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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캔버스 위에 '큰 그림'을 그리다

기사승인 2019.07.01  10: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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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들 작가

보통 그림을 그리고자 할 때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이 구상이다. 그다음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들을 흰 바탕 위에 그려 넣는 밑그림 작업을 거친다. 그 뒤로는 밑그림을 수정하기도 하고, 원하는 색을 발색해내기 위해 여러 색을 섞기도 하면서 그림을 완성해나간다. 

우리의 인생도 비슷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계획이 틀어지면 또 다른 '플랜B'를 실행한 후에 결국은 이루고자 하는 꿈에 도달하게 된다. 테헤란로에서 만난 고리들 작가의 명함엔 화가이자 발명가, 미래학자이자 칼럼니스트, 뇌과학 강사, 정책연구원 등 분야를 넘나드는 직책이 적혀있었다.

고리들 작가는 꿈을 이루기 위한 인생의 밑그림을 모두 완성해둔 채, 채색을 위한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술학도에서 유튜버가 되기까지
밑그림을 그리는 길은 참으로 험난했다. 고리들 작가는 작품 재료비 마련을 위해 다양한 일에 뛰어들었다. 대학생 시절에도 ‘미대에 온 공대생’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다양한 발명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던 고 작가는 2012년부터 2014년에 걸쳐선 변리사 사무소에서 중소기업발명품 컨설팅 일을 3년간 맡아서 했다. 발명품의 디자인을 개선하고, 재료와 구조를 다양하게 변형하여 다른 회피설계에 대한 진입장벽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 이전에는 생활비와 재료비를 벌기 위해 건축현장에서 유능한 잡부로서 일당 20만원을 받았는데, 건물에 들어갈 재료의 물량을 오차 없이 예측하는 것이 특기였다고 한다. 고 작가의 '공학적 유전자'는 고조부와 증조부에게서 이어받은 모습이다. 고 작가의 고조부와 증조부는 나무로 집을 짓는 대목장(大木匠)이었다. 또, 삼촌은 화가였다고 하니 피는 속일 수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1학년 때 전교 미술대회에서 특선을 받았지요. 당시 소풍을 갔던 추억을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제 그림의 특성은 아이들의 다양한 동작들과 엿장수입니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제가 기억나지 않는 어린 나이에 벽에 닭을 그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 초등 5학년 때에는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의 초상화 스케치를 했는데, 그때의 수준을 지금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림을 배우지 않았던 때에도 얼굴을 닮게 그렸는데, 지금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힘이 듭니다. 학창시절 내내 미술부원으로 지냈고, 미대를 포기하려 했지만 결국 미대를 갔지요. 삼촌도 화가를 하고 있으니 ‘DNA+팔자’였다고 생각됩니다."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 작가이지만, 그의 인생에서 '그림'을 빼놓고는 어떤 이야기도 성립될 수 없다. 고리들 작가가 살면서 이루고자 하는 꿈을 피라미드 모양처럼 줄 세워 놓았을 때,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것이 '그림'이었다.

고 작가의 목표는 '1년에 1억 이상의 재료비를 쓰는 화가'다. 그러나 주변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고 작가는 재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꿈의 피라미드 아래부터 차례로 이뤄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인문학, 철학, 어원학, 뇌과학, 심리학 등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공부들을 하나하나 시작했고, 집필로 이어졌다. 고 작가의 첫 저서는 2010년 발간한 <전교꼴찌 서울대 가다!>였다. 과거 전교 꼴찌를 하던 고 작가가 서울대 미대에 입학하게 된 내용이 담긴 자서전이었다. 생각만큼 판매로 이어지진 못했으나 공부법 강연이 꽤 들어오곤 했다고 한다. 이후 어원학의 매력에 푹 빠진 고 작가는 수메르어부터 시작해 모든 어원의 유사성을 연구해 책을 내고자 계획을 세웠다.

"어원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데에만 꼬박 1년 반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책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던 중, 2011년 2월 화실에 화재가 발생해 그동안 모아두었던 자료들이 모두 불타 없어지고 말았지요. 그와 동시에 저의 집필의욕 또한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후 뇌과학 책을 쓰기로 하고, 영어 어원과 관련하여 남아있던 어원학 영상자료를 2011년 4월부터 유튜브에 업로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원해설 영상이 제 첫 유튜브 영상이지요."

▲ 별빛우주

유튜브로 성공한 '화단의 BTS'
고 작가는 공부법 강연 등을 함께 유튜브에 업로드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의 인세와 광고도 걸지 않은 유튜브, 강연수입으로는 재료비를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다가 3번째 책인 <인공지능 vs 인간지능 두뇌사용설명서>를 집필할 때에는 좀 더 공격적으로 후원자를 모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방법은 책의 끝장에 고 작가가 화가임을 밝히고, 진솔한 현재 상황과 이야기를 담는 것이었다.

