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적인 외모, 구수한 말씨와 함께 그칠 줄 모르는 열정, 이지스 건설 윤수환 대표

  • 입력 2020.12.09 03:32
  • 수정 2020.12.09 03:36
  • 기자명 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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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개요? 어디서부터 소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우선 사면이 둘러 싸인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산 사람입니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동네 어르신들도 저의 친구였고 자연도 저의 친구였죠. 그 당시 연탄은 도시 사람들이나 쓰는 건 줄 알았고 학교나 시내에 나가려면 산길을 따라 10리 정도 되는 꽤나 먼 거리를 걸어 나가야 했어요. 가끔 지인들에게 고향 얘기를 하면 제 나이를 의심하기도 하죠. 제가 사실 40대 중후반이거든요. 말을 안 하고 있으면 이지적인 이미지에 영락없는 도시의 오피스맨 같은데 말이죠. 말을 하기 시작하면 구수한 말씨에 오히려 저를 친근하게 여기시더라구요. 감사한 일입니다." 
너스레를 떠는 윤수환 대표의 말에서 특유의 겸손함과 유머, 그리고 내공이 느껴진다. 

리더, 부지런함과 멈춤의 균형
"예전에 건설회사에서 특허에 관련된 기술영업을 담당하고 있을 때 사장님을 모시고 제 고향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사장님은 편안한 표정으로 ‘산새가 참 좋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 모습이 눈에 선한 게 인상에 남더라고요. 
‘산에서 나고 자라서 좋은 점이요?’ 시간을 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질문을 주시니 떠오르는 것이 있네요. 바로 부지런함을 얻었다는 겁니다. 산에서는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먹을 것도 얻을 수 없고 땔감조차 구할 수가 없습니다. 움직임은 바로 생존과도 연결되죠. 그래서 늘 몸을 움직이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게 습관처럼 남아 있고요. 오늘 왠지 저의 옛 추억도 떠올리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될 것 같아 내심 기대감이 생기네요. 기업가의 企는 사람인 받침에 그칠지인데 사람이 멈춰 서서 하는 일이 생각하는 거잖아요? 더 훌륭한 기업가로 나아가기 위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질문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어인 나를 치켜세워주는 윤수환 대표다. 

 

영업으로 모은 명함으로 마련한 사업자금
"제 이야기를 하자면 몇 권의 자서전을 써도 될 만큼 우여곡절도 많고 힘든 시간도 참 많았죠. 전공은 전산이었는데 제 적성에는 맞지 않았어요. 뭔가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죠. TV프로그램 같은 걸 보며 건설현장에서 하는 업이 저는 멋져 보이더라고요. 그러던 중 내가 찾는 회사와 걸맞은 회사에 들어가게 됐죠. 그때 당시 특허에 관련된 기술영업을 하는 게 제 일이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인맥을 만들어 갈 수가 있었어요. 그리고 건설토목분야 특허기술의 장단점을 파악하게 되는 눈도 생겼고요. 열정적으로 일을 했는데 급여보다는 하나씩 쌓이는 명함이 저의 재산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10여 년을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로 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필요한 사업자금이 오천만 원이었는데 제 수중에 가진 돈은 천만 원이었어요. 대출을 받아야 했는데 지금까지 모아둔 명함과 저의 열정만으로는 녹록지 않았습니다. 은행을 다니면서 저의 재산인 명함을 가지고 대출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젊은 혈기에 배짱이 있던 저였네요. 그렇게 뛰어다니다 신용보증기금에 계시는 한 분이 저를 좋게 봐주셨어요, 그래서 필요한 사업비보다 조금 더 대출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가장 많이 했던 일이 운전이었는데 여유자금을 가지고 기름값으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었어요." 

사업은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
"10여 년 전 회사를 다닐 때부터 그 회사의 특허기술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단점에 대한 문제점을 많이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잘 받아들여지질 않았어요. 그것을 해결하려면 많은 절차도 필요했거든요. 하지만 저는 기존 기술들의 문제점을 꼭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저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건물을 짓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토지가 있어야 하고 토지 위에 기초를 세워야 하잖아요. 제가 비유로 말씀드리는 '토지'라는 것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자본력, 기술력, 인적네트워크가 부족한 사업가는 늪지로 표현하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 재정적인 부분이 탄탄한 사업가는 맨땅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처럼 여러 가지가 부족한 사업가들은 습지를 맨땅으로 만들기 위한 기초를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어야 합니다. 기초가 탄탄하면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은 시간문제죠. 건물 모양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는 경영자의 역량입니다. 기존의 특허공법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저에게는 습지에서 물을 빼기 위한 첫 삽을 뜨는 것과 같았지요."

