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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 위에 인문학을 그리다

기사승인 2019.05.27  15: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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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盾炯이순형 작가

테헤란로에 위치한 이순형(李盾炯) 작가의 아지트는 여느 사무실과는 조금 달랐다.
커다란 모니터에 천정 라인으로 새의 형태, 나뭇가지, 한글 자음 등의 유닛들을 나열, 설치해 놓았다.
작가의 화두는 미국에 31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짓게 된 롯데의 S회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이야기였다. 그들은 ‘결정의 테이블’이라고 불리는 자리에서 마주하였다. 백악관 오벌 오피스의 '레졸루트 데스크(resolute desk)'로 미국이 국제적 이슈를 결정할 때 담판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예술가의 시선에서 벗어난 것 같으면서도 그 다음 이야기에 더 열중하게 만들었다.
이 책상은 188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북극에서 난파된 영국 해군 레졸루트호를 미국이 찾아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휴선이 된 레졸루트호의 목재로 만들어 보낸 선물이라는 것이다.
긴박하게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 한가운데 19세기 초 유럽의 화려한 문양이 숨 쉬고 있는 것, 이것이 곧 문화 동력이라고 한다. 작가의 회화 작품에서 느껴지는 명쾌하고 밝은 색채의 단호함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클로즈업되었다.
우주를 꿈꿀 수 있는 공학과 화합하며 인문학을 그리는 화가 이순형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정남진 말레 숲디자인 1304

창작, '거부할 수 없는 가치'
이순형 작가는 도시환경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프로젝트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그 첫 발은 디딘 것이 ‘통영국제음악제2009’였다. 이 작가는 통영국제음악제2009 환경디자인 총연출을 맡았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도시 전체를 디자인해야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 
도시를 디자인하기 위해선 그 도시에 녹아있는 지역의 특성, 자연경관, 역사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 등을 고루 파악해 그 공간과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행사의 주제에 맞게 프린지 홀부터 메인홀, 공연장의 외벽 등 도시 전체를 디자인하는 방대한 작업이 시작됐다.
도시 디자인을 맡게 된 순간 이순형 작가는 아티스트이자 스토리텔러가 됐다. 
"통영은 유치환, 윤이상, 박경리, 전혁림 등 수많은 예술인을 배출해낸 도시입니다. 게다가 통영국제음악제는 명망있는 국제 음악페스티벌이기에 부담감이 더해졌었죠. 국내외 음악인, 음악애호가들이 항구도시에 펼쳐놓은 예술정신에 색을 입히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가 아닌 ‘한국의 통영’이라 불릴 수 있게, ‘예향 통영’ ‘충무공 통영’에 담긴 이야기를 한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이 아트프로젝트의 임무이자 저의 역할이었죠."
한편, 큰 프로젝트를 맡을 때 마다 예산이나 지역주민의 반대에 거듭 부딪치는 난항을 거듭하는 순간이 오기도 했으나 이 작가는 창작이 주는 고유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이들을 설득해냈다.
“아트 프로젝트는 여타 전시회처럼 여러 작품을 진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제와 환경에 맞게 새로이 창조해내야 하는 것이죠. 창작은 절대적으로 우선순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외부의 공격이 들어와도 나의 창작물이 그들에게 반감을 주어서도 안 되고, 창작이 주는 고유 가치가 '거부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인정이 되면 힘들어도 또 다시 아트 프로젝트를 맡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 숲디자인 '음악으로 꿈꾸다'

예술과 인문학의 결합…'역사 속 예술산책'
아울러, 이순형 작가는 지난 2012년부터 세계 곳곳의 예술의 흔적을 찾아 건축, 회화, 지형의 흔적에 숨겨진 전쟁과 종교, 문학 등을 심층 탐구하는 기업 강의와 현장 강의를 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대학생 대상으로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역사 속 예술산책’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탐방은 발해의 역사와 독립 운동가들의 애국정신을 탐구하였으며 도자기 전쟁으로 일컫는 임진왜란과 도공 이삼평의 아리타도자기 예술기행 및 고려 수월관음도를 가져간 행로를 더듬어 가가미진사를 탐방한 일본 규슈 특집 등을 진행하였다.
오는 8월에는 중앙아시아 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특집으로 동서 문명교류의 관문이자 헬레니즘 문화 건축의 산실을 탐구하는 역사 속 예술산책 기행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의 역사와 미술, 음악이 한 데 어우러진 곳을 방문해 학교 정규수업에선 배울 수 없었던, 그야말로 통합인문학 교육의 장을 열었다.
"예컨대, 헨델의 ‘수상음악’에 대해서 공부하고자 한다면, 독일인 헨델이 영국 왕실의 뱃놀이 연회의 음악을 연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알아야겠지요. 그러나 교과서 위주의 수업에선 그저 수상음악은 헨델이라는 이론만을 가르칩니다. 학생의 입장에선 시대, 국가, 관계가 보이지 않기에 주입식 교육이 될 뿐이지요. 이렇게 정형화 되어가는 젊은 인재들을 볼 때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성과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톡 건드려주며 무한대로 끌어 올리는 것이 제가 ‘역사 속 예술산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 입니다."

