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채무자 가혹한 채권추심 막는 '소비자신용법' 추진

  • 입력 2019.10.08 12:16
  • 수정 2019.10.08 12:26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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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채무자를 상대로 금융사가 채권 소멸시효를 연장하며 빚의 굴레를 씌우는 관행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소비자신용법'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금융사가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의 채권 소멸 시효까지 무턱대고 늘리지 못하도록 법에 못 박겠다는 것. 

연체 부담이 끝없이 늘어나게 만드는 이자 부과방식도 제한하고, 채권 소멸시효의 기계적인 연장 관행도 개선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개인 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연체기간 90일 이상인 '금융채무불이행자'는 최근 매년 26~28만명씩 양산되고 있다. 이들 중 14~17만명은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이나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등 공적 제도를 통해 채무변제 및 조정을 받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상환능력을 상실한 장기연체자로 전락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개인연체채권을 관리하는 별도의 규율 체계가 없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배임 책임을 피해야하는 금융회사로서는 최대한의 추심 압박이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법제화를 통한 관행 개선에 나선다.

대출계약 체결 단계만을 규율하는 현행 ‘대부업법’을 대출 관련 일체의 행위를 모두 포괄하는 ‘소비자신용법’으로 확대·개편해 연체발생 이후의 처리절차 등을 법에 담을 계획이다.

채권자와 채무자 간 채무조정 절차도 생긴다. 신용법은 연체 채무자가 요청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조정 협상에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계획이다. 채무조정 여부와 조정 폭은 채무자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해지게 된다. 

채무조정 협상 중에는 채권 추심을 금지하는 보호장치도 법에 담길 예정이다. 금융사에 비해 약자인 채무자가 채무조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채무조정서비스업’도 도입될 전망이다.

맨 처음 대출을 해준 ‘원채권자’의 소비자 보호 의무도 생긴다. 통상 금융사가 연체 채권이 생기면 이를 외부 추심업자에 추심을 위탁하거나 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팔아 넘기기도 하는데, 이 경우 원채권을 보유했던 금융사가 부당한 채권추심이 이뤄지는 건 아닌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대부업체 등으로 채권이 넘어가면 추심의 강도가 강해져 채무자 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왕왕 벌어지는 터라 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는 현행 대부업법을 전면 개정하는 방식으로 신용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TF가 신용법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 미국 등 해외사례를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게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위는 내년까지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021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명순 금융소비자국장은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악화되기 전에 채무조정이 이뤄지면 채권 회수 면에서 채권자에게도 이익이 있어 상호 '윈윈(Win-Win)'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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