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낙농의 미래

이광희 엔피드 대표

  • 입력 2018.07.20 15:59
  • 수정 2018.07.20 22:24
  • 기자명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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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는 우유의 우수성을 알리고 기념하기 위해 6월 1일을 '세계 우유의 날(World Milk Day)'로 선포했다. 우유는 인체에 필요한 114가지 영양소를 함유해 완전식품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 젖소의 평균 산유량은 지난해 기준 세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수하다. 직접 목장을 운영하며 사료 연구개발에 힘써온 ‘엔피드’의 이광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낙농 인재 양성 위한 제도적 기반의 필요성
"소와 늘 대화합니다. 눈빛만 봐도 알지요." 이 대표는 낙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돼, 기초가 되는 업무부터 차근차근 익히고 배웠다. 현재 목장 운영과 사료 연구 개발에 몰두하면서도 크고 작은 부분을 모두 파악해 처리가 가능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통해 깨달은 실질적인 낙농 지식을 동종 업계 종사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활발히 전하고 있다. 현장업무와 이론의 거리감을 좁히는 그의 명쾌한 설명에 세미나 요청이 쇄도한다. 이 대표는 낙농 분야 인재의 육성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진다면, 자신과 같이 현장에서 보고 배운 사람들이 낙농가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임을 강조했다. 

6차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는 낙농의 현대화
한국의 낙농업은 1960년대에 본격 육성을 시작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 가파르게 성장해왔다고 평가된다. “낙농업에 종사한 부모 세대들은 소 한 마리가 아프면 같이 밤을 새웠습니다. 아픈 송아지를 방에 들여놓고 보살필 정도로 정성을 다했어요.” 1세대 낙농인들은 이처럼 성실함과 정성으로 낙농 분야의 발전을 이끌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6차산업은 1, 2, 3차 산업을 복합해 농가에 고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을 의미한다. 6차산업은 제조ㆍ가공업, 서비스업 등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치즈와 요구르트 등 다양한 유가공 식품뿐 아니라 치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관광 등으로 인해 낙농은 6차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로 손꼽힌다. 

낙농은 첨단 자동화 설비 및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와 결합하며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축사를 살펴보니 매우 쾌적하고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축사 밖으로는 오·폐수가 나가지 않도록 정화시설을 갖추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낙농의 현대화는 다각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중 하나는 낙농인 2세들의 활약에서 찾을 수 있다. 부모 세대가 기반을 닦아놓은 낙농가의 자녀들이 축산대학에서 공부하는 등 축산업에 대해 이론적 깊이를 더해 보다 현대적인 낙농 산업으로의 발전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다. 

사료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
소의 주 먹이는 풀이다. 그러나 넓은 들판을 발견하기 어려운 한국의 특성상 사료의 형태로 먹이를 제공한다. TMR(Total Mixed Ration)은 완전혼합사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소에게 주는 일종의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료를 배합해 먹일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소에게 어떤 것이 더 좋을까 고민하다가 코코넛 과육을 가공한 사료를 개발했다. 이 대표가 개발한 사료는 입소문만으로 300호 이상의 낙농가에서 사용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우유는 식량자원, 국내 우유의 우수함 널리 알리고파 
이 대표는 “우유는 ‘식량자원’ 입니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세균수 기준 1등급 우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집유량의 99.3%에 이르며, 체세포수 1등급 비율 역시 70%에 달하는 등 우리나라 우유는 우유 위생등급에서 낙농 선진국에 비해 매우 우수한 품질을 나타내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우유가 이렇게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외국 멸균유가 무조건 더 좋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K-MILK라는 인증제도를 통해 국산 우유만을 사용하는 유제품 또는 국산 우유만을 사용한 식품을 제조하거나 판매·유통하는 업체에 대하여 국산우유 사용 인증을 보증하고 있다.

낙농인들의 상생을 꿈꾸는 혁신경영
이 대표는 낙농인들의 상생을 위한 방안에도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는 밴드를 통해 모인 전국 각지 낙농인들과 TMR 사료에 국산 원료만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 개인의 이익을 넘어 한국 낙농의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목장을 운영하는 낙농인들이 모여 만든 ‘새만금칠공구 영농조합법인’(대표 홍영섭)에서 이사를 맡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 대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 문제, 자동화 시설을 비롯한 제반 시설 및 4차 산업과 관련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혁신 경영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중추적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한국 낙농 산업의 도약을 위해 
현재 한국 낙농계는 오는 10월, ‘다음 세대를 위한 낙농(Dairy for the Next Generation)’이라는 주제로 열릴 ‘2018 국제낙농연맹(IDF) 연차총회’ 준비로 분주하다. ‘낙농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이 행사의 유치로 한국 낙농업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1967년 낙농진흥법 제정 등 정책 차원에서의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그간 경쟁력을 높이고자 부단히 노력해온 낙농인들의 열정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아 낙농 선진국으로의 도약이라는 가치로 나타나고 있다. 다변화하는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감지하고 폭넓은 제품군으로 시장의 다양성을 모색하는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관련 공부를 심도 있게 한다 해도, 공부를 마친 후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박사 학위 취득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대표의 꿈은 낙농 후계자들을 위한 낙농사관학교를 만들어 학비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소 사육법으로 한국의 낙농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이광희 대표. 그의 열정을 담은 아름다운 재능기부는 대한민국 낙농의 미래를 향해 멈추지 않고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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