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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필 칼럼] 무모하고 무서운 말, "나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기사승인 2019.05.13  15: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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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봄날이라서 그런가, 올해 신록은 유독 눈이 부신다.
아기 속살처럼 보드라운 나뭇잎은 간지러운 바람에 햇볕을 듬뿍 담았다.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색깔과 자태와 파란을 두 눈과 가슴에 가득 안고 동네를 찬찬히 걷는다. 공원에 모여 있는 행복한 일상은 참 보기 좋다.
어린이날에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로 이어지는 가정의 달인지라 딱히 그날이 언제인지 꼭 집지 않으련다. 색다른 부자의 모습이었다. 휠체어에 의지해 불안하게 걷는 아버지와 그 곁에서 어쩔 줄 모르는 아들. 아버지가 휠체어에 앉고 아들이 미는 각본 같은데 아버지 손사래가 단호하다. 
무식하지 않아도, 알아갈수록 외로움이 깊은 아버지는 그래서 더 용감하다.
조금 지나 저편에는 젊은 아빠가 아이를 등에 업고 나타나는 풍경이다. 
아이에게 아빠 등보다 더 넓고 든든한 놀이터가 있을까? 몇 해 지나지 않아 피로가 누적된 아빠 등을 보겠지만 아이는 곧 아빠가 되고 언젠간 노인이 된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라는 자동차 사이드미러 경고는 도로뿐 아니라 우리네 인생길에도 참으로 유효한 삶의 거울이다. "입학, 졸업, 결혼, 퇴직, 노인, 죽음도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라는 암시다.
미래는 우리 곁에 이미 와 있는데 단지 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고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희생하지 말 것이며, 힘들었던 과거로 지금을 발목 잡지도 말아야 한다.

아파트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수돗물 저장탱크의 물청소를 한다. 온종일 단수를 하게 되니 충분히 물을 받아 놓으라고 연일 방송을 했다. 만일을 대비하여 양동이를 필두로 세숫대야, 양푼이, 주전자까지 물을 비축해 두었다. 그러나 결론은 받아 놓은 물을 한 바가지도 쓰지 못했다.
아껴 써야 한다는 의지에 수도관에 남아있는 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우린 '노후준비'라는 신종 불안병에 너무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연금, 부동산, 보험 등 몇 종 세트를 준비하라고 다그치지만 경험상 양동이로 쓸 일도 없고 저녁처럼 노후에는 또 다른 물이 쏟아진다. 예부터 사람은 자기 먹을 몫은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다 못 먹고 죽는 사람이 주변엔 참 많다.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니 지금, 눈앞의 분명한 오늘을 희미한 내일 때문에 희생하지 말라.
괜찮다면 지금 그 자리나 급여, 명예들을 미리 내려놓으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 CEO들은 퇴직 직전이 월급도 자리도 대우도 최고다. 그러다 어느 날 퇴직하면 자리와 급여, 대우가 급전직하한다. 나이아가라 폭포 위의 오리 떼들이 영원히 호수에만 있을 것 같은데 바로 폭포다. 

직장에서 가장 듣기 무서운 말, 무모한 선언 중 하나가 "나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정신은 가상하나 비행기도 착륙 시간 30분 전부터는 하강모드다. 삶도 연착륙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욕심은 버리고 영향력도 줄여야 한다. 대신 나눔의 손으로 채우고 섬김의 발을 늘려야 한다. 버리지 않으면 추해진다. 노추(老醜)다.
나이가 들수록 또 다른 삶을 소망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채로 사는 것이다.
소망이란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유산이다.

후생가외(後生可畏)!
뒤에 난 사람은 두려워할 만하다는 뜻으로, 젊고 의기가 장한 후배들은 당신의 덕, 당신의 그 진보를 능가한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선생이나 원로, CEO로써 당신의 시간은 거기까지다.
남은 시간? 
미로득한방시한(未老得閑方是閑)! 
아직 늙지 않았을 때 얻는 한가로움이 진짜 한가로움이라 했으니 바쁠수록 기도하고, 사랑하고, You유자적(悠悠自適) 하라.

 

Profile
성균관대 겸임교수
정치학박사 
「걷기 속 인문학」저자

前 국민체육진흥공단 본부장

황용필 성균관대 겸임교수 yphwang@kspo.or.kr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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