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 시대, “공정거래 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신동권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 前 공정거래조정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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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시장의 형태에 따라 시장 경쟁과 질서 등의 패러다임 또한 바뀌어 간다. 이에 공정한 거래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 정부 기관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그 일원이었던 신동권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과 사무처장, 그리고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원장직을 마치고 현재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시장의 올바른 경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오랜 세월 공정거래 분야에서 활약한 신동권 교수를 피플투데이가 취재했다.

Q. 독자들을 위해 신동권 교수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해양대학교 신동권 석좌교수입니다. 저는 1996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근무하면서 마지막 보직으로 상임위원, 사무처장을 역임하였습니다. 그 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원장으로 3년간 근무하였는데, 2021년 2월 퇴임하기까지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공정거래 관련 업무를 한 셈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위 경쟁정책을 수립하고,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통하여 경쟁정책을 집행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촉진 외에도, 경제력 집중 방지, 중소기업 보호, 소비자 보호 등 업무도 관장합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약관규제법 위반사항에 대하여 당사자 간의 조정을 통한 피해구제를 주된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Q. 공정거래위원회의 여러 직책을 역임하신 만큼, 현재에도 관련 분야에 많은 관심을 두고 계실 듯합니다. 최근의 공정거래 이슈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공정거래제도는 경쟁을 유지 내지는 촉진함으로써 시장경제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이니만큼 국가의 지속적인 과제라 볼 수 있지만, 항상 동일한 것이 아니라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최근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플랫폼 경제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구조와는 판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고, 이에 따라 기존의 공정거래제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플랫폼 경제로 대변되는 디지털 경제하에서는 시장의 획정, 담합,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기업결합 규제 등 여러 분야에서 기존과는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Q. 올바른 공정거래 문화 확산을 위해 사회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교수님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시장경제와 공정거래는 동전의 양면이고 시장경제 없이 공정거래가 존재할 수 없듯이 공정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시장경제는 정글에 불과할 뿐입니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공정거래 문화 확산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공정거래 문화 확산은 제재와 처벌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고 다양한 방법이 시너지효과를 가져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였을 때 당사자 간의 합의조정을 통하여 신속하게 거래관계를 복원시키는 조치도 필요하고, 한편으로는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제도가 매우 긴요합니다. 
우선 전자를 위하여 공정거래조정원이 담당하는 불공정거래행위 조정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약관규제법 등 6개 법에 조정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매우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후자는 CP(Compliance Program)제도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정거래규범을 지켜나가도록 스스로 마련한 준법시스템을 말합니다. 내부 직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정거래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위와 같이 처벌·조정·예방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제도적인 측면에서 상호 간에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Q. 꾸준히 법학 관련 도서를 집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집필 예정인 도서나 연구 계획이 있으신지요?
2010년에 처음 ‘독점규제법’을 출간하여, 두 번의 개정판을 출간하였고, 2020년에는 경제법 시리즈로 독점규제법 외에 ‘중소기업보호법’, ‘소비자 보호법’을 출간하였습니다. 그간 독점규제법이 전면 개정되는 등 변화가 있어 개정판을 곧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 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장하는 12개 법률에 대하여 조문별로 주석을 한 책(commentary)으로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한 책으로 자부하고 있습니다. 좀 거창한 얘기 같습니다만 저는 이를 단순히 학습을 위한 책만이 아니라 공정거래 집행의 기록물로 생각하고 집필하였습니다. 실무를 담당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고된 작업을 하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습니다.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작용하였습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법 해설서로 ‘경쟁정책과 공정거래법’이란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여기서는 공정거래법을 경쟁정책의 집행이란 시각에서 나름 체계화시켜 보았는데, 우리나라, 미국, EU의 제도를 비교법적으로 소개를 한 것이 특징입니다. 해설서이지만 기존에 출간되어 있는 공정거래법 교과서들과는 좀 다른 형식을 취해 보았습니다.                                 
또한, 현재 한 인터넷 신문에서 ‘공정거래 바로보기’란 코너에서 매주 또는 격주로 공정거래제도 전체를 순서대로 소개하는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데, 나중에 필요하면 책으로 출간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세계 경제는 플랫폼 경제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고, 인공지능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듯이 세상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공정거래 차원에서도 어떤 변화가 예측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 볼 계획입니다.

Q. 교육인으로서, 또한 법학자로서 교수님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공직에서 퇴직한 후 여러 대학에서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을 강의하였습니다. 현재는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초빙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아마추어 교육인으로서 가르치는 일이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경험하고 아는 것보다 그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평생 공직 생활을 한 제가 법학자로서의 철학이나 교육 철학을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공직자로서의 저의 철학은 실력 있는 공직자가 되자는 것이었습니다. 소신은 실력에서 나오는 것이며, 주먹구구식의 공직 수행에서 나오는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말하자면 학자적 관료가 저의 이상형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 이상에는 한참 못 미친 것 같습니다. 

Q. 교수님의 앞으로의 비전 혹은 목표에 관해 말씀 듣고 싶습니다.
공직 생활을 통하여 얻은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도 당분간은 어떤 형태로건 공정거래 문화 확산을 위해 미력하게나마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교수 생활이건, 다른 민간 활동이건 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위치에 있건 연구와 집필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왕 시작한 길이니만큼 공정거래 분야의 최고 전문가의 위치에 서보고 싶습니다. 
또한,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개인적으로 시에 대한 관심이 많아 몇 해 전 문학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습니다. 모든 문학 장르가 그러하듯 시를 쓰는 것은 나 자신을 정화함으로써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작업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몇 줄의 글로 옮겼을 때 느끼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한 경험입니다. 사람들이 공감해 준다면 그 기쁨은 배가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행복한 일입니다. 앞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진정한 문학인이 되는 것이 저의 소박한 꿈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저희 매체를 통해 소상공인, 혹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정거래제도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환경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제도입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심판자로서의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의 공정거래에 대한 인식 제고가 긴요합니다. 상대적으로 힘의 우위에 있는 대기업의 경우 그들의 시장력을 남용하지 않고, 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이 그들의 업무파트너라는 인식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CP(Compliance program) 제도가 어느 정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힘의 열위에 있는 만큼, 불측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법령 등에 대한 지식을 함양해야 할 것이며, 스스로도 경쟁력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시장에서 주체적 의식을 가지고 거래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정거래 사건들을 오래 접해 오면서 계약서 한 장만 제대로 썼더라도 거래관계가 파탄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래관계에서도 법령을 준수하고 기본에 충실히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어려운 경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투명한 거래관계와 준법 노력을 통해 어려움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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