"조금 더 설명을 드리자면 지하차도 주행면에 주로 사용하는 고무개질아스팔트인 탄성봉함재를 이용한 신축이음 공법은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공법이 20여 년 전 국내에 소개되면서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처음에는 선진국에서 사용하던 공법을 그대로 국내에서 사용해 왔는데 이 공법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문제점들이 현장에서 하자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있었습니다.
하자로 이어지는 문제점들은 지하에서 올라오는 용출수, 비온 뒤 아스콘으로 침투한 침투수, 반발성이 있는 철재로 인해 포트홀 해결이 관건이었어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꽤나 고되었지만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 보니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기술을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이지스건설이 공동 특허출원했고 기술 개발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특허 등록을 받았습니다. 
이 기술이 히트가 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협력사들과도 일할 수 있게 되고 좋은 기술로 세상에 기여한다는 뿌듯함도 생겼죠. 지금도 저희 회사가 기술개발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건설회사가 아닙니다. 저희만의 기술과 아이템을 가지고 움직이는 창의적인 건설회사입니다,' 윤수환 대표가 회사소개를 할 때 외치는 업의 만트라다. 

 

비전과 열정의 이지스건설
"저도 직장생활을 해봤지만 다른 건 몰라도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진 건 없어도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자'라는 것이 저의 신념이라면 신념입니다.
직원들이 밖에 나가서 '너 직장 어디 다녀?'라는 질문을 받을 때 '응 나 이지스건설 다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어요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이 자신의 급여에 만족은 못 하겠지만 우리 경쟁사들보다는 더 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휴양시설 회원권을 보유하는 등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회사 직원들의 평균 나이가 4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한다면 아직은 젊고 할 일이 많은 회사입니다. 서울에 위치한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관리감독관이 현장에 나와서 저희 공사부 직원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일을 너무 잘한다고 '이지스 특공대'라고 표현해주시더라고요. 기분이 좋아 웃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지스건설은 직원들 자신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회사입니다. 직원들이 힘들다고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쳐도 옆을 돌아보며 등을 다독여 줄 시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었습니다. 지친 직원들에게 휴식을 주고자 4년 전부터는 매년 2월에 해외 워크숍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들어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 본다는 직원도 있고 해외를 처음 나가 본다는 직원들을 보면서 해외 워크숍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올해 2월에는 코로나로 인해 망설이다 비밀투표를 했는데 저만 반대표를 던지고 다들 강행하자에 표를 던져서 베트남을 다녀오긴 했지만 내년 2월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합니다. 저는 흉상과 함께 업적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없었던 회사가 10년 만에 공장을 보유하고 10개년 계획에 사옥을 지으려고 500평 규모의 대지를 확보해 두었습니다.
사옥 1층에 그동안 같이 울고 웃었던 직원들의 흉상을 만들어 놓으려 합니다. 직원들과 약속했습니다."