"사실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후원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후원을 제안했던 분 중 한명은 지금의 제 후원회장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후원자를 모집해 주겠다며 구체적인 금액과 인원 등을 물어보셨고, 그 때 당시에는 후원금이 빚처럼 느껴져 10명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렇게 후원금을 재료비 삼아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소액후원부터 그림을 선불로 사주신 분까지 약 300명의 후원자가 있습니다."

약 3년 전, 여러명에게 후원을 받을 당시 부담감에 금액을 적게 부른탓이었을까. 만만치 않은 생계비용에 재료비로 쓰일 돈 대부분이 생활비로 사용되었다. 생각처럼 풍부한 작품활동을 하기에 어려움을 느낀 고 작가가 고민하던 차에 지난해 유튜브 구독자가 4000명을 넘어설 무렵, 고 작가는 구독자들에게 그림 선불구입 후원을 제안했다.

구독자로부터 그림을 주문받고, 10개월~30개월 동안 정기 후원을 받는 것이다. 30개월 후 고 작가는 구독자이자 후원자에게 그림을 완성해서 보내주는 것이 약속이다. 첫 시도에서 약 7000만원의 후원을 받았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작품 직판공간이자 갤러리가 되었다.

이어 고 작가는 구독자가 5000명이 되던 지난 3월 10일, 고 작가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4월부터 호당 가격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남은 20일간 엄청난 인원이 입금하기 시작했다. 그림 판매영상 조회 수는 500명이었고, 입금한 후원자는 250명이었다.

구독자들이 친구를 동원하여 고 작가의 그림을 샀으며, 가족들의 몫까지 여러 개를 샀다. 영상을 본 인원의 절반이 현금을 선불로 후원한 것이다. 후원자들의 튼튼한 ‘팬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20일 만에 일시불로 모이고 할부로 약속된 돈이 3억 5000만원에 달했다.

마침내 고 작가는 피라미드 정상의 꿈에 이르러서 미술 재료비를 매년 1억 이상을 쓰게 되었다. 지난 6월까지 1년 간 유튜브 구독자로부터 받은 후원과 그림 주문이 5억을 넘었다.

"이후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20일 만에 3억 5000만원을 후원받은 화가가 있다’는 소문이 미술품 투자자들 사이에 돌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 후로 작업실을 제공해주겠다는 투자자도 나타났습니다. 고심 끝에 지금 생활하는 곳에서 멀지 않은 전주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400평의 작업실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지하 200평은 제 작업실로 사용되고, 지상 5층에 위치한 200평은 제 작품 상설 전시 혹은 대관 전시 등을 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인테리어 작업 중에 있습니다."

그렇게 고 작가는 현재 후원자들로부터 최대 33개월의 정기 후원을 받고 있다. 후원자들을 위한 그만의 신조가 있다면, ‘받은 것의 3배 이상으로 갚는 것’이다. 과거 고 작가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복지재단이 있는 절친한 친구로부터 약 3000만원을 후원받았고, 고 작가는 조만간 친구의 복지재단에 1억원을 기부하며 은혜를 갚을 생각이다.

또, 최근엔 그림을 주문해준 후원자들에게도 3배에 달하는 가치의 그림을 완성해 직접 배송에 나섰다. 고 작가의 지인들은 유튜브로 성공을 거둔 그를 보고 '화단의 BTS'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 별꽃바다

채색만 남겨둔 그의 목표, '무소유 화가'
고리들 작가의 마지막 '큰 그림'은 '무소유 화가'가 되는 것이다. 그는 문화복지재단을 설립하고, 그림을 구매해 준 고마운 후원자들을 위한 그림 담보대출 갤러리를 설립하고자 한다.
"미래계획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우선 문화복지재단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창조화력발전소'라는 이름을 5년 전에 정했습니다. 문화복지재단에 저의 재산 100%를 기부할 것이며, 예술가와 발명가 후원, 꿈나무들을 위한 교육 장학금 사업도 펼칠 생각입니다. 설립은 2022년으로 계획해 둔 상태입니다. 그 전에 2020년부터 제 그림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하는 '담대한 갤러리'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제 미술품 담보대출, 담보된 미술품 전시, 전시작 상시경매가 이루어집니다. 경매는 기존 경매와 달리 담보로 그림을 맡긴 기간 내내 지속되는 것이고, 잠정적 수수료는 5%인데 이는 복지재단으로 다시 기부됩니다. 작품의 소장과 전시, 담보대출, 365일 상시경매가 되는 새로운 방식은 창조화력발전소(문화복지재단)에 큰 도움과 이슈가 될 것이고 이후 다양한 시너지가 예상됩니다."

인생의 경험들이 발판이 되어 빈틈없는 밑그림을 완성한 고리들 작가. 아름답게 채색될 그의 큰 그림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예솔 기자 yesall4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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