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자존심

봉준호 감독

  • 입력 2019.12.11 13:42
  • 수정 2019.12.11 16:22
  • 기자명 피플투데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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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Work Life Balance)'과 '욜로(You Only Live Once)'가 성행하는 오늘날 현대인의 삶은 여가와 문화생활로 가득 차 있다. 문화생활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영화일 것이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세대에 발맞춰 우리 한국 영화의 위상도 드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과 ‘설국열차’에 이어 최근 내놓은 영화 '기생충'까지 흥행에 성공한 봉준호 감독은 대한민국 영화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영화, 서구에도 널리 알려지길…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지명을 기대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지난 3월 영화를 완성한 후 내 일은 끝났다"며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 할리우드 개봉 등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모두 예상하거나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카데미 투표 시스템은 복잡하다고 들었다"며 "예상하기 어려울 것 같고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담백한 답변을 내놓았다.

영화 기생충에 대한 질문에 봉 감독은 "스토리가 매우 보편적"이라며 "빈자와 부자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영화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서구 관객에게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거장들이 있다"고 말해 한국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이어 그는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후보 지명으로 서구 팬들이 한국 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화 기생충은 빈부격차와 계급사회를 담은 작품으로 160억원대의 제작비가 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관객수 1008만 4475명을 기록했다.

 

영화 '기생충', 어떤 영화길래?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끊이질 않고 있다. 2019 년 5월 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131분 상영되며 15세 관람가다. 출연진으로는 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 했다.

일가족 네 명 모두가 백수며 반지하에 살고 있는 기택(송강호 분)네 가족은 피자박스 접기 등 소일거리 등을 하며 가난함에 갇혀 산다. 우연히 아들 기우(최우식 분)는 친구 민혁(박서준 분)의 소개로 부잣집 과외를 가게 되고 이어 그의 여동생 기정(박소담 분)은 미술 방문 교사로로, 그의 아버지 기택은 기사로, 어머니 충숙(장혜진 분)은 가정부로 들어가 한 집에 기생충 마냥 붙어살게 된다.

그러면서 집주인인 박 사장(이선균 분)네 식구들과 겪게 되는 일화와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와 계급사회의 면모를 담았다.

북미에서도 중독된 '독도는 우리 땅'
영화 기생충의 인기가 드높아 지면서 영화에 등장한 노래 '독도는 우리 땅'이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에서 기정은 박 사장네 집에 미술 방문교사로 위장 취업을 한다. 그 때 기정은 자신의 가짜 신분을 외우기 위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한 노래를 부른다. 심플하지만 묘하게 중독성을 띄는 이 노래의 멜로디는 외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SNS에서 '독도는 우리 땅' 노래는 '제시카 징글'(Jessica Jingle)이라는 이름으로 널 리 알려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자 호주 배급사인 미드맨 필름은 인기에 힘입어 트위터에 원곡인 '독도는 우리 땅' 노래에 대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배급사인 네온은 '제시카 징글'을 벨소리로 만들기도 했고 기정 역을 맡은 배우 박소담 씨는 SNS에 '제시카 징글'을 부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영화 기생충은 지난 11월 10일까지 약 1128만 달러(한화 약131억원)를 벌어들이며 북미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가 됐다. 영화 '디워'의 1097만 달러(약 128억원)를 넘어선 금액이다. 기생충은 지난 10월 11일 북미에서 소규모 개봉한 후 입소문을 모으며 점차 상영관을 확대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히어로처럼 꽉 끼는 옷 견디지 못해
봉준호 감독의 마블 영화에 대한 센스있는 언급도 눈길을 끈다. 봉 감독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창의성을 존중한다. 그러나 나는 현실에서나, 영화에서나 사람들이 꽉 끼는 옷을 입는 것을 견디지 못 한다. 꽉 끼는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정신적으로 힘들다. 슈퍼히어로들은 대부분 꽉 끼는 옷을 입기 때문에 마블 영화 연출은 힘들 것"이라고 재치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마틴 스콜세지가 마블 영화에 대해 "시네마가 아니다. 마치 테마파크에 와 있는 듯하다"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그는 "의견과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 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로건', '윈터솔져' 등을 재미있게 봤다. 이 영화들에는 훌륭한 영화적 순간들이 있다”며 의견을 밝혔다.

톡톡 튀는 '사이다 발언' 주목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작품으로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봉준호 감독은 최근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세를 탔다.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는 왜 그동안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사이다처럼 시원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오스카는 로컬 시상식이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이는 오스카가 칸이나 베니스와 같은 국제 영화제 가 아니라 미국의 지역축제라는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 네티즌 사이에 서도 유명세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감독으로 성장하는 데 미국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0~1980년대에는 한국에 주한미군 방송인 AFKN이 나왔다. 금·토요일 저녁마다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당시에 존 카펜터, 브라이언 드 팔마,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부터 많은 B 급 영화들을 섭렵했다"며 어릴 적부터 가졌던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봉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질문에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고 당당히 밝혔다.

"단편영화를 만들 때나 장편영화로 데뷔한 지금이나 나만의 심플한 원칙이 있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 이런 영화를 보고 싶은데 아무도 찍어주지 않으니까 내가 찍어서 내가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그런 충동이 있다. 나는 이질적인 스타일이나 느낌들이 충돌 하는 걸 좋아한다.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출발하지만 점점 기괴하고 만화적인 게 뒤섞이면서 그 둘이 충돌하는 긴장감 같은 것을 말한다"며 취향을 고백했다. 

차기작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영화 
기대 이상의 작품을 내놓는 봉준호 감독이기에 차기작도 기대가 된다. 이에 봉 감독은 "한국어 버전, 할리우드 버전 두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기생충과 마더와 비슷한 규모의 영화다. 한국어 버전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벌어지는 독특하고 무서운 사건을 다룬다. 독특한 요소를 지닌 공포와 액션이 나온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귀국할 때 비행기에서 앞 서 말한 차기작 시나리오를 쓰면서 왔다고 밝힌 적 있으며 할리우드 버전인 영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2016년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절반은 영국, 절반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각본 작업을 마치기 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내 영화의 장르를 규정짓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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