'인재는 사람 됨됨이를' 사장인 내가 먼저 
"직원을 채용할 때 세종대왕의 인용술을 늘 생각합니다. 신분과 배움을 떠나서 사람의 됨됨이를 보라는 것인데요. 됨됨이를 본다는 것은 때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평판에 대해 듣는 편이에요. 평판은 내가 없을 때 나에 대해 하는 말이잖아요? 평판과 그 사람의 언어와 행동을 보면 됨됨이를 본다는 것이 그렇게 주관적이지만은 않은 거죠. 이 평판은 제가 사업을 할 때도 제 자신에게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상도>라는 책에 보면 ‘장사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파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제 업의 슬로건이기도 합니다. 보통은 자기가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 전에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진 나는 누구인가. 고객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고객은 서비스를 파는 나를 보지 서비스를 먼저 보진 않거든요. 그게 사람의 보편적인 심리가 아닐까 합니다. 서비스 교육을 하는 분이 서비스 마인드가 전혀 없는 애티튜드를 보인다면 그것은 덕업일치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역량과 태도 중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자신 있게 태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업은 신뢰다
"예전의 제 상사는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어요. '영업이 뭐라고 생각하나'
머뭇거리면서 '신뢰입니다'라고 대답했는데 저희 상사는 '영업은 결과다'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업은 결과가 맞지만 신뢰가 우선이 되어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윤수환이 하면 믿을 수 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 동안 늘 가지고 다녔던 가치죠.
순간의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윤수환의 평판 그리고 신뢰니까요. 그런 이유로 시공부분의 인력 또한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합니다. 일용직은 소속감이나 책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사업 초창기에 일용직과 일을 했는데 공사한 현장이 맘에 들지 않아 '다시 공사하라'라고 얘기하니 삽을 내려놓고 가버리시더라고요. 그런 상황이 닥치면 저는 삽을 들고 직접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게 바로 소속감과 책임감인 것 같아요. 제가 직원들의 복지와 급여를 특히 더 신경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책임감은 대표인 저에게도 해당돼요. 내 직원이고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니까요. 고객이라는 단어는 돌아볼고 顧의 손님객 客인데 저를 한 번이라도 만나거나 내 회사를 만난 누구라도 저의 고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고객은 저 자신, 두 번째 고객은 나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겠죠."

'모든 사람을 존경하되 아무도 두려워하지 마라'
윤수환 대표의 SNS 프로필에 적혀 있는 문구다. 이 문구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개인이 하는 일, 즉 모든 일은 개인의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에게도 일이 회사의 일이라 생각하고 하는 것과 내 일이라 생각하고 하는 것에는 차이가 크죠. 어린 시절 제 손으로 나무를 해야 땔감이 생겼던 그때를 회상하면 폐지를 주워 돈을 버는 것도 사업이고 길거리에서 껌을 팔아 수입을 창출하는 것도 사업이죠. 
폐지 수거도 경쟁이고 길거리에서 껌을 파는 것도 경쟁이니 때와 장소를 잘 정하는 것은 수입과도 직결되죠. 
그래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에서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는 마음도 생기는 거고요. 
제가 하는 업은 특허 기술영업이기에 관공서 출입이 잦은데 관공서에 계시는 분들을 만나는 것이 한때는 조금 두렵더라고요. 몇 번의 거절을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그 문구는 제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몸을 움직여 밥벌이를 하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지만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신은 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직원들 사이에서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서 편이 갈려 서로 대표인 저에게 편을 들어달라고 하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어느 쪽 편도 들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평소 신뢰 관계가 있는 직원 쪽의 입장을 더 헤아려 주었죠. 물론 공개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말 한마디가 다른 쪽 직원들에게는 불쾌감이 되었던 것 같아요. 꽤나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일로 일이 커져 저에게도 손실이 오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그 일 이후로 저는 직원들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누군가를 위하는 말일지언정 말은 조심히 다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신에게 훌륭한 직원을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훌륭한 직원을 저에게 보내 줄 것 같지만 신은 훌륭한 직원을 육성할 수 있는 환경과 경험을 저에게 주는 것 같습니다. 환경과 경험으로 배움을 얻지 못하면 저는 그러한 고된 환경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겠죠. 
그래서 훌륭한 직원을 얻기 위해 나는 어떠한 리더 인지를 늘 돌아봅니다. 감사한 일이죠."

'되고의 법칙'
"우리 회사에 사훈이 있습니다. 바로 ‘되고의 법칙’이죠. ‘하면 되고, 기다리면 되고, 다시 하면 되고’ 등입니다. 종종 안 되는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되고의 법칙‘은 되는 이유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왜 안되지?‘를 ’어떻게 하면 되지?‘로 살짝만 바꿔도 생각은 달라지거든요. 
안 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방법을 찾을 수가 있잖아요. 
불평을 하는 직원이 있으면 우선 그 불평을 들어주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묻습니다. 직원 각자는 나름의 불평불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탓해야 하는 대상은 불평을 하는 직원이 아닌 불평을 해소하고 생각의 전환을 이루도록 안내하지 않는 리더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늘 저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솔선수범, 포용, 인내, 배려’ 저희 회사의 핵심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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