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리움을 그리다

손문익 화백

  • 입력 2019.09.04 18:06
  • 수정 2019.09.05 00:44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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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실을 살아가면서 지치고 힘든 순간, 쓰러질 것 같은 순간이 오면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그리운 고향과 어머니의 품일 것이다. 손문익 화백은 이 그리움을 캔버스 위에 따뜻하게 담아내기로 정평이 났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향토적인 색채와 섬세한 표현기법, 그리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그리운 고향의 따스한 정취를 화폭에 담아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뛰놀던 들판과 아름드리 피어나는 꽃, 그 위를 유영하는 새가 조화를 이루며 순수함을 그려내는 손 화백은 “잊혀져가는 고향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유년시절 함께 뛰놀던 소꿉친구들과의 소중했던 추억을 아로 새기며, 자연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떠나간 가족에 대한 그리움, 돌아가야 할 자연과 순수가 작동하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고향이 향하는 곳은 ‘인간’입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친구와 이웃들이 자연을 노래한 내 작품을 보고 ‘어떻게 사는 삶이 좋은 삶인지’를 고민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삶을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품에 스며있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휴머니즘인 것이지요.”

‘달·새·꽃’이 만든 이상향
그리움의 온도 탓인지 손 화백의 손길이 닿으면 차가운 색감조차도 따뜻한 기운을 뿜어낸다. 손문익 화백은 동화적 풍경과 단순하면서 순수한 감성을 그린 ‘향(鄕)’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손 화백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고향은 고향 그 자체이자, 현대인이 갈망하는 자유 혹은 자연의 순수함 혹은 삶의 희망이 될 수도 있으며, 현실에서 추구하는 목표 등과 같은 모든 이의 이상향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이상향을 투영시킨 달과 새 그리고 꽃이라는 3가지 피조물은 또렷하지만 애잔한 분위기와 따뜻하지만 아련하게 시린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손 화백은 달, 새, 꽃이라는 몽환적인 피조물을 그려왔다.

“그림 속에 담긴 ‘달’은 나 혹은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 사모하는 동경의 대상입니다. 또한 사랑의 집합 장소이기도 합니다.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가족, 친구, 타인과 사랑을 나누는 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새’는 사랑 그 자체입니다. 또한 사랑의 장소인 ‘달’을 향해 날개 짓을 하는 우리네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꽃’은 현재의 아름다운 환경을 표현합니다. 현재의 긍정적인 부분을 아름답고 예쁜 꽃이라는 대상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새’가 언제든지 내려와 쉴 수 있는 쉼터이기도 합니다.” 

 ‘구상표현주의’의 장을 열다
손문익 화백의 작품을 접한 신항섭 미술 평론가는 “황금빛 들판, 마을 언덕, 슬레이트 지붕, 꽃과 나무, 새와 달 등이 어우러진 풍경은 더 없이 평화롭다. 넉넉하리만큼 간결한 화면 구성은 여유롭고, 절제된 색과 단순화된 이미지의 구성은 조화롭다. 무수한 점으로 덥히는 화면의 구조는 투박하면서도 견고한 고향 빛 흙벽과 유사하다. 여러 겹의 색층으로 다져지는 마티엘은 화면의 깊이감을 부여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점묘법에 의한 중간 색조의 이미지는 아늑한 유년시절의 추억을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리는 기능을 한다. 동화적인 환상과 꿈을 내포한 그의 그림은 각박한 현대인의 가슴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고 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말마따나, 손 화백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화면구성에서 독특한 조형언어가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화면 안에는 선과 직사각형, 원형을 기본으로 수직과 수평, 원을 조화롭게 분할해낸다. 그렇게 얻어진 비례와 균형은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개별성을 확보한다. 나이프를 활용한 독창적인 표면처리에서 오는 질감도 특징적이다. 투박하지만 섬세하고 거친듯하지만 부드러운 질감은 또 하나의 단단한 미의식으로 다가온다. 

손 화백은 구상표현주의가 낯설었던 사실주의 중심의 대구 화단에서 몇 안 되는 구상표현주의로 작품을 시작했다. 오로지 한 장르만 우직하게 몰두했고, 긴 세월을 손문익 화백 특유의 화풍을 구축하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아왔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작품을 팔아서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하며 전업 작가로 살 수 있었다. 그는 긴 세월을 버티면서 "중요한 것은 '소통'에 대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화가 혼자만의 고집으로 고독하게 그리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일반 대중과 호흡하고 소통하며 작가와 대중과의 중간지대를 찾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그 중간지대의 조형언어를 끊임없이 개발하려고 노력했고, 지금의 화풍을 만들 수 있었지요. 그 점에서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참된 예술가이자 교육자 ‘손문익 화백’
한편, 그는 미술교사였던 삼촌 덕에 일찍이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손 화백은 자연의 품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그림의 소질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중·고등학교 시절 각종 미술대회에 출전해 상을 거머쥐며 그 실력을 증명했다. 이후 화가의 꿈을 키우며 영남대학교 미술대학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미술철학을 구성해 나갔다. 졸업 후 대학 강단에서 약 8년간 강의하며, 지금까지 전업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후학양성에도 열정을 아끼지 않은 손 화백은 고문으로 있는 제자 모임만 5개에 달한다. 문화센터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배출한 문하생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영남지역의 다른 향토작가와 대한민국 미술계의 다양한 인사들과 교류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신을 발전시켜 왔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영남지역에서 왕성히 활동하여 영남미술계의 대표 향토작가이자 구상회화의 대부로서 자리매김 하게 됐다. 또한 구상작가회·대한민국회화제의 운영위원과 대구전업작가회 명예회장 등을 역임하며 미술계의 발전에도 노력하는 화가로 인정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울러,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써 제자들에게 그가 추구한 철학과 가치에 대한 말을 전했다.

“보통 문하생을 두고 있으면 스승의 화풍을 따라오도록 하는데 저는 절대 저의 그림을 따라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작가로써 나만의 화풍을 완성하려 해왔듯이, 제자들도 그들만의 개성 있는 그림을 그리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화폭에 칠하고 싶은 것은 물감이 아니라 따스함을 칠하고 싶다.”, “인간 본연의 미(美)를 통해 정화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고 말하는 손 화백의 그림에는 ‘휴머니즘’이 그대로 담겨있다. 
동적이면서 고요하고, 정적이면서 생동감 있는 그림을 통해 때로는 한 편의 서정시 같으면서 서사시 같은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림 속으로 퐁당하고 빠지게 된다. 
작품으로 하여금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순수함을 심어주는 손문익 화백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을 응원하고 싶다.

Profile
영남대학교 미술대학교 졸업, 동 미술대학원 서양화(전공) 
개인전 및 개인초대전 42회

수상
동경 국제 공모전 동상 수상(동경)
이형회 장려상(1995) 이형회상(1998) 수상
대구예술인상 단체부문 수상(2003)
대한민국 미술인상 공로상 수상(2007)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상 수상(2013)
예술인상 대상 수상(현대미술 작가연합회, 2015)
금복문화재단 '금복문화상(미술부문)"(2017)

심사위원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대구미술대전, 한국현대여성미술대전
대한민국회화대상전, 포항불빛축제 미술대전, 정수미술대전
한유회 미술공모전, 신조형미술대전, 세계평화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 역임
 

구상작회회, 이형회(운영위원)
대한민국회화제(운영위원), 대구미협
한국전업작가회 대구지회장 역임
대구전업작가회 명예회장(2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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