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담아내다

서창원 조각가

  • 입력 2018.11.29 16:26
  • 수정 2018.11.29 16:56
  • 기자명 박소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상은 염원과 경건함을 담아 기도해야 하는 대상이므로 제작을 섣불리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항상 신중히 작업에 임합니다.” 상도선원 본존불, 불광사 보광당 본존불, 서산 보원사 석가모니 철불 등을 제작한 서창원 조각가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불상 제작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청남대의 역대 대통령 동상 제작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는 그를 작업실로 찾아가 만났다. 
     
불교미술을 시작하기까지
심오하고 정교함을 요하는 작업이기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작업을 하다 보면 한 자세로 5~6시간을 앉아있게 된다. “작업하다 보면 밥 먹는 것도 잊을 때가 있어요. 작품을 한다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하죠” 

서울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이후 모교인 선화예고에서 제자들을 지도했다. 우연한 계기로 무대미술의 세계에 빠져든다. 국립극장이나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큰 무대에서 다양한 재료를 마음껏 사용하고 마음껏 표현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은 즐거웠다. 
 
한편 그는 대학 시절 은사님이신 최완수 선생님이 계시는 간송 미술관을 자주 찾았다. 어느 날인가 선생님은 “이제는 너만의 작업을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권유하셨다. 작품이 끝나면 무대에 설치된 작품을 모두 부술 수밖에 없는 것이 점점 허무하게 다가올 때였다. 30대 중반 무렵 용인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미술을 시작했다. 하루 열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작업에 매달렸다. “작업만 하니까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이 편안했어요.” 그 시기는 오로지 작업에 몰두하던 시간들로 서창원 작가에게 남아있다. 

작품, 시대를 반영하다
서창원 조각가는 인물 동상 제작으로도 유명하다. 기업체 회장님들의 흉상 작업을 시작으로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인제 만해마을에 있는 만해 한용운의 흉상이 그의 작품이다. 대통령 휴양시설이었던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청남대(靑南臺)의 역대 대통령 동상은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제작했다. 

현대식 사찰로 유명한 상도선원. 갤러리와 같은 분위기의 예술적 공간으로 이뤄진 곳이다. 서창원 조각가가 이곳에 모신 부처님을 제작했다. 비행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알루미늄 합급류인 두랄루민(Duralumin)을 소재로 했다. 그의 세련된 감각이 첨단 소재와 어우러져 현대적 불상에 반영됐다. 

작품을 향한 서창원 조각가의 열정은 실로 상당하다. 송파의 불광사 부처님의 경우 원하던 색상과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옻칠에 석채로 마감했는데 옻 알레르기 주사를 맞고 약까지 복용해가며 옻칠을 했다. “집중해서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작품이 나온다”는 서창원 조각가에게 불상을 절에 처음 모실 때 하는 ‘점화식’은 특별한 순간이다. 점화식에서는 그가 만든 불상이 공개되는 순간 어떤 이는 “심장이 요동친다”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이 부처님을 만든 분의 손을 잡아보고 싶다”고 감동을 전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경건한 마음으로 불상을 제작하는 서창원 조각가.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은 그의 작품들이 주는 감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더 행복해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