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고정관념은 혁신의 적이다

  • 입력 2021.07.07 16:01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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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 썩는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은 변하는데 생각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생각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의미이다. 
산업 사회를 살아온 근대적 인간은 비교적 변화를 싫어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엄마, 선생님이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어떤지를 써오라 했어"라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엄마는 선생님도 웃긴다는 생각을 한다.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딸아이는 엄마의 ‘졸졸’이라 써 가라는 말을 듣지 않고 반드시 시냇가에 가서 그 소리를 듣고 오겠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가봐라. 네가 들어봐도 '졸졸'일 것이다"라며 엄마는 딸아이를 시냇가에 다녀오게 했다. 돌아온 딸아이에게 "그래, 시냇물 소리가 어떻게 들리던?"이라고 물으니 "엄마, 내가 들어보니 '솰솰'로 들렸어"라는 것이다. 엄마는 속마음으로 내 딸이 내일은 선생님께 꾸중을 듣겠다고 생각한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의 모습이 매우 밝아 보였다. "너 오늘 학교에서 꾸중 들었지?"라는 엄마 말씀에 “아니. 나 칭찬 들었다. 다른 애들은 전부 '졸졸'이라고 써 왔는데, 나만 '솰솰'이라 써왔다면서 선생님이 나를 칭찬해 주셨어"라는 것이었다.
이런 사례도 있다.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각자 자기의 '머리'를 그리라 했다. 모든 학생들은 각자의 얼굴을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한 학생이 "선생님, 겉 머리를 그릴까요, 속 머리를 그릴까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때 선생님은 "겉 머리를 그려야지 무슨 속 머리를 그린다는 말을 하냐"라며 학생을 질책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어사전에는 "머리란 사람이나 동물의 목 위의 부분. 눈, 코, 입 따위가 있는 얼굴을 포함하며  머리 털이 있는 부분을 이른다. 뇌와 중추 신경 따위가 들어 있다."라고 쓰여있다
아날로그 세대, 산업 시대의 근대적 인간들은 "시냇물은 졸졸, 모래알은 반짝"이라는 학습을 해왔다. 사과는 반드시 붉게 칠해야 하고, 손을 그릴 때는 크기도 실물과 거의 같고 색깔도 반드시 살 색을 칠해야 하는 식의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상상력이 풍부한 포스트모던 시대의 자녀 들의 생각을 따라갈 수가 없다. 산은 푸르다, 7~8월은 덥다, 골프는 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커피는 몸에 해롭다, 적도 지방은 덥다, 아프리카는 더운 곳이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으면 시력이 나빠진다,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면 긍정을 뜻한다는 등의 사례 들은 구세대의 대표적 고정관념이다.

 

요즘 사회의 어떤 조직이건 혁신을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가정이든 기업이든 어느 조직에서든 혁신하지 않으면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그 실천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국가도 미래의 국가 발전을 위해 혁신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혁신은 renovation과 innovation의 두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전자가 후자보다는 약한 의미를 지닌다. 혁신은 변화하는 오늘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나 고정관념과 두려움 때문에 그 실천에 어려움이 있다. 부모나 교사들은 청소년들의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사고에 맞게 지도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믿음, 부모의 사고가 반드시 옳고 현명하다는 생각, 자녀는 (little adult가 아닌) big boy라는 생각, 객관적 지식과 보편적 가치관이 중요하다는 생각, 자녀는 빈 그릇과 같은 존재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은 자녀의 교육에 저해 요인이 됨을 알고 빨리 고쳐나가도록 해야 한다.

우리 돈 10,000원 지폐를 손에 쥐고 위아래로 움직이며 살펴보자. 큰 차이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은 지폐에 인쇄된 세종대왕의 양 눈을 절반으로 접고 나서 위아래로 움직여보자. 위에서 내려다보면 세종대왕이 찡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면 웃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사진인으로 일출사진 촬영을 좋아한다.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일출 시간 30분 전에 현장에 도착하여 여명부터 촬영을 해야 하기에 남들이 곤히 자고 있는 새벽 일찍 카메라를 메고 집을 나서야 한다. 매일 뜨는 해는 그대로이나 해가 뜨는 곳의 자연의 변화에 따라 해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면서 본질과 현상의 다름을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똑같은 모습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느끼는 사례이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현상만을 갖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인간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부모나 교사의 생각과 행동이 자기 수준의 고정관념에만 사로잡힐수록 자녀나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음을 알자. 물론 자녀나 학생들을 그들의 가치관이나 자율에만 맡기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부모나 교사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건전한 가치관을 갖고 바르게 성장하도록 하는 조력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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