소녀같은 발랄함 속에서도 예술 앞에선 카리스마를 뽐내는 이순형 작가,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과거라는 벌판의 한복판에 시간이 쌓아 올린 위대한 ‘흔적의 탑’입니다. 현재도 국가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요소는 군사력과 경제력입니다. 그리고 문화의 동력이 제 역할을 할 때 진정한 힘이 생기지요. 수많은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 속 문화를 약탈하는 사례가 이를 방증합니다. 현대에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호기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다른 것에 가려져 보이지 않기도 하지요. 인류의 패망에서 보듯이 우리도 혼돈 속에서 진정성 있는 예술문화의 힘으로 탄력있는 삶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 에릭 사티의 아침식사

Profile
프랑스 그랑쇼미에르 아카데미 수학
러시아 레핀대학 예술과정 수학

개인전 32회
아다지오로 쓴 일기 (명동성당갤러리1898)
의정부예술의전당 특별기획 '6월심포니'전
성남문화재단 특별기획 '그림으로 듣는 음악이야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특별기획 '음악타고 떠나는 그림여행'
통영국제음악제 특별전 '음악미학, 윤이상 날다'
서울특별시여성가족재단 기획 '가족예술여행-음악으로꿈꾸다'

- 아트프로젝트
남이섬 특별기획, '훈민정음의 노래, 음악미학전’(남이섬)
전남 장흥군청 우드랜드 숲디자인 예술디자인마스터플랜 용역 '말레, 숲이 노래하다'
경북 청송군청 '청송사과축제예술디자인용역' 총연출
서울시합창단과 함께 한 영혼의 합창 'ART ON STAGE 2010'(세종문화회관)
통영국제음악제 2009 환경디자인 총연출
국립합창단과 함께 하는 '헨델메시아에의 은유전'(의정부예술의전당 특별기획)

- 주요 언론 다큐
SBS TV 컬쳐클럽, 이순형편, (2016.10.19.)
KBS 1TV 9시뉴스 '음악과 미술의 만남' 방영 (2012. 1. 6.) 
KBS 2TV 60분다큐 '그림 속에 담긴 꿈과 사랑, 화가 이순형' 방영 (2011. 9.19~20.)
SBS TV 생방송투데이, 청송사과축제 '77인의 화가와 농부의 만남' 기획 (2011.10.31)
PBC Radio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 파워인터뷰 '음악 그리는 화가 이순형' (2008.12.27.)
한국경제신문 A21면 통판기사, '파워인터뷰, 음악 그리는 화가 이순형' (2011. 8.13)

'역사속예술산책' 진행
동유럽편-'보헤미아와 모라비아의 중세 문화' 
스페인편-'바르셀로니아와 지중해 예술'
말레이시아, 싱가폴편-'동아시아 개방 말라카해협의 진실'
러시아편-'러시아의 동방정책과 시베리아 영토 확장, 조선 독립운동의 영웅들'
일본편-'규슈 아리타 도자기와 조선, 수월관음도를 찾아서'
외 국내편 다수

- 저서
<이순형 강의수첩> 동서교류 
<나의사랑 나의음악> 무지치 
<음악으로꿈꾸다> 인테마 
<종이배> 더뮤직 
<음악 그리는 화가 이순형> 동서교류 

공저 
엄마수업 (법륜 글, 이순형 그림, 한겨레 간) 
사람을 찾아 먼길을 떠났다 (한수산 글, 이순형 그림, 해냄 간)
사람은 사람을 부른다 (공선옥외 글, 이순형 그림, 바오로딸 간)

박예솔 기자 yesall429@naver.com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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