쇠고기와 맥주로 지급했었기 때문에 그 당시 지어진 이름이며, ‘비피터’ 들은 이곳에 내려오는 전설 같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존재했다고 한다. 
  
‘런던 탑’에는 많은 갈가마귀들이 서식하고 있었는데 그 갈가마귀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면 런던 탑의 화이트 타워가 무너진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갈가마귀들을 ‘화이트타워’에 머무르게 해야 했다. 그래서 갈가마귀들의 날개를 잘라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못하게 하는 임무를 ‘비피터’들에게 맡겼다고 한다.  
  
현재에도 근위병 ‘비피터’들은 ‘런던 탑’의 수비대로서 근무하고 있으며, ‘런던 탑’의 경내에서는 런던 시장이나 주교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가 보장된 상태로 근무를 하고 있다.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자상한 ‘비피터’들이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밝고 아름다운 모습들이 모든 역사의 아픔을 잊은 듯 즐겁게만 보인다.   
 
‘런던 탑’에서 밖으로 나오니 템스 강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다. 런던의 상징 타워 브리지(Tower Bridge)에 서서히 화려한 조명이 밝혀지기 시작하고,  환상적인 야경이 연출되기 시작한다. 
 
총 길이 270m의 타워 브리지는 1894년에 완성된 다리로 대형선박이 지나갈 때는 다리가 올라가는 개폐식이며, 다리의 양쪽을 지탱하고 있는 60m 높이의 탑은 고딕 건축 양식으로 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두 개의 탑을 연결하는 통로에 만들어진 유리창과 망원경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런던시가지의 아름다움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타워 브리지에서 내려다보는 런던 시가지의 모습이 한가롭기만 하다. 

타워브리지에서_김석기 작가
타워브리지에서_김석기 작가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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