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다양한 감정 담아 그려내는

유경희 작가

  • 입력 2019.06.05 17:13
  • 수정 2019.06.05 18:06
  • 기자명 김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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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특히, 여성에게 치명적이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나서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여성 입장에서 일과 가정 중 하나의 선택지를 강요받는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결혼과 출산으로 자신이 해왔던 업(業)을 내려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피플투데이가 만난 유경희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화가를 꿈꿨지만, 결혼과 함께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시간을 보냈다. 미술에 대한 갈망은 그의 가슴 속에 남아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의 뇌리에 깊이 남은 ‘꿈은 이뤄진다’는 말처럼 포기하지 않았고, 도전해서 꿈을 이뤄냈다. 

평범한 주부에서 인물화 작가로
강렬한 색채의 인물화를 그리는 유경희 작가는 과거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주부였다. 미술대학을 졸업했지만, 결혼과 함께 당시 넉넉하지 못했던 상황 탓에 생활 전선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다. 동네에서 미술학원을 하면서 '미술'과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았지만, 미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우연히 찾아온 기회가 유 작가에게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됐다.
"TV에서 어쩌다 보니 조지아 오키프를 보게 됐어요. 그를 보면서 '다시 꿈을 꾸고 작업을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어요. 쉽진 않았지만, 2007년도 부산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당시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우여곡절 끝에 첫 개인전을 마치고 보완해야 할 점을 느꼈다고 말하는 동시에 자신이 성장하는데 큰 거름이 됐다고 고백했다. 개인전을 거듭할수록 유 작가의 작품 세계는 무르익었지만, 마냥 쉬운 길만은 아니었다. 특히, 당시 여성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야 했다. 

조지아 오키프(1887-1986)
미국 근대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화가. 어린 시절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시카고 예술대학에 입학·졸업 후 화가의 길을 걸으려 했지만, 형편상 꿈을 내려놓고, 미술교사로 일했다. 하지만, 틈틈이 꽃과 사막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다. ‘여성’ 화가를 평가절하했던 당시 시대상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색깔과 영역을 일궈냈다. 말년에는 눈이 나빠져 그림 작업 대신 도자기 작업이나 연필, 목탄으로 수채화를 그렸다.

 

극복해야 했던 숙제, 색안경
"예전에는 여자가 작품 활동을 하는 게 좋게만 보지는 않았어요. 이런 적이 있었어요. 교수님한테 찾아가서 '학교에 자리 좀 마련해달라'"고 부탁했거든요. 그랬더니 교수님이 "'어차피 시집 갈 거면서 자리는 무슨'이러고 넘어가셨던 적이 있어요."
유경희 작가에 따르면 그의 대학 시절 전체 65명 동기 가운데 2/3가 여자였지만, 작가 활동을 했던 이는 1명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분위기 상 활동을 이어나가는 경우는 드물었고, 결혼 후 아이를 키우고, 내조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나마도 그가 다시 붓을 잡았을 때는 유일하게 작품 활동했던 친구가 그만뒀고, 현재는 유 작가만이 현업에 남아있게 됐다.
그런데도 유 작가는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그동안 가정에 충실하면서 형편이 나아졌다. 특히, 경기도 동탄으로 이사 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기에 더욱 더 좋은 환경이 됐다.

꿈 향한 우직한 발걸음

매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화실에서 하루를 보내며 작품에 매진하는 유경희 작가. 자신만의 화실을 얻기 까지 여정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의 응원과 지지에 힘입어 꿈을 향한 발걸음은 멈추질 않았다. 
"형편 때문에 활동을 못 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이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죠. 남편 같은 경우는 그동안 가정 때문에 내려놓았던 제 꿈을 이루라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어요. 자기 대신 그림을 그린다고 대리만족하거나 자랑스럽다고 해주는 친구들도 있고요. 고마운 마음이죠."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고됐지만, 유 작가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니 즐기는 자세로 임했다. 그런 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과 감성을 담은 인물화를 그려낼 수 있었다.

 

강렬한 색채와 매번 다른 모델의 인물화
유경희 작가의 인물화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림 속의 주인공이 한 사람이 아닌 각기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는 그의 생각 속에서 태어난 가상의 모델이다. 인물의 눈, 코, 입도 자세히 보면 비대칭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유 작가. 기쁨, 행복 등 긍정적인 감정 뿐만 아니라 고통, 절망 등 부정적인 감정까지 말이다.
"그때의 감정을 나름 솔직하게 담아내려고 해요. 아무래도 제가 그리니까 제 감정이나 옛날의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여자의 다양한 내면을 서술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요소로 표현하면서 저만의 기법과 색감으로 그려요."
한편으로 풍경, 정물화보다 인기가 적은 인물화를 그리면서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그림 렌탈 시스템이 활성화되기를 기원했다.

좋은 그림 그리는 작가 되고파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라면 누구나 부와 명예, 큰 성공을 희망하기 마련이지만, 어렵게 작가 활동을 다시 시작한 유 작가는 그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작가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잘 그리는 작가', '실력 있는 작가' 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제가 볼 때는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가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림을 잘 그리면 좋겠지만, 저는 사람들에게 '유경희 작가?' 하면 '좋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남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만약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선택하겠어요." 
진심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행복해하는 유경희 작가. 그의 바람과 소망대로 좋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기를 피플투데이가 응원한다.

Profile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7회, 아트페어 4회 참가
2016 한일 교류전
2017 오사카 특별 기획전
2017 스위스 몽트리 아트페어
2018 조형예술 아트페어
2018 서울아트 페어
2019 홍콩아트페어
대한민국 중심 작가 초대전
전업 작가 한국 미술전
초대작가 매홀 33인전
전업 여성 초대 작가전
정기전 및 그룹전 80여 회 진행

작품소장
백양, 필옵티스, 세연주식회사 등
現 한국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한국창작회 회원. 화성미술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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