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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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삼성은 글로벌 경기 불황, 미·중 갈등 증폭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수요 부진으로 인한 반도체 실적 악화와 반도체․배터리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업 부재로 존재감마저 약해지고 있었다. 상반기에만 반도체에서 9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는 최대 악재 속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요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굳건히 하는 한편, 차세대 시장 주도할 기술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면서 이에 걸맞은 역량 있는 인재 발굴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러던 지난 12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과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위기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기 속에서 회장으로 취임한 이재용이 내놓은 메시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6월 유럽 출장 후 귀국길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후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며 연일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2022년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뒤 다음해 2월 찾은 천안·온양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 방문 당시 이 회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삼성의 숨은 경쟁력을 발굴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이 회장이 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삼성이 주력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등 전 영역이 기술 변곡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취임 당시 이 회장이 내놓은 메시지는 단순히 큰 기업을 넘어 임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삼성'(뉴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였다. 이후 첫 행보로 광주와 부산의 협력회사를 방문해 “협력회사가 잘 돼야 삼성이 잘 된다”고 밝혀 선대의 철학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외에도 외부 지원 확대와 기부활동,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실천 등을 이어가며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3분기 실적 두고 엇갈리는 희비 + 2024년 불확실성 더 커져

이러한 행보에도 그룹의 사정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31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매출 67.4조원, 영업이익 2.43조원의 2023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전사 매출은 스마트폰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와 디스플레이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12.3% 증가한 67.4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DS 부문 적자가 감소한 가운데 스마트폰 플래그십 판매가 견조하고 디스플레이 주요 고객 신제품 수요 증가로 전분기 대비 1.77조원 증가한 2.43조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13.8조원을 R&D에 투자한 데 이어 3분기에도 7조원을 R&D 투자에 투입했다. 이에 따라 연간 R&D 투자액은 역대 최대 규모였던 작년(24.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시설투자는 11.4조원이며, 사업별로는 DS 부문 10.2조원, 디스플레이 0.7조원 수준이다. 3분기 누계로는 36.7조원이 집행됐으며 DS 부문 33.4조원, 디스플레이 1.6조원 수준이다. 2023년 연간 시설투자는 약 53.7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연간 최대 시설 투자 집행 예정이다. 사업별로는 DS 47.5조원, 디스플레이 3.1조원 등 연간 최대 수준인 약 53.7조원으로 예상된다.

2024년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으로 예상되나, 메모리 시황과 IT 수요의 회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안전자산으로의 자본 이동,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과 IMF의 2024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기존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 등으로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 경제가 침체되고 세계 경제도 원활하게 회복되지 않으면 반도체 부분의 회복도 장담하기 힘들어진다. 당초 2023년 4분기에는 최처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2024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잘 나갈 때는 14~15조까지 육박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미래사업기획단 신설 이어 DX부문 '비즈니스 개발 그룹' 신설

취임 후 이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시장 선점을 위해 미래 기술 투자를 강조해왔고, 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에도 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과 11월 사장단 인사에서 미래기술사무국과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한 데 이어 12월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비즈니스 개발그룹이라는 신사업 개발 컨트롤타워를 추가 신설했다.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보다 집중하겠다는 행보다.

삼성전자는 2010년 신사업추진단을 발족해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발굴해 현재 삼성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경기 침체 장기화로 삼성전자를 견인해 온 반도체와 폴더블폰 등 일부 프리미엄 제품인 휴대전화 사업 이외에 전반적으로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모든 사업 부문에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실무 부서를 둔 것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기를 타개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신규 사업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1일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DX 부문의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의 '비즈니스 개발 그룹'을 신설했다. 백종수 부사장이 비즈니스 개발 그룹장을 맡아 신사업태스크포스(TF)장과 겸임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DX 부문 산하 모바일경험(MX)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DA)사업부 등 3개 사업부에도 각각 같은 명칭의 사업 개발 조직을 만들었다.

특히 '비즈니스 개발 그룹'은 8월 DX부문에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제품 확보를 위한 사업화 등을 총괄하는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해 김강태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부사장)을 겸직하게 한 데 이어 이번 연말 조직 개편에서 신설을 발표한 미래사업기획단과 함께 유기적으로 소통·협력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11월까지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큰 폭의 경영진 교체가 없는 가운데 이번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신사업 발굴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전자에서 메모리반도체사업부장으로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자 2017년 삼성SDI 대표로 배터리 사업을 이끌었던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이 단장을 맡았다. 기획단에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출신의 정성택 부사장과 반도체 전문가 이원용 상무도 합류했다.

이처럼 미래사업기획단이 삼성 미래 먹거리 발굴의 ‘컨트롤타워’로 중심을 잡고, 각 사업부에 전진 배치된 비즈니스 개발그룹 및 미래기술사무국 등이 실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잇따라 미래 기술과 사업 관련 조직을 만든 것은 기존 가전, 스마트폰, 메모리반도체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ASM 협력으로 반도체 업계 지각 변동 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인 2나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2나노(㎚·10억분의 1m) 부문에서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우세한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와 인텔이 격차를 좁힐 기회가 있다는 기대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전 세계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66%, 삼성은 25%를 차지하고 있어 2㎚를 게임 체인저로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FT는 차세대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구동을 위한 2나노칩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는 기업은 2022년 매출 5천억 달러 규모(660조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TSMC와 삼성은 2025년까지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텔은 아시아 경쟁사를 제치고 내년 말까지 차세대 칩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제품 성능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네덜란드 순방길에 나섰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2월 15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총 7억 유로(약 1조원) 규모의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연구개발(R&D)센터를 국내에 설립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며, “(이번 순방 성과는) 반도체가 거의 90%였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로 반도체 제조분야 글로벌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ASML이 미래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7nm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려면 EUV 장비 사용은 필수적이나 EUV 1대당 가격이 약 2000억원에 달하지만, 연간 50대만 생산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현상마저 빚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EUV 장비의 안정적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시스템 반도체에서 초격차 기술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최첨단 EUV 장비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순위가 바뀔 수도 있는 만큼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ASML이 반도체 제조 기업과 해외에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초미세화 기술경쟁에서 국내기업의 우위를 확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R&D센터에서 차세대 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반도체 공정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삼성은 GAA(Gate All Around) 기반 3nm 1세대(SF3E)를 양산중이며, 2025년부터 2nm 공정으로 모바일향, 2026년 고성능 컴퓨팅향, 2027년 오토모티브향 공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ASML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의 부지 선정절차를 진행한 후 2023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이로써 '차세대 EUV 노광장비' 기술 우선권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싸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ASML과의 협력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것에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운드리 2nm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내년에 본격 출시되는 1나노 미만의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인 ASML의 차세대 EUV 장비 '하이 NA' 등 첨단 장비 확보는 물론, 반도체 부문 추가 투자를 통해 초 미세공정 경쟁에서 추격의 속도를 높여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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