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예방 프로젝트] 안 되는 이유가 너무 많다

다시 시작하기 어려운 당신에게 (2)

  • 입력 2019.07.15 15:47
  • 수정 2019.07.15 15:48
  • 기자명 김여나 여나커리어 코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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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안 되는 이유가 너무나도 많다. 뭔가 시작하기로 했지만, 늘 먼저 생각하는 이유가 안 되는 이유다. 그중에서 돈, 아이, 나이 그리고 성별에 대한 핑계는 늘 나오고 있는 하얀 거짓말이다. 내가 그랬다. 안 되는 이유가 돈, 아이, 나이, 그리고 성별 문제가 컸다. 내가 최악의 상태일 때는 이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 탓으로 돌리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문제가 있어서, 우리집이, 내 남편이, 내 아이가 유독 예민한 것 같이 느껴졌다. '왜 내 주변에는 다 문제들만 있는지...'라며 다른 사람들을 탓하기 시작하면 정말로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이 문제들 때문에 내가 할 수 없는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로 이 문제들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일까?"하며 뒤집어 생각해 보기로 했다. 돈? 그래. 나 돈 없어. 내가 벌 때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는데, 내가 벌지 않으니까 남편 돈으로 뭔가 시작하기에는 걸리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쉽게 쓸 수 없는 것이 남편 돈이다. 그럼 돈이 없으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진 돈이 별로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하게 되고, 주변에 문의하게 되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지원 사업에 사업계획서를 내고 도전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갈 수가 있었다. 가는 도중에 심사위원들에게 가슴 아픈 질문들을 많이 받았어도, 돈이 없었기 때문에 참을 수 있었고, 조금은 독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하다 보니 계속 아이디어를 냈어야 했고, 관련 자료들을 뒤져봐야 했다. 돈이 없으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어야지 사업계획서를 잘 쓰는 데 도움이 되고, 여기서 인정을 받아야지만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최종까지 올라가게 되었고, 사업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돈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 여성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핑계이다. 아이가 방패가 된다. 아이를 앞세우면 모두 다 하얀 거짓말이 돼 버린다. 나도 많이 했던 거짓말이었다. "아이가 있어서요..." 처음에는 몇 번 방패처럼 사용했던 것이 자주 하니 습관처럼 되었고, 진짜 아이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엄마가 돼버린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 이유일까? 정말 그 이유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일까?

아니다. 생각해 보니 그 이유 때문에 할 수 있었다. 부모님께 죄송한 이야기지만 나는 삶에 대해서 크게 욕심이 없었다. 세상 삶에 대해서 크게 미련도 없었고, 그동안 계속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못해 본 것에 대한 억울함도 없었다. 그런 내가 삶에 욕심이 생겼다. 내 아이가 생기고 난 후 내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 아이 옆에 있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로서뿐만 아니라 같은 여성으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하나님께 그때까지만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려고 하고, 더 바르게 살려고 한다. 딸아이가 있기 때문에 내 딸은 나중에 엄마와 같은 일을 겪게 하지 않으려고 여성들을 위한 일을 하려고 한다. 

또 많이 하는 핑계가 나이다. 나이가 많아서요. '이 나이에 내가 뭘...'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내 나이를 부러워하시는 분이 분명 계신다. 나는 항상 내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다.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도 대학 졸업 후 바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회사 생활을 어느 정도 하다가 대학원에 들어갔다. 나보다 5살 어린 친구들이 대학 졸업 후 바로 왔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큰언니가 되었다. 20대 중반의 푸릇한 동생들 사이에서 30대 언니란... 정말로 큰 차이처럼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긴데, 그때는 노인네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대학원을 끝내놓고 보니 내가 너무 늦게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4~50대 시작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때는 왜 내가 늦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도 많다. 다시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교육을 받을 때였다. 40대에 뭔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한참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50대 언니(?)가 내게 와서, 시작하기 참 좋을 때라고 한다. "나는 그때 애 키우느라 정신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보낸 것 같은데... 여나 씨는 빨리 시작해서 얼마나 좋아?" 늘 나는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내 나이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절대로 늦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뒤돌아보면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시작한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다. 잊지 말자. 내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도 누군가는 내 나이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꼭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20대로 다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해도 나는 ‘NO!’라는 답을 할 것 같다.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뭔가를 시작한들 분명 또 다른 것에 아쉬워하는 일은 생길 것이다. 참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돌고 돌아온 인생길을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생각한 대로 뭐든 것을 다 이루면서 살았다는 것은 아니다. 실패도 많았고 흘린 눈물도 참 많았지만 그 나름대로 다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리셋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나는 지금의 내가 참 좋다. 20대 때 철없던 나보다 40대 때의 진득한 내가 좋다. 20대 때의 겁 없이 도전하면서 신나게 다녔던 그때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 아이와 뒹굴며 지내는 지금도 나는 좋다. 그때보다 더 많은 감사를 느끼고 있고, 그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포옹할 줄 알며, 그때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받아들이게 된 40대가 좋다. 40대라도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여성이라서 할 수 없다...'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내가 유독 보수적인 일본회사를 다녀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일본회사는 외국계 회사이지만 아직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대놓고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차별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그런 일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이미 나를 점령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4차 산업시대이다. 남성들보다도 여성들의 감성이 더 중요시되는 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성들이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녀 차별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 속에서 차별하지 않는다면 분명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렇게 안 되는 이유들을 적어보고 그 이유들을 반대로 생각해 보자. 그 이유 때문에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아이가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다. 여성이라서 여성들에게 더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을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된 것 같아 참 감사하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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